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쓰기 획순, 첫 단추부터 잘 끼우는 꿀팁 공개
모음을 다 익혔다면, 아이는 한글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다양한 모음으로 이루어진 단어 쓰기도 해온 터라, 한글의 구조도 어렴풋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글에 모음과 자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매일 모음 공부만 했으니, 얼른 자음도 배우고 싶어서 달달거리기도 해요.
축하합니다! 한글 공부의 가장 재미있는 단계로 오신 것을 환영해요!
‘자음’을 익히는 단계는 항해로 따지면 순풍 구간입니다. 자음 익히기가 재미있는 단계인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알아보아요!
모음을 배운 후 자음 익히기가 재미있는 이유!
1. 자음을 1개만 더 알아도 만들 수 있는 단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ㄱ’ 하나만 더 익혔을 뿐인데 만들 수 있는 글자의 수는 모음 10개를 배웠을 때보다 더 많아지니 아이 입장에서 너무너무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모음 10개와 자음 ‘ㄱ’으로 만들 수 있는 단어의 예
아가, 아기, 여기, 거기, 아이, 아이고, 구유, 고기, 고가, 가구, 기아, 가야, 겨우, 이거, 그거, 구이, 고요, 우기다, 이기다, 우가우가, …(그밖에 다수)
굳이 더 나열하지 않아도 전에 모음 10개를 조합해서 만든 글자의 수보다 많을 거라는 느낌이 오시지요? 이는 가능한 문자의 수를 단순 계산으로 조합해 보기만 해도 당연한 일입니다.
두 음절로 단순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단어의 수
'아-이'의 10개의 모음을 조합할 경우 : 10 X 10 = 100개
자음 'ㄱ'과 'ㅏ-ㅣ'의 10개 모음을 조합할 경우 : (2 X 10) X (2 X 10) = 400개
무려 4배나 됩니다. 개수로는 300개가 늘어나요. 만약 자음이 'ㄱ'과 'ㄴ' 두 개로 늘어난다면?
두 음절로 단순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단어의 수
'아-이'의 10개의 모음을 조합할 경우 : 10 X 10 = 100개
자음 'ㄱ'과 'ㅏ-ㅣ'의 10개 모음을 조합할 경우 : (2 X 10) X (2 X 10) = 400개
자음 'ㄱ-ㄴ'과 'ㅏ-ㅣ'의 10개 모음을 조합할 경우 : (3 X 10) X (3 X 10) = 900개
자음이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인데, 500개의 조합이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ㄱ-ㅎ'까지의 자음 14개와 모음 10개를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두 글자의 단순 조합은 몇 개나 될까요?(실제로 사용되는 단어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음절로 단순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단어의 수
'아-이'의 10개의 모음을 조합할 경우 : 10 X 10 = 100개
자음 'ㄱ'과 'ㅏ-ㅣ'의 10개 모음을 조합할 경우 : (2 X 10) X (2 X 10) = 400개
자음 'ㄱ-ㄴ'과 'ㅏ-ㅣ'의 10개 모음을 조합할 경우 : (3 X 10) X (3 X 10) = 900개
자음 14개와 모음 10개로 조합하 경우 : (14 X 10) X (14 X 10) = 2744000개
무려 이백칠십사만사천 개입니다! 이러니 모음을 배울 때는 심드렁하던 아이도, 자음을 배우면서는 조금만 노력해도 읽고 쓸 수 있는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어지니, 장님이 개안을 하는 느낌입니다!
2. '가'만 알면, '하'까지 원리가 같다.
'가'는 'ㄱ'과 'ㅏ'가 합쳐져서 나는 소리입니다. '가'의 소리는 다음과 같이 발음하며 배우게 됩니다.
ㄱ + ㅏ = 그 + 아 = 그아 = 가
'나'는 'ㄴ'과 'ㅏ'가 합쳐져서 나는 소리로, '나'의 소리는 다음과 같이 발음하며 배우게 됩니다.
ㄴ + ㅏ = 느 + 아 = 느아 = 나
'다'부터 '하'까지도 원리는 똑같습니다. 만 3세 이상의 아이는 이것을 깨달을 수 있는 인지 능력이 됩니다. 자음을 중간 정도까지 배우면 어느 순간 가르치지 않은 글자까지 스스로 읽어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부모도 아이가 가르쳐주지 않은 글자까지 한글의 조합 원리를 깨달아 읽으니 "우리 아이 영재인가?" 하고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우리 아이 영재설은 한글 받침을 가르치면서 많이 깨집니다.
