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물킴 Jul 18. 2021

퇴사 후 1년간 내가 한 일

퇴사를 한 지 1년이 흘렀다. 약 10여 년의 직장생활 끝에 결정한, 두 번째 퇴사였다. 크고 작은 일들이 다채롭게 펼쳐졌지만, 대체로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일상이 채워져 갔다. 지난 1년을 정리해보는 마음으로 글을 적었다.



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기하리만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들이 꽤 있었다. 전쟁 같은 나날들을 보내다, 이런 평온함이 찾아오니 행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영 심심했다.


새로운 것들로 일상을 채워낼 수 있도록 집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애썼고, 피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하지 않으려 버텼다. 그렇게 하나씩 발견해 나가다 보면, 좋아하는 것들로 내 일상을 더 많이 채워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2. 책을 출판했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내 생각, 계획, 다짐, 감정 등을 찾아나가는 여정이었다. 브런치를 통해 오롯이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애정 했다. 그렇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들이 적어 내려 간 생각들이 좋았다.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글을 꾸준히 써보니, 책 속에 작가의 마음이 보이기도 했다. 얼마나 깊이, 많이 고민한 글인지, 알아보는 안목이 내게도 생기는 것 같았다.


더 많이 글을 쓰고 싶어 기회를 기웃거렸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책을 출판하게 되기도 했다. 대단한 출판이 아니어도 좋았다.

글을 쓴다는 건 종료가 있을 수 없었다.
더 나아지고, 다듬어질 뿐이었다.


출판을 했다는 건 결과가 아니라, 새로운 동기부여이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웹소설을 연재했다.

어렸을 땐 누군가의 그림을 베껴가며 만화를 그려보기도, 방학 때 친구들을 모아 영화를 찍어보기도 했다. 손 끝에서 무언가 창작하는 행위신기했다. 시간이 많고 글 쓰는데 익숙해지자,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만화도, 영화도 꽤 적지 않은 장비가 필요해 보였지만, 글을 쓴다는 건 그렇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밌다고 생각되는 소재와 에피소드를 찾고, 크고 작은 서사의 줄기에 그것들을 배치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이야기 속에 심었다. 내 이야기가 가장 어울리는 웹소설 플랫폼을 찾아, 유사작의 흥행요소와 패턴을 모니터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연재를 시작했고, 약 2달간 매일을 쉬지 않고 글을 썼다.


글을 쓰는 건 손이 아니라, 엉덩이였다.


조회수는 점점 상승했고, 급기야 상위 10% 조회 소설에 등극하기도 했다.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내 이야기 속의 캐릭터에게 애정을 보내는 독자들을 발견하며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빨리 다음 회에 담아내고 싶어 안달이 나기도, 더 흥미진진한 서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혼자 씨름을 해보기도 했다.


재밌게 글을 썼을 뿐인데, 돈을 번다는 게 신기했다. 첫 출금 신청을 했을 땐 정말 기뻤다. 큰돈이 아니어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을 뿐이다.


4. 강연과 컨설팅을 했다.

10여 년의 직장생활에 진심이었다. 모든 걸 잘 해낸 것은 아니었지만, 모자람도 없었다. 서당개도 풍월을 읊는다는데, 10년을 굴러먹으며 배운 것들은 써먹을게 꽤 많았다. 콘텐츠와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을 해주는 일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일들을 의뢰받아 마케팅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나누고 함께 해결하는 일들을 했다.


어떤 업무 의뢰 사이트에서는 Top 3 서비스 제공자로 꼽히기도 했다. 진심 어린 리뷰를 남겨주는 고객들에게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입고, 먹고살게 해 주시는 것이 감사해 더 진심으로 일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더 만족할까, 더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내가 아는 것을 나누고,
더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고민하는 일에 큰 재미를 느꼈다.


5. 사람을 모았다.

내가 좋아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플랫폼 화하여 사람을 모았다. 대단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이 일단 모이기 시작하면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 돈을 벌게 해 주기도, 생각지 못한 기회를 주기도 했다. 대단한 리더십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나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탐구와 성실한 꾸준함이 더 빛을 발했다. SNS는 사람을 모으는데 아주 강력한 도구였고,

내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와
세상이 필요한 관심사 사이의
공통분모를 찾아나가는 데 있어서 매우 요긴했다.


어떤 비즈니스든 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제품/서비스를 론칭하고, 사람이 모이면 수요가 있다는 뜻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해 보였다. 돈을 벌든, 사람을 사귀든, 유행을 파악하든, 공부를 하든. 모든 것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는 사람을 모아, 돈을 벌었다.


6. 운동을 했다.

땀 흘리는 일체의 행위를 극혐 했다. 그래서 유일하게 오래 했던 운동이 수영일 정도로 땀 흘리는 것을 싫어했다.

싫어하던 무언가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 거였나.


매일을 다양한 운동으로 일상을 채워내는 것이 좋아지게 되었다. 지금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제든 나의 취향과 기호라는 것도 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 더 많은 경험과 배움에 나를 내던지는 것에 전향적으로 변하게 된 계기였다.


등산, 클라이밍, 다이빙, 자전거, 헬스 등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들로 다양하게 나를 노출했다. 운동이 주는 쾌감, 후련함, 자신감 등은 생각보다 매우 강력했다.


7. 새로운 기술을 배웠다.

번 돈의 상당히 많은 비중을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접하는 데 사용했다. 지금껏 살면서 내가 길러온 재능과 기술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충분히 해본 것 같았다. 새로운 것에 나를 노출하는 경험에 매우 목이 말랐다.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리스트업 했고, 기회와 일정이 닿는 한 최대한 시도했다. 잘 맞다 싶은 것은 유지했고, 안 맞다 싶은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리스트에서 지웠다. 어설픈 시작은 미약한 발전을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익혀져 갔다.


새로운 영역에 나를 노출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주었다. 내가 살아온 삶의 방향, 모양과 다른 사람일수록 크게 매력을 느꼈다.

더 새롭고 신선한 자극으로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과 경험을 찾아 헤맸다.




이렇게 다채로우면서도, 동시에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던 한 해가 있었나 싶은 시간이었다. 지금껏 살아온 방식과는 매우 달랐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삶의 방식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이 방식을 이미 오래전부터 아주 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배우고, 더 고도화시켜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때때로 회사가 주는 안정감과, 전쟁 같은 날들 안에서 느껴지던 평온함이 생각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것이 더 이상 그립지는 않았다. 지난 1년간 내가 배우고 성장해 온 것들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었다.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허송세월을 보내는 대신, 뭐라도 하면 될 일이다. 그게 다 배움이고, 공부였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waterkim/100

https://brunch.co.kr/@waterkim/73

https://brunch.co.kr/@waterkim/98

https://brunch.co.kr/@waterkim/9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