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잠은 사치
오늘은 출근하는 날이다.
그 말은 곧, 머릿속에 자동으로 두 단어가 떠오른다는 뜻이다.
“준비”와 “불안.”
하지만 정작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입고 갈 옷은 전날 밤에 걸어뒀고, 도시락은 고민 끝에 샌드위치 하나로 대충 때우기로 했다.
나머지는 그냥 내 컨디션과 그날 마주칠 사람들의 기세에 맡기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보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앞섰다.
전날 밤,
"오늘은 일찍 자야지" 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르겠다.
마음은 단단했는데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누워 있는 내내 머릿속은 쓸데없는 질문들로 시끄러웠다.
‘내일 늦게 일어나면 어쩌지?’
‘버스를 놓치면?’
‘첫날부터 실수하면 어떡하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미 피로가 몰려왔다. 결국 잠은 알람 울리기 세 시간 전쯤에야 겨우 들었고, 눈을 뜨자마자 정신은 몽롱했다.
그렇게, 첫 출근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보통이라면 Edmonds 역까지 걸어가지만 오늘은 버스를 타기로 했다. 괜히 걷다가 늦기라도 하면 안 된다는, 스스로 만든 압박감이 너무 컸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집 문을 나서는 그 순간에 버스가 딱 나타났다. 별것 아닌데 그 타이밍 하나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뭔가 잘 풀리려나?’
같은 근거 없는 희망도 잠깐 품어봤지만, 동시에 알고 있었다.
이렇게 아침에 살짝 웃긴 일이 생기면, 꼭 저녁쯤엔 반전이 온다는 걸.
행복이 일찍 오는 건,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걸.
버스에서 내려 건물 쪽으로 걸어가는데, 나보다 조금 앞서 걷고 있던 흑인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낯선 이 공간에서 처음 마주친 동료.
“나도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이야.”
그 말 한마디에, 조금은 안심이 됐다.
그렇게 나는 건물 앞에 도착했고, 오피스 문 앞에 섰다.
손잡이를 잡기 직전, 잠깐 숨을 고르며 멈춰 섰다.
이 문을 열면 오늘 하루가 시작된다. 낯선 사람들과의 모든 관계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