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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May 18. 2024

공부가 제일 쉬운 사람들

새벽 1시에 전에 시험 본 셀핍점수가  메시지가 왔다.

문자를 보니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셀핍 사이트에 들어가서 후다닥 아이디 비번치고 로그인 하고

점수를 확인해보니



리스닝 8점?

 오예!

 라이팅 7점? 스피킹 7 점?

생각보단 잘 나왔네 하는


.

.

.

.

.

.

.


이런 리딩이 6점으로 찍혀있다.


엥?

 6점이라고?

리딩점수가  생각보다 너무 낮게 나왔다!


시험 볼 때 별 어렵게 느끼지도 않은 곳에서  6점을 받았다니

도대체  시험치는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닐 거야 아닐 거야 잘못 본 걸 꺼야 하고 눈을 비비고 다시 점수를 들여다본다.


응 너 6점 받았다고^^

8점을 6으로 잘못 본 게 아니라  확실히  6 이었다!



솔직히 10개 내외로 틀린다고 가정해도
 9점은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6점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되잖아!


리딩까지 7점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리딩에서 도대체 몇 개를 틀린 걸까. 그때 생각 많이 해서 고친 문제가 원망스럽다. 아니지 세 개 맞았다고 해도 7개 틀렸다고 해도 이것보다는 점수가 높을 텐데? 무슨 문제를 틀린지도 몰라서 더 답답하다.


시험이라는 것은  잘 봤다고 생각하면 점수가 낮고 오히려 망쳤다고 생각하면 점수가 생각보다 잘 왔다는 말이 맞다.


집에서 문제를 풀어볼 때는 점수가 잘 나오길래 시험 날 긴장만 하지 말고 내용을 꼼꼼히 읽으면서 풀면 되는 건 줄 알았다. 설령 10개보다 많이 틀린다고 가정해도 앞부분은 다 맞을 것이고 최대한 많이 틀렸어도 8은 나올 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정답을 골랐던 건.


누군가가 " 너 셀핍 몇 점이야?"라고 물아보면 리스닝이 12점이든 라이팅이 10점이든 상관없이 제일 낮은 영역 점수가 사용이 되니 내 셀핍 점수는 6점인 것이다.


이 허탈한 마음은 하루종일 쉽게 사라지지가 않았다. 열심히 하지 않은 미련이 담긴 점수라고 생각하니 왜 공부를 대충 했지? 스스로에게 열까지 받는다.

이거 답이 체크 제대로 안 된 건가?
   시스템 상 오류가 있었던 것  아니야?재채점 신청할래!


부랴부랴 셀핍 후기를 닥치는 대로 검색해서 읽어나갔다. 알고 보니 리스닝 10 점 라이팅 9 점 스피킹 8점 받아도 리딩에서 5점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셀핍 리딩은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문제를 많이  풀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했던 것이다. 다행인건 재채점을 승인받으면 1점 올릴 수도 있다고 했다 .  리딩과 리스닝은 사람이 채점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로 채점되기에 점수가 오를 확률은 거의 0%.  재채점 신청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진이 더  빠졌다.

 

어쨌든 지금 현재 내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여야한다.  
그래야 새로운 길이 보일 테니 말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도 있다는 말을 좋아했다. 핑곗거리를 찾을 때 유용히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 속담도 성립이 안 되는 게  나는 애초에 떨어질 영어실력이 없었던 것이었다.


 언어라는것은 캐나다에 있다고 해서  그냥 느는 것이  아니라는걸 간과하고 살았다.  특히 셀핍이나 토플, 아이엘츠와 같은 시험은  북미문화에 대해서도 높은 이해력도 요구하기 때문에  잡지식도 많아야하고 캐나다 신문을 읽던 원서를 읽던 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


생각해 보니 영어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던건 20살에 토익을 만점 받으면서 였다. 그 이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은 아예 영어공부를 하지 않고 살던 것 같다.  캐나다에 있어도  한국 유투브에 빠져 살고 있으니 영어실력이 제자리인건 놀랄일도 아닌 것이다.


이 정도면 됐다 정도의 공부를 하고 시험을 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이었다.




수능만점자가 하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은 희대의 개소리에 불과하다. 공부라는 거는 전혀 쉽지 않다.


이래나 저래나 아직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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