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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Oct 12. 2021

20살이었던 나에게, 40살의 내가.

스무 살. 어렸을 땐 마냥 크고 거대한 나이 같았다. 스무 살이 되면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두며 날짜를 세곤 했었다. 거진 마흔을 앞두고 있는 지금께(그렇다. 정확히는 아직 40살이 된 것은 아니다. 에세이적 허용으로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돌아보니 그토록 어리고, 그리운 나이가 또 있을까. 


나이를 먹는 것도 서러운데,
이런 청승은 덤이다.


뭐가 그리도 심각하고, 바쁘고, 서럽고, 고달팠는지. 캄캄한 앞길을 헤집고 다니는 기분에 뭐가 그렇게 막막했는지. 그렇다고 인생 반 바퀴 정도를 달려온 지금, 뭐 하나 더 뚜렷하게 훤히 보이는 것은 없지만, 뭐랄까. 이제 굳은살이 박혀 허허허 하고 웃고 넘어가는 일도 생겼달까. 그런 의미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꼭 섭섭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스무살엔 없던 여유와 경험이 결코 쉬이 얻어진 것은 아닐테니까. 



1. 괜찮다, 많이 실수하자.

많이 실패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아픈 것이다. 실패로 배우는 것도 분명하지만, 그 단어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스무 살에 벌이는 일들이 '실패'로 귀결될 일은 결코 흔치 않다는 것을 마흔쯤 살아본 우리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스무 살의 '나'여. 많이 실수하자. 너는 아직 미완성이고, 배울게 많은 젊은이일 뿐이다. 그리고 반성하자. 내 실수도 돌아보고, 남의 실수도 돌아보고, 


그 모든 것이
나의 성숙과 깊이로 이어지면 될 일이다. 


그걸로 20살의 '나'는 충분하다.


2. 인기는 없어도 돼, 매력 부자가 되자.

마흔이 되어도 '와, 이 사람 정말 매력 있다!' 싶은 사람은 정말 손에 꼽는다는 걸 스무 살의 '나'여, 아는가. 친구도 많아야 할 것 같고, 친화력도 좋아야 할 것 같고, 목소리도 좀 커야 할 것 같고. 그런 사람을 세상이 좋아하는 것 같고. 


그런 삶이 얼마나 바쁘고 힘겨운지 아는가! 
그런 삶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자신을 잃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만난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안 되는 이런저런 '척'을 하며 살 필요가 없다. 매력은 남의 시선,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내 안의 단단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만이 내뿜는 기운 같은 것이다. 세상과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들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에 부던히도 집중해, 나만의 알맹이들을 발견한 사람들이 갖춰낸 선물 같은 것들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개성, 자존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참 신기하지. 이런 사람들에겐 알아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찾아든다는 게. 


3. 피 말리는 인맥, 청산하자.

천상천하 유아독존, 멋대로 살라는 것은 아니다.(뭐,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꽤 있긴 하더라만은.) 세상사 어차피 남, 세상과 교류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이치. 맞지 않는 사람들과 피곤한 놀음을 하느라 벌써부터 진빼지 말자. 그런 관계들은 어떤 정서적 교환도, 유용한 도움도 주고받을 수 없다. 


나의 쓰임과 용처가 명확하면
인맥은 자연스럽게 뻗어나간다.


스무 살의 '나'여, 이력서 칸에 취미, 특기를 적기 힘들어 곤란해하는 시절을 졸업하자. 세상이라는 놀이터에서, 나라는 인간이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 사람인지 꾸준히 발견하고 탐구하자. 그렇게 발견한 것 하나하나가 나의 인맥의 씨앗이 될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사귀는 것이다. 인생을 즐기는 나만의 101가지 방법을 찾고, 또 찾아 나서자. 그리고 그것을 함께 향유하고 즐겨줄 사람들을 기꺼이 환영하자.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인맥들이 나의 주변을 감싸줄 것이다. 


4. 하고 싶은 게 생겼다? 당장 하자!


하고 싶은 걸 발견했다니,
들고일어나 박수라도 쳐야 할 일이다.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진귀하고, 흔하지 않은 기회이자 감정인지 백번을 강조해도 모자랄 것이다.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데,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만 뿜어져 나오는 가능성과 에너지에 한 번쯤은 모든 것을 맡겨보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잠을 자고 싶은가? 진짜 사람이 죽은 거 아닌가 싶게 자보자. 마냥 놀고만 싶은가? 어디 가서 난 이렇게까지 놀아봤다 무용담을 늘어놓을 수 있게 놀아보자. 하고 싶은 것을 정말 마음껏 하자. 그리고 그것을 했을 때 어떤 성취감을 얻게 되는지, 어떤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지. 반드시 직접 맛보자. 


'너'는 그래도 되는 스무 살이니까!


하고 싶은 것들을 그렇게 켜켜이 차곡차곡 쌓아오면, 그것이 어느 순간 자신이 걸어온 길이 되고, 나만의 개성이 되고, 고유의 매력이 될 것이다. 세상이, 모두가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 줄 것이라 기대하지 말자. 그런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나를 믿는다면, 내가 나의 방향에 확신이 있다면,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라. 그 길의 끝에 분명히 나만이 마주할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이 존재할 것이며, 나의 길을 지지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이쁠 나이, 스무 살.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 가능성을 지녔다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아름다울 나이. 2회 차 스무 살을 살아볼 의향은 없지만, 

1회 차 스무 살을 살고 있을 누군가의 삶들이
온전히 '나'답고, 매 순간 충만히 행복할 수 있기를. 


청춘이 가진 그 싱그러운 에너지가 무작정 그리울 때가 있는데,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예순의 내가 마흔의 나에게 전해줄 말들을 기대하며, 마흔의 나 역시 다시 20년을 부단히도 씩씩하게 걸어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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