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파닉스 가르치는 순서는 영어와 다르다!
아이들에게 문자를 가르치기에 앞서 그 문자의 기본적인 특성을 이해하면 좋습니다. 요즘은 글로벌 시대라 다양한 언어를 가르치고 싶은 부모님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래도 역시 한국에 사는 아이가 가장 먼저 배우기 시작할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어와 영어 문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해 봅시다. 한국어와 영어 문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해 보면 한글과 영어 파닉스를 가르칠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될 거예요. 오늘의 주제인 '한글을 처음 배울 때 왜 모음부터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도 드릴 수 있게 될 겁니다.
한국어와 영어 문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대표적인 공통점으로 두 문자 모두 '소리 글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낱자가 개별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지요. '뜻글자'인 한자와 비교해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뜻글자의 조합 원리
父母 = 父 + 母
낱말을 분해해도 뜻이 살아있다.
'父母(부모)'라는 한자어를 분석해 보면, 父는 '아빠'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母는 '엄마'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父와 母가 만나 '아빠와 엄마'라는 뜻의 父母가 됩니다.
소리글자의 조합 원리
엄마 ≠ 엄 + 마
낱말을 분해하면 뜻이 사라진다.
me ≠ m + e
낱말을 분해하면 뜻이 사라진다.
그러나 '소리 글자'인 한국어 '엄마'는 '엄'과 '마'로 떨어뜨려 놓으면 뜻이 사라집니다. 한글은 뜻이 아닌 소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문자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통문자로 익힌다면 한국어나 영어보다는 한자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모양 그대로 한 가지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반면 소리 글자인 한국어나 영어는 낱자의 음가를 익혀야 쉽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음가를 조합된 순서대로 읽어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한글이든 영어든 소리 글자의 낱자의 수는 낱말의 수에 비해 극소수입니다. 그래서 익혀야 할 개수가 매우 적죠. 그 덕분에 뜻 글자를 사용하는 국가에 비해 소리 글자를 사용하는 국가의 문맹률은 문맹이 많던 시절부터 낮았다고 합니다. 세종 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와도 통합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전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홀베이셔도 마참네 제 뜨들 시러펴디 몯할 노미 하니라 내 이랄 윙하야 어엿비너겨 새로 스믈 여들 짜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니겨 날로 쑤메 뻔한킈 하고져 할따라미니라
훈민정음 서문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우리말에 맞는 문자가 없어 백성들이 뜻을 전하기가 어려워 28자를 만들어 모든 사람이 쉽고 편안하게 쓰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이죠. 한글은 만들어지고 고시된 이유와 시기가 분명한 유일한 문자라고 합니다. 과거 계급 사회에서 보통은 그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귀족 이외의 일반 백성들을 위해 문자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한글은 창제 이유부터가 남달라요. 그리고 그만큼 쉽게 익히도록 만들어진 '소리 글자'입니다. 이 창제 원리에 맞게 우리 아이들에게도 한글 파닉스를 잘 가르쳐 보자고요!
한글과 영어 문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차이점이 있겠습니다만, 만 3-6세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의 입장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한글과 영어 문자의 차이점은 '음절'의 구분에 있습니다. 한글은 한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문자를 보더라도 음절이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한글 : 음절의 구분이 명확하다.
나 - 1음절
우리 - 2음절
친구들 - 3음절
그러나 영어의 경우는 영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음절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영어 : 음절의 구분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dog : 1음절
puppy : 2음절
happiness : 3음절
한글의 음절 구분이 명확한 이유는 한글의 조합 원리에 있습니다. 반면 영어는 낱자들이 자음과 모음의 구분 없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한글의 조합 원리 : 자음 + 모음 + 받침
영어의 조합 원리 : 낱자(자음과 모음들)들이 일렬로 나열
이 조합의 원리 때문에 한글의 낱자를 나열할 때에는 자음과 모음을 따로 나열하지만, 영어는 A부터 Z까지의 알파벳이 자음과 모음의 구분 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즉, 한글을 처음 배울 때에는 자음과 모음을 따로 배워야만 하지만, 영어의 경우에는 처음 배울 때에 자음과 모음의 구분 없이 도입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한글은 왜 모음부터 배워야 할까요?
앞서 한글의 조합 원리를 살펴보며,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따로 배울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모음부터 배우는 것이 좋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음만으로는 단어를 만들 수 있지만, 자음만으로는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 3-6세 아이들은 분석적 사고가 아직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한글의 구조를 설명해 줘도 이해가 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단어들을 문자로 표현해 주어야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음을 먼저 가르쳐 본다고 합시다. 어른들이야 'ㄱ'이 '그'소리가 난다고 알려준 후 'ㄱ'소리가 나는 글자를 찾아보라고 하면, '가방, 고기, 공' 등 많은 단어들을 찾아올 수 있겠죠. 그것은 이미 'ㄱ'이라는 자음이 들어가는 글자를 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한글을 완전히 처음 배우는 만 3-6세 아이들에게 'ㄱ'이 '그'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려주고 'ㄱ'소리가 나는 단어들을 찾아보라고 하면 반응은 십중팔구 이렇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엄마?" 실제로 제 아들이 그랬습니다.