물론, 그런 일은 자음을 가르칠 때에 공부하기 앞서 매일 'ㄱ'부터 'ㅎ'까지의 음가를 읽어줄 때 가능합니다. 하루에 한 두 번만 읽어주어도 아이는 금방 익힙니다. 저희 아들의 경험담입니다. 아들은 슈퍼한글파닉스 교재의 자음송을 자음을 배울 때에 매일 들려주었지만, 영상이나 노래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ㄱ'부터 'ㅎ' 포스터를 한 자씩 가리키며 "그느드르므스스으즈츠크트프흐"라고 읽어주어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접하게 하는 것입니다.
매일 자음의 음가를 접한 아이는 보통 오래 지나지 않아 자음의 모양과 음가를 외우게 됩니다. 반복해서 접한 것은 장기 기억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자음을 한 자씩 배우지만, 어느 순간 한글의 조합 원리를 깨닫고 스스로 조합해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한글 포스터(자음-모음표)를 아이가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으면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지나다니면서 배운 글자도 읽지만 배우지 않은 글자도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신기했던 것은, 오빠가 공부하던 것을 구경하던 20개월 정도 된 둘째도 자음의 소리를 구분하여 짚어낸다는 것입니다. "그 어디 있어?"하고 물어보면 'ㄱ'을 정확하게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일부러 가르친 적은 없는데도 식별해 내고 자기도 짚어보겠다며 먼저 요구하기도 합니다. 놀이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3. 운필력이 모음을 공부하는 동안 많이 좋아져서 자음 쓰기는 보다 쉽게 배운다.
이전 글에서 한글을 처음 공부하던 주에 모음을 처음 본 아들의 반응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 글을 참고 바랍니다.
https://brunch.co.kr/@waysbe/112
처음에는 'ㅏ, ㅓ, ㅗ, ㅜ'를 구분하지 못했던 아들이, 이제는 'ㄱ'과 'ㄴ'을 바로 구분합니다. 글자의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단모음이 10개이니 10일 만에 이루어진 기적입니다.
불과 10일 만에 운필력이 많이 좋아져서 글씨에 힘이 생겼습니다. 아무 방향으로 선을 긋던 아들이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획을 긋습니다. 모음을 익힌 아이에게 하루에 한 개 자음의 모양과 음가를 익히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그런데 만약 아직도 운필력이 부족한 아이가 있다면, 숫자 쓰기를 병행해 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글 쓰기보다 숫자 쓰기는 더 쉽습니다. 아이가 0-9까지의 수 개념이 있다면, 숫자 쓰기를 통해 운필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운필력이 좋아지면, 한글 쓰기를 훨씬 수월하게 익힙니다.
운필력이 부족한 아이의 숫자 쓰기 학습지가 필요하시다면, 아래 글을 참고 바랍니다. 무료로 제공받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운필력이 없는 만 2-3세를 위해 만들어진 학습지입니다.)
https://brunch.co.kr/@waysbe/128
정리하자면,
1. 자음을 1개만 더 알아도 만들 수 있는 단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 '가'만 알면, '하'까지 원리가 같다.
3. 운필력이 모음을 공부하는 동안 많이 좋아져서 자음 쓰기는 보다 쉽게 배운다.
이러한 이유로 모음을 익힌 후에 자음을 익히는 단계는 엄마도 아이도 즐겁습니다. 하루 한 개 자음 익히기를 아이들과 함께 해 보시길 추천드리며 구체적인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만 4.5세 아들의 자음 익히기 20분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하였습니다.
하루 1개 자음 익히기
1. 사전학습 : ㄱ-ㅎ의 모든 자음의 음가 들려주기(자음송 이용)
2. 본학습 : 자음 1개 중점적으로 학습하기(ㄷ의 예)
- ㄷ의 음가 알려주기 : "ㄷ은 '드'라고 읽어. 따라 읽어보자. 드."
- ㄷ의 모양 따라 쓰기 : "'드'는 이렇게 쓰는 거야."
