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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Apr 23. 2021

퇴사를 하고, 월급보다 많이 벌어보았다.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를 해보니, N 잡을 해보니 하며 브런치에 글을 남긴 것도 벌써 몇 달 전 일이다. 그 사이 몇 가지 시도들이 더 실패했고, 작은 성과를 보이기도 했으며, 또 몇 가지는 안정적으로 수익화가 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퇴사 약 1년 만에 나는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1. 처음 계획한 대로 벌어진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퇴사를 하고 시작했던 일들 중 대부분은 실패로 귀결됐다. 첫 시도에서 바로 유의미한 결과(수익화)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뒤로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이지만, 처음과 지금을 비교해본다면 


시작의 단계에서 생각하지 못한 일들을
결과적으로 지금은 하고 있다. 


첫 실패들을 바탕으로 계획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했다. 장황하고 거창한 계획이라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또한 계획을 장기적, 중기적, 단기적으로 나누어 시시때때로 점검하고 수정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 달성하지 못하고 > 좌절해 내상을 입는 순환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계획의 의미 변경), 목표를 달성해 버리거나, 달성하지 못해도 좌절하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2.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 설정과 실패를 통한 습득이었다.

실패를 마주했을 때 처음엔 좌절스럽기도 했지만, 그 실패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난 열심히 최선을 다한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실패했지? 


그 실패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루트는 과감히 폐기 처분했다. 하지만 방향성에 문제는 없으나, 그 도달 지점에 가는 방법이 잘못됐다고 판단될 경우 방법을 수정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해보면 되는, 아주 간단한 단계에 부딪힌 것뿐. 실패는 사실 기복 있는 감상에 젖을 만큼 대단하고 엄청난 것들이 아니었다.


작은 시도들을 해보고, 수정된 방법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성실하고 묵묵히 천천히 그냥 그것을 했다. 정말 그냥 했다.


 대단한 의미부여를 하지도,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도,
어설픈 감성에 젖어대지도 않고.
그냥 했다. 



3. 물론 한 번에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한 것들도 있었다.

단 번에 수익화에 성공하며, 꾸준히 수요를 확인하고 시장과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일들도 있었다. 그것 역시 왜 그런가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것이 내가 다른 일들보다
더 최선을 다하고, 진정성을 다했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았다. 


세상이 기대하는 나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비교적 일치했을 때. 그때 아주 손쉽게 시장에 데뷔하여 수요를 획득해 나갈 수 있었다. 즉, 노력도 중요하지만, 나의 본질을 바탕으로 한 차별성 개발 역시 성공의 한 축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 걸어온 길, 성향, 지지하는 가치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나를 해체하고 들여다보는 과정 끝에 찾아낸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나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나만이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수익화로 연결되었을 땐 얼마를 벌든 간에 돈이 벌렸다. (일단 한 푼이라도 벌린다는 것이 중요하다.)



4. 작은 성공들이 모여 서로 시너지를 발휘했다.

실패와 계획 수정, 작은 시도 등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그 성과의 크기는 각기 달랐지만 어쨌든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성과들을 면밀히 바라보았다. 왜 이것은 성과를 냈고, 저것은 성과를 내지 못했는가를 비교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성과를 내지 못한 루트를 점검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또한, 작은 성과들이 모여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합쳐지거나,
새로운 기회를 선사했다. 


이때부턴 정말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 계획을 붙잡고 있는 것이 무의미한 순간들이 찾아왔다. 일단 그 기회를 잡고, 그것을 어떻게 내 것으로 소화하고, 어떻게 작은 성과를 추가할 것인가를 단기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지나치게 중장기적인 계획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지금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했다.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 아무 결과도 없는 사람보다는 작은 성과라도 있는 사람에게 기회는 찾아가는 것이었다. 단박에 대박을 친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고, 그런 사례는 쉽게 환상을 조성한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살아오며 경험한/관찰한/목격한 '성공'들은 대부분 천천히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이었다. 대박에 운을 걸기보다는, 차분한 성장에 운을 거는 것이 확률 면에서도 압도적이었다.



5. 한 번의 성공은 절대 끝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하는 수많은 콘텐츠. 그중 굉장히 많은 수의 것들이 '지속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한순간 큰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는 이제 경영과 비즈니스 모델의 단계로 접어든다. 한 번의 성공에 취해 그간의 실패들을 잊어버리고, 취해 있다 보면 시간은 얼레벌레 또다시 흘러갔다. 발전과 점검 없이 흘러간 시간 뒤엔 경쟁자 등장, 도태, 성공 공식의 노후화 등이 찾아올 뿐이었다. 


그 성공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면밀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여전히 과정이었다. 인생이라는 아주 길고 긴 궤도에서 만나는 아주 찰나의 풍경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지,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 


새로운 미션들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언제든지 배는 순항을 멈췄다.



6.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생각을 했다.

그것이 다 돈이었다. 계산적으로 인생을 살라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엔 나쁜 방법으로 버는 돈들도 있었지만, 그런 방법들을 제외한다면 결국 내가 남을 이롭게, 편리하게 도와주는 행위들이 돈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려면, 나부터 좋은 콘텐츠들로 내 삶을 채우고, 좋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좋은 가치와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했다. 월급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가져야 할 가장 큰 차이점은 그것이었다. 


월급을 받는 삶은 꼭 '인적 성장'이 필요하진 않지만,
월급을 주는 삶은 '인적 성장'이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좋은 책을 만나면 감사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감사하고, 좋은 생각을 깨우치게 되면 또 감사하고. 감사한 일들이 참 많았다. 



7. 성공에 중독되는 만큼, 실패에도 중독된다.

성공이 사실 별 것이 아니고, 여전히 무언가를 해결해 내야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풍경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난 성공보다 실패에 주목하게 되었다. (물론 작은 성공들을 만났을 때 충분히 기뻐하고, 치하하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다시는 그 작은 성공조차 만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얼마나 소중한 성공인가.)


하지만 성공만큼이나 실패 역시 가치가 있었다.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를 해석해내고, 그 해석을 다음 실행에 반영하면 반드시 성장했다. 무엇이라도 조금은 나아져있었다. 그 발전을 계속 쌓고 쌓다 보면 언젠간 작은 성공도, 큰 성공도 만나게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실패에 크게 좌절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실패의 순간을 마주하면,
무언가 또 배울 게 없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지금의 수익화 방법이, 그렇게 번 돈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수많은 노하우, 깨달음, 생각법, 원리 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나에게 남을 것을 확신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과정을 기꺼이, 또한 묵묵히 걸어 나가면서 성장하는 것이 지난 1년간 참 재미있었다.


내 삶을 살면서 돈이 따라오는 것과,
돈을 벌기 위해 내 삶을 사는 것.
엄청난 차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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