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 녹여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기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3-6세를 대상으로 한 엄마표 학습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해요. 입시? 아니지요. 내 아이를 영재로 만들기? 아닙니다. 사람들마다 목적은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저의 목적은 이렇습니다.
적기에 발달을 도와주고, 그릇을 키워주기.
그래서 정말로 학습을 해야 하는 시기에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좀 애매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적기에 발달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원칙 1-적기 교육을 이야기할 때 했기 때문에 생략하고, '그릇을 키워준다.'는 말은 무엇일까요?
'그릇'은 음식을 담는 도구입니다. 그릇이 커야 음식을 많이 담을 수 있지요. 만약 음식을 앞으로 아이가 배울 수많은 배움이라고 한다면, 그 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그릇을 키워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릇은 교육학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안타깝게도 어느 정도는 타고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여러 발달 이론에 따르면 0-3세는 뇌가 형성되는 시기이고, 그것이 3-6세까지 어느 정도 이어져요. 즉, 타고난 그릇의 크기가 조정되는 시기라는 것이지요.
3-6세의 교육은-학습을 포함해서- 음식을 담는 데에 치중해서는 안 돼요. 그릇을 키우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이 되어야 하고, 지식보다는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기초적인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과목으로 치면 국어, 영어, 수학을 엄마표 학습의 대상으로 선택했지만, 그것은 국어, 영어, 수학 지식을 높이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그 과목을 선택한 것은 언어와 수학이 결국은 지식을 담는 가장 기초적인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영수가 주요 과목이 된 가장 본질적인 이유도 같을 것입니다. 결국 국영수는 모든 과목의 기초가 되기에 국영수를 어느 정도 잘하는 아이가 다른 과목도 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한글이나 영어 등)를 읽어야 사회나 과학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언어는 모든 학문과 생활의 기초 도구가 되고, 수학은 직접적으로 두뇌를 훈련시키는 과목입니다. 언어와 수학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야 문장의 앞뒤 관계를 파악하고, 문맥을 읽으며, 중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그것이 결국은 어느 분야를 공부하든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과학에 흥미 있는 아이가 과학책을 보면서 단어 해독에서 막혀 버린다면 얼마나 답답할까요?
제가 아이와 정말로 해보고 싶은 것은 자기주도적인 프로젝트 학습입니다. (생각만 해도 설레네요!) 그런데 자기주도적으로 프로젝트 학습이 가능하게 하려면 최소한 글을 스스로 읽고 쓰고, 주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가장 먼저 언어(한글, 영어)와 수학 학습을 엄마표 학습의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마침 만 3-4세가 쓰기와 읽기의 적기이기도 하고요.
초등학생 시기가 되면 지식을 폭발적으로 흡수하는 시기가 오는데(제대로 된 프로젝트 학습이 가능해지는!), 그 시기에 쓰기와 읽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요? 기초 학습이 되어 있는 상태와 아닌 상태는 본 학습의 결과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나 더 덧붙여, 학습을 하는 방법과 집중을 하는 능력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면 무언가를 알아가고자 할 때, 정말 손쉽게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저의 아이들의 유아기에 그런 상태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서론이 장황해졌는데요, 오늘의 주제는 성공하는 엄마표 학습의 5가지 원칙 중 세 번째, '일상이 되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방법과 공부량 정하기'입니다.
성공하는 엄마표 학습의 5가지 원칙
1. 적기(아이가 발달적으로 학습을 할 준비가 되었을 때)에 시작한다.
2. 매일, 꾸준히 실천하여 공부하는 습관을 만든다.
3. 일상이 되어도 부담스럽지 않을 방법과 공부량을 정한다.
4. 재미를 추구하기보다 원리를 깨우치는 기쁨을 알려준다.
5. 점차 스스로 하도록 유도한다.
서론에서 엄마표 학습의 목적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3-6세 엄마표 학습의 목표는 지식(결과)이 아닌 아이의 그릇을 키우는 데(뇌 발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장기 마라톤으로 보셔야 합니다. 하루 이틀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장기 마라톤은 단거리 달리기와 차이가 큽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힘을 들여 부담스러운 양을 공부한다면 아이도 공부에 질려 버리고, 엄마도 지치게 됩니다. 그러면 장기 마라톤인 엄마표 학습을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게 되어요.