*다양한 방식으로 따라 쓰기 : 책 위에, 모래문자에, 허공에, 책상 위에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등에
- ㄷ 쓰기 학습지 : 획순을 정확하게 알려줄 것
- ㄷ으로 이루어진 단어 학습 : 이전에 배운 모음과 자음 조합하여(예 : 다, 가다, 오다, 이다, 두유, 나도, 너도, 드디어) 읽고 쓰기
*아직 배우지 않은 자음은 가능하면 배재한다.
3. 후속학습 : 'ㄱ-ㄷ'이 들어가는 받침이 없는 단어 만들기(이동문자, 한글 자석 교구 등), 받아쓰기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학습을 하면 만 4세를 기준으로 20분이면 충분합니다. 아이의 발달 상황이나 집중도에 따라 시간이나 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기억으로 가져가기 위해 전에 배웠던 자음과 모음들을 적절히 섞어 제공해야 하며, 모든 자음의 모양과 음가를 하루에 1번 이상 제공하여야 합니다.
이 점을 지켜주신다면 아이는 14일 만에 기본 자음의 학습을 완료하고, 한글 자음-모음표의 모든 글자를 읽게 될 것입니다. 모음 10개와 자음 14개를 24일, 즉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뗄 수 있습니다. 아들이 한글을 배운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한글의 자음-모음표에서 랜덤으로 가리킨 글자를 읽어 내자 신이 난 남편은 아이가 좋아하는 로봇을 선물로 사 주었습니다.
자음 학습 꿀팁
1. 처음부터 획순을 알려주자.
획순은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합니다. 처음에 잘 못 익히면 습관으로 굳어져 고치려면 추가로 고생을 해야 합니다. 처음이니 모양만 맞게 그려도 된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그렇다고 획순이 틀릴 때마다 지적하고 혼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이에게 매일 진지한 자세로 시범을 보이면서 쓰는 순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획순을 알려줄 때에는 다음을 기억하세요.
1. 위에서 아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2. 시작점, 멈추는 점, 끝점을 생각하며 쓰기
3. 처음 한글 쓰기를 배울 때에는 멈추는 점마다 "떼고"라고 말하며 의식적으로 연필을 떼 줍니다. 의식적으로 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ㅁ이나 ㄹ을 이어서 그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2. 처음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글씨체로 알려준다.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글씨체는 기본 도형(가로선, 세로선, 사선, 동그라미)으로 이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규칙이 복잡하면 아이들이 쓰기 어려워합니다. 궁서체보다는 판본체에 가까운 글씨체가 좋을 것입니다.
컴퓨터 글씨체도 조심해야 합니다. ㅅ, ㅈ, ㅊ의 경우, 컴퓨터 글씨체 중 많은 글씨체가 오른쪽과 왼쪽이 가운데에서 동일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 연필 필기체의 ㅅ, ㅈ, ㅊ과 다릅니다. 따라서 쓰기 학습지를 고를 때에 그 모양을 잘 보셔야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똑같은 ㅅ이지만 한글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보기에는 전혀 다른 모양입니다.
저는 아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글자의 모양을 디자인하여 제공하였습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한글을 접하게 되면 다양한 글씨체를 보고도 아이가 혼란스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처음 쓰기를 접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음의 모양을 일관되게 제공해야 합니다.
3. 생활 속에서 많이 읽어보게 한다.
그림책의 제목, 길을 가다 간판을 보았을 때, 음식점의 메뉴판 등 아이가 배운 낱자로 조합된 단어를 발견하면 많이 읽어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아는 글자가 나오면 열심히 읽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생활 속에서 접해야 살아 있는 교육이 됩니다.
4. 받침 없는 한글 동화를 함께 읽는다. (선택 활동)
막상 자음과 모음을 모두 배워도 받침을 배우지 않으면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몇 권 되지는 않지만 '받침 없는 한글 동화'를 검색하면 구매하여 함께 읽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책들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덧붙여, 받침없는 글자를 충분히 익힐 수 있는 게임 및 활동용 학습지를 소개합니다. 아래 글을 참조해 주세요.
https://brunch.co.kr/@waysbe/158
다음 글에서는 '받침'을 가르치는 꿀팁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보통 모음과 자음까지의 단계는 시중의 학습지만으로도 수월하게 해내십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받침' 배우기 단계에서 막힙니다. 정말 정말 중요한 받침 배우기! 다음 글도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