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유아의 뇌발달 + 한글 교육을 시작하는 적기
한글 교육을 시작한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그리고 두 번째는 어떤 방법으로(통문자로 아니면 파닉스로) 시작해야 하는가?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궁금해하시는 질문들이 있지요. 오늘은 그 질문들을 중심으로 한글 교육 시기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글 교육은 언제 시작되는가?
국가마다 공식적으로 교육과정에서 모국어 교육을 시작하는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만 5-7세를 기준으로 합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는 시기가 일치하고, 모국어 교육을 시작하는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그 시기에 교육하는 것이 발달에 적합하다는 것을 오랜 시간 경험적으로 터득했기 때문일 거예요.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만 6-7세)을 한글 교육의 공식적인 시작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글을 떼고 가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입니다. 많은 유치원들에서도 7세 졸업반이 되면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해 한글 쓰기를 가르칩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에서 한글을 가르치지만, 여러 교과서를 읽으면서 수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미리 한글을 떼고 오는 것이 아이가 학교에 편안하게 적응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쳐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한글 파닉스를 떼는 것은 비교적 단기간이면 되지만,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는 것은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한글에 관심을 가진다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글을 떼고 조금씩 책을 읽는 연습을 할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한글 교육이 가능한 것은 언제부터 일까요?
일단 아이의 뇌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좌뇌와 우뇌가 어떤 영역을 관장하는지는 많이들 들어보셨을테니, 간단히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좌뇌는 이성적, 논리적, 언어적 능력을 관장하며, 말하기, 읽기, 쓰기 등의 언어적 능력과 수학, 추리, 계산 능력 등이 여기에 속해요. 우뇌는 감성적, 직관적, 시각적 능력을 관장하며, 시공간능력, 감정, 창의적 사고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합니다.
좌뇌와 우뇌의 균형적인 발달은 매우 중요합니다만, 우리가 보통 '학습을 한다.'라고 했을 때는 좌뇌의 발달이 시작되어야 해요. 그런데 우뇌는 태어날 때부터 발달하기 시작하지만, 좌뇌는 만 3세 경이되어야 발달이 시작됩니다. 유치원 교육이 만3세부터인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거지요. 그 이전에는 의도적인 학습이 어려우며 우뇌를 자극할 수 있도록 오감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이와 같은 뇌 발달에 대해 이해를 하면, 본격적인 한글 교육은 최소한 만 3세 이후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글에 대한 경험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글에 대한 경험은 그보다 어린 나이에도 가능하지만, 우리가 '학습'이라고 할만한 활동을 적용하는 것은 최소한 만 3세 이후입니다.
물론 만 3세가 되었다고 좌뇌의 역할이 갑자기 우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기에 좌뇌의 발달이 시작된다는 것이지, 여전히 우뇌가 더욱 발달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언어 및 수학의 학습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는 학습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마다 뇌의 발달 속도가 다릅니다. 한글 교육을 시작하는 적기는 만 3-6세이지만, 아이마다 적절한 시기는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간혹 만 3세가 맞네, 만 6세가 맞네 하고 의견 다툼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마다 다를 수 있으니 내 아이를 잘 관찰해서 그 아이에게 맞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한글을 일찍 가르치면 그림책을 읽을 때에 상상력에 방해가 된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저는 이 주장은 루머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주장이 맞다면 한글을 일찍 뗀 아이들은 상상력이 부족하고, 한글을 늦게 배운 아이들이 더 창의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글을 일찍 떼고 늦게 떼고와 상상력의 발달은 큰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능이 높은 아이가 한글도 자연스럽게 일찍 떼고, 상상력도 더 좋은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한글을 뗀다고 해서 바로 그림책을 술술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암호 해독 수준이기 때문에 그림책을 봐도 글자보다는 그림이 더 눈에 잘 들어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의력과 관련해서는 글자를 모르게 하는 것보다 그림책을 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글밥 위주로만 그림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림에 대해 대화도 나누고, 글을 읽고 다음 내용을 생각해 보는 등 사고력을 자극하는 방법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그림만 있는 그림책들도 있으니 그런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글을 안다는 것은 생활에 여러 가지 방면에서 자유를 줍니다. 상상력에 방해가 되는 측면보다 지적 활동의 범위를 넓혀주는 측면이 더 큽니다. 문해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글을 일찍 깨우치는 것이 나쁜 측면보다 좋은 측면이 더 많아요.
다만 우리 아이가 적기가 되지 않았는데 억지로 주입을 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됩니다. 애벌레에게 날기 연습을 시키면 의미 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죠. 애벌레는 더 잘 먹고 잘 기어다니는게 더 멋진 나비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되듯이 아직 한글을 배울 발달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면 한글 대신 그 시기에 더욱 발달할 수 있는 부분을 자극해 주세요. 먼저 나비가 된다고 더 큰 나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가 있을 정도로 늦은 것이 아니라면 조바심은 가지지 않아도 되어요.
우리 아이가 적기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학습을 할 수 있는 뇌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좌뇌의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능력이 발달하기 시작해야 한글 학습을 수월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한글 교육의 적기에 있다면, 적절한 방법으로 교육하였을 때 당신의 아이는 6개월 이내에 한글을 뗄 수 있습니다. 며칠 가르쳐보면 적기인지 느낌이 옵니다. '조금만 가르쳐도 바로바로 흡수하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가르쳐 보면 압니다. 만약 많이 힘들어한다면, 적기에 이르지 않았거나 무언가 준비가 더 필요한 것입니다.