보통 자음부터 배우는 경우 'ㄱ'은 '그' 소리가 나고,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알려주는데, 그 방법은 글자를 경험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 방법으로 글자를 읽게 되지는 않습니다. 'ㄱ'의 모양과 소리를 익히게 한 후, '가방, 고기, 공' 등의 단어를 읽어주면, 아이는 그 글자들이 'ㄱ'으로 시작되는 글자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ㄱ'으로 시작하는 다른 단어(예를 들어 '고리')를 읽을 수는 없습니다. 통문자를 보여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효과입니다.
배운 것은 써먹어야 재미가 있는 법입니다. 어린아이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한글을 처음 배운 날부터 주변의 글자를 읽거나 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만 3-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음의 음가를 먼저 가르치면 배운 낱자로 단어 하나 만들어보지 못한 채 14개의 자음의 음가를 외우게 됩니다. 물론 모양과 소리를 외울 수는 있습니다. 아마도 잘 외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자음을 활용하여 단어를 만들어 보는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이걸 왜 외워야 하는 것이지?"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반면, 모음부터 가르치면 모음을 배운 첫날부터 단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아!"라는 감탄사죠. 둘째 날은 "아야!"하고 아플 때 내는 소리를 읽고 쓸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배우는 단모음은 10개 밖에 안 돼요. 기본 자음 14개보다 그 수가 적지요. 그런데 기본 자음 14개를 먼저 배운 아이는 단어를 조합하기가 어렵지만, 기본 모음 10개를 먼저 배운 아이는 바로 단어를 조합하고 읽기 시작합니다. 단모음 10개로도 만들 수 있는 단어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단모음 10개로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단어의 예
아이
아야
오이
우유
이유
여우
유아
다양한 감탄사 : 아! 으.... 어! 오! 이야~ 우...
모음만으로 상황극을 하며, 알맞은 감탄사를 읽어서 찾게 하거나 쓰게 하는 활동도 가능할 것입니다. 아직 단어의 수는 적지만, 자신이 읽고 쓸 수 있는 단어들이 매일 늘어나는 것을 느끼면 아이들은 더 한글 파닉스 배우기에 흥미를 느낍니다.
모음을 다 배운 후 자음이 한 개씩 추가될 때마다 쓰고 읽을 수 있는 단어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이는 자음을 한 자 한 자 배울 때에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배움을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자음을 절반도 배우기 전에 이미 한글 조합의 원리를 깨우쳐서 받침 없는 낱말들을 배우기도 전에 전체를 읽게 됩니다. 이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한글 모음을 가르칠 때의 팁 : 소리 없는 자음(ㅇ)을 함께 가르친다.
모음만 배워서 글자를 조합하려면 소리 없는 자음인 'ㅇ'을 함께 가르치는 것이 좋습니다. 'ㅏ,ㅑ,ㅓ,ㅕ'와 같은 식으로 모음만 가르치면 자음부터 가르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ㅏ~ㅣ'의 소리를 먼저 가르치되 소리 없는 자음인 'ㅇ'과 만나 글자가 만들어지고, 그 글자들이 단어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모음 10개를 배우는 동안 아이는 한글의 조합 원리를 이해하고 단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익히게 됩니다. 이것을 익힌 아이는 자음을 배울 때에 자음이 들어갈 자리를 쉽게 이해하고, 차례로 소리를 내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제 구체적으로 한글 모음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말씀드릴게요! 적당한 파닉스 책을 활용해도 좋고, 파닉스 책 없이도 가능합니다.
만 3-6세, 한글 모음은 이렇게 가르치세요.
<사전활동>
ㅏ~ㅣ까지의 모든 모음을 함께 보면서 읽는다. (모음송을 활용해도 좋다.)
<본활동>
1. 하루에 한 개의 모음의 모양과 음가를 가르친다. "'ㅏ'는 '아'라고 읽어."
2. 'ㅏ'를 다양한 방식으로 따라 쓰게 한다. (책 위에, 모래 문자, 허공, 엄마 등 뒤에...) "따라 써볼까? 'ㅏ'."
*획순을 정확하게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지만, 아이가 틀렸다고 엄하게 지적하지 않는다. 모범을 보이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보고 고쳐나가도록 한다.
3. 소리 없는 자음 'ㅇ'과 합체한 모습을 보여준다. "소리 없는 자음 ㅇ과 만나면 '아'와 같은 모양이 돼. ㅇ은 소리가 없어서 '아'라고 모음만 읽으면 돼. 따라 읽어보자. '아'."
4. '아'를 다양한 방식으로 따라 쓰게 한다.
<후속 활동>
5. 이전에 배운 모음들과 조합하여 다양한 단어를 만들어 읽고 써본다.
*'ㅏ'를 배우는 단계에서는 생략. 예를 들어, 'ㅠ'를 배우는 날에는 '우유', '아야' 등도 함께 읽고 쓴다.
6. 모음은 개수가 적으므로 매일 똑같은 단어를 읽고 쓰게 해도 좋다.
*복습은 매우 중요하므로, 새로운 단어를 조합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아이는 자신이 쓸 수 있는 단어의 개수가 매일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큰 성취감을 느낀다.
만 4.5세였던 아들은 이 방법으로 하루 20분을 공부하여 1달 정도 되었을 때에는 기본 자음과 단모음으로 이루어진 받침 없는 한글 단어를 모두 읽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독자님들도 아이들과 모음 공부하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자음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