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다스리기

오직 망각뿐

by 물지우개

나는 오늘 막말을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별 거지같이 미친’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돈 없는 걸 유세하느냐고 했고 무식이 철철 넘친다고 썼다. 나는 욕을 싫어한다. 듣는 것은 물론이고 하는 것도 싫다. 그래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의 비매너 행동, 무책임한 태도와 폭언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가해졌다. 고작 돈 몇 푼 때문에 인생 이렇게 살지 말라고, 어디 가서 이런 짓 다시는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답이 없어서 결국 막말을 써서 보내버렸다.


나는 사람을 유쾌하고 반듯하게 대한다고 생각했는데 막말로 점철된 내 영혼을 마주하니 부끄럽다. 내 문자를 받은 그 사람은 나를 교사의 품위에 어긋난다며 국민신문고에 고발했다. 나는 교사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제 잘못은 쏙 빼고 내 막말만 신고했다. 나는 내일 교육청에서 민원 처리 담당자의 전화를 받게 될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내 말을 해명이 아니라 변명으로 들을까 봐 걱정이 된다.


참을 수 없었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 참아야 했었다고 해야 하는지, 유명인도 아닌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복잡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9할이고 나머지는 시원하다. 얼굴 보고 있었으면, 아니 전화였더라도 나는 저런 막말을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새빨개지고 손만 떨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당했을 것이다. 확실히 나한테 글은 용기를 주었다. 그 사람과 그 상황만 생각하면 계속 떠오르는 그 말을 나는 결국 꺼내고 말았으니. 그 사람도 나에게 막말로 되갚아주면 간단한 일을 얼마나 화가 났으면 국민신문고에 고발했을까. 나는 다시 돌려받은 폭언에 속이 더 상할까, 국민신문고 담당자 전화가 더 속상할까. 전화할 공무원은 나에게 막말을 할 리가 없으니 분명 전자다. 그런 점에서 후련하다. 그런데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지고, 더 벌어질 일을 예상하면 좀 복잡해진다.


오늘은 제대로 일하지 못했고, 먹지 못했다. 내 아이들을 챙기지 못했다. 이렇게 용기로 굴러가는 글이라도 쓰면 잠들 수 있을까 싶어 쓴다. ‘용기로 굴러가는 글’이라고 쓰니 알겠다. ‘무식해서 용감한 건 나였구나’라는 사실을. 일방적인 금전적 손해에 내가 엄청 억울해한다는 사실을. 내일 전화를 받으면 교사 언어로 적절치 않았다 인정해야겠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해야겠다. 참아야 했었다는 변명이 결론이겠다.


내 분노를 다스리는 일은 말도 글도 아니라 오로지 망각뿐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나는 말도 글도 안 된다는 점에 서러워서 살짝 눈물이 나지만 눈물은 나를 키우는 물이니 괜찮다.


나는 오늘 세상을 조금 더 알았고, 분명 조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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