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기와 육아에너지

by 물지우개

잠든 아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특히 내 아기가 잠든 모습은 더하다. 칭얼거리고 보채던 아기가 곤히 잠들어 있으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세상모르게 눈을 감고 있는 아기의 모습은 엄마를 질리게 만들던 직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설령 아기 돌보기가 너무 힘들어 출근한 남편에게 분노가 치밀었더라도 새근새근 잠든 아기의 숨소리는 불과 몇 시간 전의 분노를 애틋함으로 무장시킨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강현정은 예상하지 못한 육아의 쇼크에 우울감이 심했다. 모유 수유는 미성숙한 내 모성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높은 산이었고, 심한 우울감으로 내가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남편을 볼 때마다 겁박했다. 그러다 잠든 아이의 눈은 쇼크나 우울을 잊게 했다. 터질 듯 부푼 볼에 반짝거리는 이마 그리고 꼭 다문 입술,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잦은 호흡과 펜으로 가로줄을 그은 듯 작은 아기의 눈은 방금까지 활활 불타오르던 내 마음에 소화기가 되었다. 심지어 미안한 마음마저 들게 만든다. 나쁜 생각과 나쁜 짓을 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이내 반성했다.


잠든 아기의 모습은 왜 엄마를 변화시킬까? 지치고 분노하던 엄마를 어째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까? 무엇 때문에 엄마를 반성하게 할까? 아기는 배가 불러서 아니면 피곤해서 잠들었을 뿐인데 엄마는 왜 이 장면에서 특히 힘을 얻을까? 울거나 웃거나 움직이거나 말을 거는 아기보다 잠을 자는 아기에게 엄마는 긍정의 에너지를 얻을까? 엄마는 왜 잠든 장면을 찍어 SNS에 올리고 잠든 사진을 인화하여 벽에 붙여둘까? 왜 아기가 잠들었을 때 뽀뽀를 하고 사랑한다고 속삭일까?


아기의 잠은 평화를 상징한다. 안심할 수 있고 안전하다고 느낄 때 아기는 잠든다. 물론 며칠 동안 뜬눈으로 밤을 새고, 피곤이 쌓인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기의 잠은 그렇지 않다. 아기는 배불리 먹여주고, 마음 놓고 잠들 수 있는 편안한 보호자가 곁에 있기 때문에 스르르 눈을 감을 수 있다. 아기는 엄마가 분노나 불안을 느끼는지도 알지만, 일단 잠이 올 때 편히 잠들어도 보호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잠들고 싶지 않아 투정을 부려도 엄마는 노래를 불러주거나 안고 흔들어준다. 잠들어도 내 곁에서 나를 보호해 준다는 믿음이 있다. 방금까지 심하게 울었더라도 아기는 이내 평화롭게 잠들 수 있다. 자다가 깨더라도 엄마는 이내 달려와서 나를 안아줄 수 있기에 편안하게 꿈꿀 수 있다.


잠들기 전에는 비록 모자라고 어긋난 엄마라도 아기가 잠들면 안도한다. 아기를 재울 수 있는 편안한 울타리가 된 자신에게 만족한다. 분노가 치밀어 아기를 노려보고 소리를 질렀지만 내 아기가 잠들었기에 엄마는 면죄부를 받는다. 잠든 아기는 잘못해도 다 괜찮으니 이제 좀 쉬라고 엄마에게 말한다. 모든 것을 용서하는 아기의 모습에 엄마는 반성한다. 불안한 엄마였지만 편안하게 잠든 아기의 모습에 자존감이 올라가고 육아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리고 행복해진다. 잠든 아기의 모습에 엄마는 더없이 행복해져 볼을 비비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다르지 않다. 두 아이가 잠들면 나는 어느새 볼을 비비고 뽀뽀를 한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귀에 대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좀 컸다고 자기 생각을 내세우고 엄마 주장에 허점을 찾기 바쁜 아이들에게 나는 서운하고 화를 냈다. 그래도 잠든 모습은 사랑스럽다. 나를 안전한 울타리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꿈꾸는 아이들에게 아직도 엄마로서 많이 부족한 나는 면죄부를 받는다. 평소에는 전혀 내지 않던 엄마의 목소리와 표정이 아이가 잠들어서야 나타난다. 이런 목소리와 표정을 아이들이 알 리가 없다. 눈 떠 있을 때의 엄마는 명령하고 지적하고 나무라기 바빴다. 사랑한다고 부드럽게 말하지 못했다. 편안하게 웃어주지 않았다. 잠든 아이를 보며 엄마는 여전히 반성 중이다. 오늘도 잠든 아이들에게 방전된 육아 에너지를 가득 충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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