우리가 특정한 시험을 준비하면서 잠도 줄이고, 쉬는 시간도 갖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특정 기간에 한정된다는 가정 때문입니다. '이 시기만 참으면 꽃길이 펼쳐지리라.'는 기대 때문이지요.
그런데 엄마표 학습은 3-6세만 생각해도 3년이고, 그 뒤에도 길게 이어진다면 초등학생 시기를 포함해서 5-10년 가까이해야 할 수도 있어요. 이 시기를 '참아내야만 하는' 고난의 시기로 보낼 자신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유아기의 엄마표 학습은 일상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부담스럽지 않을 공부 방법과 공부량을 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가장 훌륭한 공부방법과 이상적인 공부량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나와 내 아이가 감당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공부 방법과 공부량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수년간 큰 스트레스 없이 엄마표 학습이 가능해집니다.
먼저 부담 없는 공부량(공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기준은 집마다, 아이와 부모의 생활 패턴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부담이 없는 공부 시간을 설정하려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부담 없는 공부 시간의 설정을 할 때의 고려할 점
1. 아이가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2. 매일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시각
저의 경우는, 하루에 1시간, 30분씩 두 번으로 쪼개어 매일 엄마표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20분씩 3번을 했었어요. 그런데 수개월이 지나니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오후에 긴 시간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아침에 유치원 가기 전 30분, 자기 전에 30분 정도로 조율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아이의 상태나 공부 과목에 따라 계속 변화해 가겠지요.
시간을 아침, 저녁으로 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엄마표 학습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있지만, 엄마표 학습은 제 아이들의 생활의 메인이 아닙니다. 3-6세 아이의 경우, 학습보다는 노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놀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오후 시간을 다 비우고 아침과 자기 전에 하게 된 것입니다. 학습에 초점을 맞춘다면 유치원에 갔다 와서 잠시 쉬었다가 졸리지 않은 시간에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예요. 하지만 저희 아이는 매일 놀이터에서 놀아야 하는 아이이고, 친구를 즉흥적으로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가족끼리 유치원 끝나고 놀다가 외식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녁을 먹고 놀이 일과를 다 마치고 공부를 합니다. 솔직히 졸려서 효율이 좀 안 오를 때도 있습니다만, 매일매일 부담 없이 하기에는 좋은 방법입니다. 약속을 만들면서 '오늘 공부는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 부담이 없기에 거의 빠짐없이 매일 실천이 가능했어요.
처음 시작하시는 분의 경우, 3-6세는 10분을 먼저 시작해 보아도 좋아요. 중요한 것은 매일 하는 것에 있습니다. 두 번째 원칙(매일, 꾸준히!)에서 말씀드렸듯이, 길게 어쩌다 한 번 하는 학습보다는 짧게 매일 하는 학습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10분씩 1가지만 매일 해도 달라지는 아이를 볼 수 있을 거예요. 만약 부담이 되신다면 짧아도 되니, 매일 실천하기만 꼬옥! 해보시길!
두 번째로 부담 없는 공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아요. 부담 없는 공부 방법도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해요.
부담 없는 공부 방법을 결정할 때의 고려할 점
1. 엄마의 특성
2. 아이의 특성
엄마의 특성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그중 두 가지 정도는 꼭 생각해 보시면 좋아요. 첫째는 엄마의 성격이고, 두 번째는 엄마가 준비에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는가입니다. 엄마의 성격에 따라 학습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액티브 한 분의 경우 활동이나 놀이 중심으로 계획을 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적인 분의 경우, 학습지나 앉아서 조작하는 활동 위주로 계획을 할 수 있어요. 얼마나 준비에 투자 가능한지도 엄마마다 달라요. 어떤 분은 학습 자료를 만들 수도 있겠고, 어떤 분은 만들지는 못해도 여기저기서 효과적인 학습 자료를 찾아 다운로드할 에너지는 나실 수도 있고, 어떤 분은 그냥 문제집 한 권 사서 풀리는 것이 좋겠다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더 좋다'보다 더 중요한 건, '무엇을 매일 할 수 있겠느냐'입니다. 최상의 것을 하기로 결심하고 안 하는 것보다는, 무엇이 되었든 매일 하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저는 학습 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다운로드하기도 하고, 문제집도 사용합니다. 성격이 액티브 한 편은 아니어서 주로 조작 활동이나 학습지로 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활동을 곁들입니다. 매일 놀이나 활동을 준비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도 있지요.
