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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Apr 18. 2021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의미

생각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보거나, 먹거나, 말하거나, 행하는데 평생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온전히 행하기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두려움'이다. 뒤쳐질 것 같은 두려움, 그 시간에 다른 걸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 등. 즉,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가치하게 생각해왔던 것이다.



1.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바보처럼 시간을 축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경험, 가치 등이 공유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누구보다도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오는 패스트트랙 위의 선두주자이자, 뛰어난 러너(도 아니면서 그런 것)처럼 살았다.


숨 가쁘면 자책과 격려를 반복하면서,
계속 달려 나가는 삶에 대해 높은 가치를 쳐주곤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나에게 선사하는 것은, '생각의 명료함'이다. 그 시간이 나의 생각의 군더더기를 맑게 걸러내 주고,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접시를 머릿속에 준비했을 때. 그때 비로소 피어오르는 생각, 가치들이 내 삶에 진정한 본질(essence)과 우선순위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우린 이 '생각'이라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 먼저 합의를 해야 한다. 생각이 행동을 지배하고, 생각이 없다면 내 삶 또한 의미가 없다는 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산다 해도 그것을 내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 시간을 내가 어떻게 정의 내릴 것인가에 대해서 답할 수 있다면 완전히 다른 오늘을 살 수 있다.



2.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의 가치에 대해서 동의했다 친다면(오늘의 주제는 아니기에), 나의 생각을 명료하고 깨끗하게 파악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흔히 말하는 '명상'등의 액티비티는 나의 머릿속을 맑게 해 주고 > 지나가는 수많은 잡생각, 스트레스, 불안 등으로부터 나를 잠재우는 역할을 한다. (명상처럼 나의 생각을 맑게 해주는 액티비티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것은 개개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 상태를 반복적으로 맞이하다 보면,
비로소 어떤 명료한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그 순간의 생각을 포착하고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비우고, 비워낸 이후 찾아낸 나의 본질에 매우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빈둥거리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잘 살펴보면 그것 역시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먹거나, TV를 보거나, 의미 없는 수다를 떨거나, 웹툰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등.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떠한 것을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숨소리에 집중해본 적이 있는가. 나의 세포와 근육들이 살아 숨 쉬는 것에 집중해본 적이 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롯이 나의 존재와 살아있음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행위에 가깝다. 즉 거의 대부분의 외부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다.



3.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명상과 비슷하게 나에게 아주 유사한 느낌을 선사해준 액티비티에는 프리 다이빙이 있다. 프리 다이빙은 최소한의 산소를 사용해, 깊은 수심을 타는 익스트림 스포츠이다. 수심을 타는 행위는 완전히 나의 숨과 산소를 컨트롤해내며 기록을 경신하는 트레이닝에 가깝지만, 그 컨트롤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몸과 머릿속을 완전히 비워내는 '무',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생각을 하는 것 역시 뇌를 운동시킨다. 잡생각, 스트레스 만으로도 피로를 느끼는 것은 결국 사실인 것이고, 생각이 많다는 것은 뇌를 매우 피곤하게 만드는 행위인 것이다.


어떠한 자극으로부터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불필요한 정보, 감정, 스트레스 등을 컨트롤한다면. 그리고 내 머릿속에 피어오르는 건강하고 본질적인, 최소한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삶의 효율이 굉장히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가까운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계속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평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행동과 생각을 심플하게 비워내는 것을 채 1분도 하지 못했다. 끊임없이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것, 어젯밤 생각했던 불안감, 인간관계 갈등에 대한 자책 등이 내 머릿속에 끼어들곤 했다. 그것이 매우 건강한 활동, 이를테면 독서, 운동 등과 같은 액티비티라 할지라도. 무언가 하는 행위를 비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본질적 생각의 발견은,
오히려 내가 무언가를 행동할 때
그 방향과 의미를 정해주고,
결국 그것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의 가치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자.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면, 우린 아주 간단하고 쉽게 정신력과 행동력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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