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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Jul 01. 2024

걷다 보면~ 투!

함께 걸을 때

  "백 투더 퓨처~~!" 하면서 침을 튀기면, "로보카아압~~!" 하면서 맞받아치고, 다시 "로보카아~~~ 압 투!!"로 응대하면서 장난치던 시절이 떠 오릅니다. “걷다 보면 생각나는 것들”로 글을 썼더니 아내가 읽고 "같이 걷다 보면"으로도 글을 써 보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글은 제목이 "걷다 보면~투!" 부제 "함께 걸을 때"입니다.


  저는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냥 편하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혼자 걷는다는 것은 결코 재미있는 일은 아니거든요. 몇 년 전에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서 며칠 휴가를 낸 적이 있습니다. 휴가철이 아니다 보니 누구랑 같이 보낼 수도 없고 해서 카메라 하나 들고 혼자 제주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발 닿는 곳으로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도 찍고 식사 때를 벗어나 눈에 보이는 카페나 음식점이 있으면 커피 한 잔에 식사를 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지내다 왔습니다. 말 그대로 "쉼"이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들에게 "졸업하면 워킹홀리데이 신청해서 호주에 1년 정도 다녀오면 좋지 않을까?"운을 떼 봤더니 "아빠! 난 누구랑 같이 안 가면 자신 없어!" ㅎㅎ "알았다!" 대화 종결! 아내도 마찬가지로 목적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랑"같이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당연히 여행은 함께 하는 것이고, 걷는다는 것은 "같이" 하는 것이죠.


  같이 걷다 보면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듣기도 하고,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맞장구도 쳐 줍니다. 혼자라면 1시간도 길게 느껴지는데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2시간 정도는 어느새 훌쩍 지나갑니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란 노래처럼 동네 한 바퀴는 "같이" 돌아야 제맛인가 봅니다. 함께 할 좋은 이웃이 있다는 것은 기쁨입니다. 또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은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되어 줍니다. 심각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도 같이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새 힘"을 얻습니다. 해결책은 나오지 않지만 "해결된 마음"을 갖고 돌아갑니다.


  가끔 아내와 같이 걷기도 하고, 친한 이웃과 함께 걷기도 합니다. 깔깔 웃기도 하고, 소곤소곤 작은 비밀도 이야기합니다. 저녁 찬거리를 나누기도 하고 대승적 여행계획도 세워봅니다. 사실 역사는 함께 걸으면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 집무실보다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에서 더 많은 정책결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미확인 추론도 해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누군가와 걷고 있습니다. 보폭이 안 맞으면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걸으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편하게 걸을 수는 있지만 "삶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어가지는 못할 듯합니다.


  같이 걷다 보면 오늘의 경로가 조정됩니다. 늘 가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도 가게 됩니다. 내가 모르는 길이지만 용기가 생깁니다. 함께 하는 사람이 대단한 가이드(전문가)가 아님에도 믿고 따라갑니다. 또는 믿고 따라옵니다. 같이 걷는다는 것은 보폭도 맞아야 하지만 생각도 맞추어가야 합니다. 부부도 걸으면서 생각을 맞추어 갑니다.  어느 누가 특별한 전문가가 아님에도 가장 좋은 길로 같이 선택합니다. 같이 걷는 것은 같이 경로를 수정하는 것입니다.


  혼자 걷다 보면 함께 걷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실망과 좌절, 후회와 걱정, 낙심과 절망을 걷어내고 싶을 때 혼자 걷지 말고, 같이 걸어가면 우리는 오늘을 또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같이 걸어요.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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