'성공하는 엄마표 학습의 첫 번째 원칙 - 적기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엄마표 학습을 시작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시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1. 아이가 엄마의 지시를 따라 활동하는 것이 가능한가? (지시수행능력)
2. 아이가 5-10분 이상 앉아서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가? (집중력)
3. 아이가 연필을 잡고 기본적인 도형(가로선, 세로선, 사선 등의 직선, 동그라미)을 의도적으로 원하는 크기로 원하는 위치에 그릴 수 있는가? (운필력)
그리고 지시수행능력, 집중력, 운필력이 되지 않는다면 먼저 위의 세 가지 능력부터 준비시켜야 한다고 말씀드렸었지요. 자녀가 만 3-4세 이상의 나이에 해당하며, 위 세 가지 능력이 갖추어졌다면 한글 파닉스 교육을 시도해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한글 교육의 시작은 통문자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파닉스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통문자는 언어적 경험을 하고 우뇌를 자극하는 데에는 도움을 주지만, 한글이라는 문자를 읽고 쓰게 되는 것과는 별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간혹 통문자를 접한 아이가 때그 되어 자연스럽게 문자의 조합 원리를 깨달아 스스로 한글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한글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아이들에 해당하는 이야기 입니다. 더 많은 비율의 아이들이 통문자로 한글을 미리 경험하였더라도 한글을 읽고 쓰는 교육은 파닉스로 다시 하게 됩니다. 만약 적기에 파닉스 교육이 들어가지 않으면 오히려 통문자가 한글 배우는 것을 방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들 만 2-3세에는 통문자로 한글 교육을 시작하고, 이후에 파닉스로 확장해 나간다고들 말합니다. 구몬 한글이나 기탄 한글, 한글나라 등 많은 한글 학습지들도 통문자 학습지부터 제공하지요. 어차피 만 3세 이전에는 좌뇌가 성숙하지 못하여 파닉스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한글 교육을 굳이 해야 한다면 통문자로 교육을 할 수밖에 없고, 한글을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나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조기에 한글 교육을 하는 학습지가 통문자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만 3세 이후 준비가 되었을 때에 한글 파닉스로 바로 시작해도 한글 읽고 쓰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통문자가 아니더라도 만 3세 이전에 할 수 있는 언어적 경험은 다양하고, 통문자를 먼저 경험한 아이가 한글 읽고 쓰기를 먼저 하게 되거나 더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즉, 좌뇌 발달 이전에 하는 통문자 읽기 활동은 한글 읽고 쓰기와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만 3세 이전, 좌뇌가 발달하기 이전에 아이들은 문자도 그림으로 인식합니다. 통문자 읽기가 가능한 것은 아이들이 글자조차도 사진을 찍듯이 그림으로 인식하여 그 모양을 식별해 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자 전체를 사진처럼 찍어서 기억하기에 ‘바다’와 ‘가위’를 말할 수 있다고 해도 '바위'는 읽지 못합니다. 하지만 통문자 수백 개를 기억하고 읽는 것은 가능해요! 엄청난 능력이긴 합니다. 아이가 수백 개의 글자 모양을 기억해서 말하니 우리 아이 영재인가 싶고, 경이로운 광경이긴 해요! 좌뇌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뇌가 발달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통문자 읽기 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능력에 주목을 하여 우뇌 발달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래서 저는 통문자 읽기를 문자 교육의 측면보다는 우뇌의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우뇌 발달을 위해서라면 해봄직도 합니다. 우뇌 발달을 위한 수많은 방법 중에 통문자를 선호한다면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영아기에도 자연스럽게 통문자를 접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학습을 하듯이 통문자를 외우게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몬테소리 교육 이론에 의하면 쓰기의 적기가 읽기의 적기보다 먼저 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글 파닉스 교육의 구체적 사례를 말씀드리며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시기가 만 3-4세 무렵입니다. 이 시기에 좌뇌가 발달하면서 파닉스를 가르쳤을 때 충분히 빠른 속도로 이해를 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파닉스의 이해가 가능한 아이라면 통문자의 교육은 오히려 비효율적입니다. 세종대왕은 처음부터 한글을 소리 문자로 만들었습니다. 한글은 소리 문자로 배울 때 훨씬 쉽고, 한글의 창제 원리에도 적합합니다.
저희 아들도 만 4.5세에 한글 파닉스를 시작하여 2달 만에 한글 읽기와 쓰기를 뗐습니다. 통문자 교육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통문자 교육을 받았던 아이들보다 한글을 배우는 속도가 전혀 느리지 않았습니다.
요약하자면, 한글 교육은 만 3세 이후 아이를 잘 관찰해 보고 아이의 좌뇌가 발달하기 시작하고(말이나 행동에서 예전보다 논리력이 발달되고), 학습을 할 준비(지시수행능력, 집중력, 운필력)가 되었을 때 파닉스(소리 문자 교육)로 시작하시면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하실 수 있습니다.
통문자 교육은 언어적 경험과 우뇌의 발달 측면에서 생각해 보시고 하실지 여부를 판단하시면 됩니다만, 한글을 읽고 쓰는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만약 아이가 통문자를 읽다가 문자 간의 공통점을 파악하는 것을 발견한다면 그 아이는 좌뇌가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파닉스 교육을 슬슬 시작할 때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지나가는 간판들을 보며 공통점을 찾기도 할 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