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TV 셋톱박스를 고쳐주러 오신 기사님을 보고
딸내미가 물었다.
"누구셔?'"
"응. TV 고쳐주러 오셨어"
그러자 하연이는 손에 쥐고 있던 반쯤 먹은 바나나를 보여주며,
"이것도 고쳐주세요"
신나는 주제곡과 함께 등장해 무엇이든 뚝딱 고쳐내며
위기를 벗어났던 맥가이버.
80년대 후반을 강타했던 미국 드라마 속 주인공인 그는
어린 시절 우리들의 우상이었다.
주말에 맥가이버를 보지 않고 월요일에 학교를 가면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반만 남은 바나나뿐만이 아니라
병든 몸, 마음의 상처까지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걸 고쳐냈던 맥가이버처럼.
기계여도 좋겠다.
잠시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낼 수
있는 마법의 공간이 있었으면.......
이런 걸 상상하는 걸 보면
우리가 얼마나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지 알 수 있기도 하다
딸에겐 조금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길.
굳이 쉴 필요도 고칠 필요도 없는 인생을 보내길.
혹여나 그렇지 못하다면,
맥가이버 같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