3-6세 시기에 문제집(학습지)을 하는 것이 맞느냐, 활동 중심 놀이 중심이 맞지 않을까, 이런 고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고민했어요. 그런데 해보면서 느낀 것은 3-6세 아이들이 쓰기의 민감기에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쓰기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집은 하루에 30분 이내의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문제집으로 인해 특별한 문제가 나타날 일도 없습니다. 보통 문제가 되는 아이들은 아이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장시간을 공부에 묶어 놓아 놀이 시간이나 자율적인 활동을 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이니까요. 오히려 저희 아들의 경우 읽기 연습과 자기주도학습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아이의 특성에 맞는 공부 방법을 정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활달한 아이라고 활동 중심으로, 조용한 아이라고 정적인 활동 중심으로만 하면 아이의 특정 성격을 더 강화하는 것이 될 수도 있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3-6세 유아의 학습은 학습으로 얻게 될 지식(결과) 보다 학습의 과정으로 인해 뇌가 발달하고,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고, 언어와 수학의 기초 사고력을 습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부모님이 아이가 배웠으면 하는 것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해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능력치를 파악하시고 그 정도에서 시작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앉아서 공부하는 것을 가르치고 싶을 때, 5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갑자기 30분 앉아 있게 하는 것은 고문입니다. 조금씩 습관을 만들어 주고 점차 늘려가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말로만 이해하지 못한다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을 주어서 이해를 도와야 하겠지요. 즉, 아이에 맞는 공부 방법이라는 것은 아이의 발달과 수준에 맞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아이가 재미있어할 만한 것을 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에 아이가 거부감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셔야 합니다. 처음이라서 그런 것이지, 그것이 공부와 맞지 않는 성향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모가 소신을 가지고 실천해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다만, 아이의 저항이 날로 거세진다면 적절한 방법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므로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아이가 점차 받아들이고 때때로 재미있어 한다면, 공부하기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저희 아들도 그랬습니다. "아침 시간에 놀아야 하는데, 갑자기 공부를 한다니! 그리고 내 맘대로 하고 싶은데, 엄마가 가르쳐주는 대로 해야 한다니!"하고 처음 몇 주는 공부하자고 하면 우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습관으로 자리 잡았고,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수개월이 지난 현재 아이는 아침, 저녁으로 공부하는 것에 불만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재미있어할 때도 많습니다. 수학 개념이나 한글, 영어 문자를 가지고 놀이 시간에 스스로 놀 때도 있습니다.
공부로 인한 즐거움은 놀이가 주는 자극과 다릅니다. 처음부터 자극적이고 재미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랑비에 젖어들듯, 하다 보면 점차 재미가 있어집니다.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적성을 찾아주는 길이 아닙니다. 가능한 많은 경험을(관심 없는 분야를 포함해서) 하게 하여, 그중에 무언가를 찾아가게 해야 합니다. 아직 모르기 때문에 재미를 못 느끼는 경우도 많거든요. 알면 재미있어질 수도 있는데, 그 재미를 끝까지 모르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공부는 재미있는 일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것을 즐깁니다. 저는 저의 아이들에게도 그 재미를 알려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 일상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어린 나이부터 공부가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하는 아이에게도, 그것을 준비하는 엄마에게도, 그냥 밥 먹고, 양치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상. 때로는 조금 귀찮을 때는 있을 수 있어도 부담스러운 스트레스가 되진 않게 엄마표 학습을 계획하세요. 그리고 일상처럼 매일 실천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