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울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 화장대도 따로 없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후다닥 로션과 선크림을 바른다. 육아 11년 차에게 거울은 머리카락이 삐죽거리지 않는지, 선크림이 고루 발렸는지 확인하는 정도의 도구다.
그런데 요즘 네가 보고 싶을 때 가끔, 거울 속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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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우릴 본 사람들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 자매가 쌍둥이 같이 너무 비슷하다. 누가 언니예요?‘ 아니면
‘와! 자매가 너무 다르네요.‘
아마도 전자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사실 후자보단 전자가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동생과 내가 안과 겉 모두 정반대라 생각하며 자라왔기 때문에 쌍둥이 같이 너무 비슷하다는 말은 도통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나이가 마흔이 넘고 나와는 결이 정말 다른 양극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렴풋하게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그렇게 닮았다면, 내 얼굴에서 너를 찾아보자. 사진을 봐도 좋지만, 사진은 슬프니까. 살아있는 너를 찾는다.
눈.. 코.. 입.. 눈썹.. 볼..
아무리 봐도 눈도 다르고, 코도 다르고, 입도 다르고, 눈썹도 다르고, 얼굴형도 다르다. 피부톤도 다르다.
네 눈은 더 크고 코도 더 오뚝하고 입도 더 가늘고 눈썹도 더 여성스럽고 볼도 홀쭉하고 얼굴형도 갸름하고 피부톤도 희다.
계속 들여다본다.
아주 조금 네가 언뜻.
살며시 일자로 차분히 다문 입. 그 입의 끝.
모든 일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나른하고 무심하지만
영민하고 악의 없는 눈빛.
일 못하게 생긴 힘없는 순한 손가락.
그런.. 것?
반투명한 트레싱지 위에 손에 힘을 빼고 흘겨 따라 그린 것 같이 가늘게 네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내 얼굴에 주름살이 그려지면
너를 찾기 더 어려워지겠지.
조금만 더 닮았으면 좋았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