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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Jul 30. 2023

나의 소속사 대표님이야기

나는 잘나가는 연예인일까

숨 가쁘게 달려온 한 주가 지나가고 다시 주말이 돌아왔다.

아침에는 우유부운 시리얼을 아침으로 먹고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캐나다 사람들. 나도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느긋하게 차 한잔 끓여 마시며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날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에 있었으면 주말에도 평일과 별반 다르지 않게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 떨며 일을 나가거나 밥하고 청소하며 어떻게든 시간을 알뜰하게 쓰면서 24시간도 모자라게 지낼 수밖에 없었을 텐데  오늘만큼은  나도 캐나다사람이 되어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며  여유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오래간만에 음악을 켜고 차 한 잔을 앞에 놓으니 저절로 무드가 잡힌다.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창밖으로 울창한 나무를 올려다본다. 항상 좋기만 하던 캐나다 날씨가 오늘따라 우중충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잘 살고 있던 한국을 떠나 캐나다서 공부를 하겠다며 부모

님 곁을 떠나 타국에서 와서 지내고 있는 것도  벌써 8개월이 지나가 있다. 이민자들이 살기 좋다는 나라에 손꼽히는 캐나다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언어장벽과 문화차이로 인해  아무리 오래 있다고 해도 남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 시작이 드니 내 조국 한국이 많이 그리워지고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때가 많이 생각난다.


특히 어젯밤 외할아버지를 하늘로 보내고 많이 슬퍼하는  부모님과 오랜만에 영상통화를 하는데 눈에 띄게 늘어나는 부모님의 주름을 보니 부모님을 향한 온갖 감정이 사무치게 올라온다. 오늘만큼은  그동안 복잡해진 내 머릿속을 비우고 부모님에 대한 생각만 가득 채워 넣고 싶다는 생각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부모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을 한 방울을 훔치며 사진첩을 꺼낸다. 그동안 부모님과  참 많은 곳을 같이 다닌 흔적들이 보인다. 사진첩에는 부모님 사진은 하나도 없고 온통 내가 웃고 있는 모습들 뿐이다. 어머니가 해준 맛있는 음식사진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역시 부모님 모습은 을 수가 없고 음식 앞에서  내가 행복해하는 사진들 뿐인 걸로 봐서 그동안은  어머니가 음식을 해주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음식 뒤에는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하다고는  전혀 알지 못한 채로. 그렇게  어머니가 정성껏 만들어주신 음식사진을 보고 있자니  한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부모님과 같이 한 집에 살 때는 느끼지 못한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과 감사함으로 그렇게 몇 분을  하염없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무조건 적인 사랑으로 나를 키워내신, 나를 위해 엄청난 정성을 쏟아부어준 부모님이 계셨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는 것을 왜 지금에서야 알았을까.  부모님이 안 계셨더라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모님을 생각하니 갑자기 기획사가 떠오른다. 한편으론 부모님이 마치 기획사 사장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 모든 자식들은  ‘부모님’이라는 기획사에 속해 있는 연예인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자식이나 연예인이나 성공할 사람들은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는 공통점까지 있다.


빛을 보는 시기는 자식들마다 서로 다르지만 빨리 정신을 차릴수록 자신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게 된다. 소위 성공한 인기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그냥저냥 걱정 없이 살아가는 중 박 친 연예인과 깜깜무소식인 무명 연예인도 모두 기획사에 속해 있다.


자식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대기업, 의사, 공무원, 사업가 등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직업을 가진 자식과 그냥저냥 회사 다니는 자식, 아무것도 안 하는 백수 자식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투자를 했으면 아웃풋이 나오기 마련이다. 물론 개개인의 능력의 차이는 인정해 주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자식이 부모가 원하는 결과만 가져다주지 않는 것처럼 기획사 사장도 누구나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 가끔 음주 운전이나 도박 등 사고를 치는 연예인도 있기 때문이다. 자식도 예외일 수는 없다. 부모님 속만 지지리 썩이는 자식들도 많다.  소속 기획사 없는 프리랜서 자식들은 혼자의 힘으로 부단히 노력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지극히 드물지만 쓰레기보다 못한 기획사도 있다고 한다.


기획사와 부모가 다른 점을 생각해 보았다. 기획사는 사람을 보고 투자를 한다. 즉, 성공 가능성이 있는 사람한테만 투자한다. 연예인을 매개체로 하여 이익을 창출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부모님은 앞뒤 계산하면서 투자를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는다. 무조건 자식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한다. 그게 다른 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도 어릴 때부터 교육을 빙자하여 수많은 학원에 수많은 돈을 갖다 냈다. 기획사에서 나 하나 잘 키워내려고 막대한 투자를 한 셈이다. 부모님이 나에게 들인 돈을 따져보자면  어마어마한 액수라서 셀 수도 없다.  

다행히도 나는 좋은 기획사 사장을 만나서 소속사 계약 문제없이 순탄한 연예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결과가 어떻든지 나에게 아낌없이 투자해 주시고 계시는 사장님께 감사하다. 연예인으로 이름을 알리는 시기는 남들보다 늦을 수는 있더라도 묵묵히 기다려주시는  내 오랜 소속사 사장님인 부모님의 투자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소속사를 배신하는 연예인은 되고 싶지 않다. 이역만리 떨어진 이곳 캐나다에 와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의 적극저인 지원 덕에 가능했던 것임을 잊지 아야겠다.  이곳에서 내가 목표로 한 직업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공부를 마치고 직업을 얻어 당당하게 부모님 앞에 금의환향하는 날을 꿈꾸며 지금까지 좋은 기획사 노릇을 해주신 부모님께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부모님, 제가 인기 연예인이 되어서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날까지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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