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이중 근무 중
일 얘기도 조금 들었다.
정규직 스케줄은 아침/저녁, 혹은 저녁/야간으로 나뉜다고 했다.
Joy는 여기서 정규직, 델타 워터프론트에선 임시직으로 일한다고 했고,
메이린은 이곳에서 임시직, 워터프론트에서 정규직이라고 했다.
일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곧바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한 군데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이 사람들 체력은 무한대인가 싶었다.
지금은 뭐든지 간에, 일단 얼굴을 계속 비추는 게 중요하다. 자리를 지켜야 하니까.
헤일리가 퇴근 도장을 찍는 걸 도와줬다.
내가 9월 1일에 이사 간다고 하자, 그녀가 말했다.
“그럼~ 시간 금방이지.”
캐나다식의 애매한 긍정, 가끔은 그게 위로가 된다.
지금은 누가 누구랑 친한지도 모르겠고,
면접 봤던 헤일리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압박감만 남아 있다
그래도 이곳은 노조가 있는 곳.
쉽게 자르진 못할 테니, 그 점 하나는 마음이 놓인다.
근무 후, Mavis와 유니폼 조끼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도 받나요?”
그러자 헤일리가 말했다.
“450시간 채워야 나와요.”
그 숫자가 지금의 나에겐 4,500처럼 느껴졌다.
그날 저녁, 샌드위치 하나를 들고 방을 보러 다녔다.
한 군데는 인도 남자 셋이 사는 집,
다른 한 곳은 일본인, 인도인, 멕시칸이 함께 사는 집이었다.
그 아래층에는 필리핀 여자가 남편과 아기와 함께 살고 있었다.
거의 완제품처럼 다 갖춰진 베이스먼트였다.
낯선 타인의 숨결이 깃든 공간.
그게 싫기도 하고, 한편으론 나도 어디든 들어가야만 한다는 현실이 서글펐다.
집에 돌아와 일본 우동을 데워 먹고 그대로 뻗었다.
자려고 누웠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피곤해서 다음에 통화할게요.”
짧게 말하고 끊었다.
진짜 피곤했다. 몸도,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