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온도가 식어가던 날

by 세현

우리의 시간이 끝났을 때,

우리는 잘잘못을 따지느라 밤을 새웠다.

한쪽은 배신했고, 한쪽은 피해자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단순한 이별의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서로 사랑하기에 만남을 유지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 때문에,

그 추억을 믿고 싶은 마음에

서로의 진실은 뒤로한 채 사랑을 이어갔던 것 아닐까.


그는 말이 줄었고, 나는 그 침묵을 불편해했다.

나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대화를 미뤘고,

그의 시선은 점점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우린 서로의 눈빛을 피하면서도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을 의무처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외로움을 보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이별을 말했을 때,

처음엔 화도 나고 억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깨닫는다.

그의 이별은 한순간의 배신이 아니라,

우리가 쌓아온 무관심의 결과였다는 걸.


우린 너무 익숙했다.

그래서 물을 주지 않아도 사랑이 자랄 거라 착각했다.

그는 내 무심 속에서 말라갔고,

나는 그의 외로움을 눈치채지 못한 채

”왜 나를 배신했냐 “고 울부짖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잃은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잃은 거였다.


지금은 안다.

사랑은 둘 중 하나가 잘못해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둘 다 조금씩 마음의 문을 닫을 때 서서히 식어버린다는 걸.

우린 서로의 온도를 지키는 데 서툴렀고,

그 서툼이 결국 사랑을 이별로 밀어냈다.


그래서 이제는 미안함이 원망보다 앞선다.

우린 서로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냥 어린 사랑이었다.

그때의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서로를 이해하기엔 너무 다르게 자랐다.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저리다.

하지만 이제 그 아픔이 나를 찢지는 않는다.


우린 그렇게 배워갔다.

사랑이 끝난 후에도,

누군가를 탓하는 대신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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