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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Aug 10. 2022

밥보다 요가

요가는 나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다.

점심시간이면 요가를 하기 위해 11시 10분쯤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회사에서 등록해 준 피트니스는 선착순 25명까지만 입장 가능하다. 서둘러 가지 않으면 운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좀 일찍 나가는 편이다. 피트니스는 예전부터 복지 차원에서 꾸준히 지원을 해주고 있었지만 몇 달 전부터 요가 클래스가 있는 곳을 한 곳 더 추가 지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요가가 있다는 정보에 나는 무척 신이 났다. 운동을 원래 좋아한다. 오래전부터 헬스 및 요가를 즐겨했었는데 평생회원권으로 끊은 피트니스가 부도가 나면서 갈 곳을 잃었다. 그 이후 여기저기 몇 번 요가를 다니긴 했지만 2014년도에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로 내려갔다. 그 후로는 요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지금은 7년 만에 같은 회사를 다시 오게 됐다. 그것도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요가를 다시 시작한 지도 벌써 3개월은 지난 것 같다. 점심 약속이 없으면 무조건 요가를 간다. 점심 약속도 나는 일부러 잡지 않는다. 밥보다 요가가 더 좋기 때문이다. 누군가 밥을 사준다고 하면 사양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법카를 사용하기 때문에 맘속에 짐을 질 필요도 없다.


나는 태생이 몸치에다 나무토막이다. 손을 뻗쳐 바닥으로 내리면 무릎까지도 내려오지 않을 정도로 몸이 뻣뻣했다. 예전에 핫요가가 한참 유행할 때 열심히 다니면서 유연성을 기른 적이 있다. 하지만 배워서 익힌다고 다 유지가 되는 건 아닌가 보다. 원래 몸이 유연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처럼 유연성 없는 사람은 하던 거 멈추면 원래 내 몸으로 다시 돌아온다.


오랜만에 시작한 요가는 내 몸의 근육 세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삐걱거리는 녹슨 기계처럼 잘 움직여주질 않았다. 몇 달 동안 얼마나 열심히 요가를 했는지 모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클래스가 조금씩 달라 배우는 재미가 있다. 동작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안 되는 동작은 집에 와서라도 연습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젠 제법 동작에 폼이 나기 시작했다. 안되던 동작들도 이젠 거뜬히 되고 또 어떤 동작들은 내가 더 잘하는 것도 있다.


점심에 요가하는 것이 좋은 이유가 밥을 먹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요가를 가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먹을 시간이 없다. 난 그만큼 밥 먹는 것보다 요가하는 것이 더 좋다. 요가를 하지 않았을 때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샐러드나 샌드위치, 김밥 등 직접 집에서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간단히 먹고 내 시간을 활용하는 걸 즐겼다. 여의도는 밥 한번 먹으려면 엄청난 줄을 기다리던가 남들보다 훨씬 일찍 나가서 먹어야 한다. 밥 먹는 게 전쟁이다. 난 그런 전쟁은 하기 싫다.


요가를 하면 정신이 말개지고 몸이 너무 개운해진다. 힘든 동작을 하다 보면 가끔 몸에서 에너지가 우주로 방출되는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의 희열은 느껴 본 사람만이 안다. 요가도 중독성이다. 하면 할수록 멈출 수가 없다.


오늘은 약속도 없었는데 요가를 가지 않았다. 날씨도 계속 비만 내리고 오랜만에 서점엘 다녀왔다. 회사 건물 지하에 영풍문고가 있어 자주 갈 수 있는 곳인데도 잘 못 갔다. 문득 책을 좀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가 대신 책을 택했다. 역시나 밥 안 먹고 할 수 있는 좋은 시간 활용이다. 한 시간 반가량 책을 보면서 온라인으로만 찾아보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고 보고 싶은 책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책 사진을 찍어 두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한다. 되도록 전자책을 선호하지만 종이책만 나오는 경우에는 가끔 사기도 한다. 책이 집에 쌓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미니멀 라이프라 책은 모으지 않는다. 모처럼 둘러보다 괜찮은 책 몇 권을 찜해놨다. 이번 달 목표는 책 5권 읽기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면서 책을 좀 많이 읽게 됐다. 비행기 안에서 책 읽는 것이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집중과 몰입이 가장 잘 되는 곳이다.


어쨌든 오늘은 요가를 건너 띠고 서점으로 향한 건 잘한 일이다. 내 몸은 늘 요가를 부르지만 주 1회는 오늘처럼 서점을 둘러보는 재미를 가져보려고 한다.


아이폰 카메라 어플 <구닥> 피트니스건물. 삼각뿔 꼭지점이 가르키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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