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은 없고, 월세는 있지
출근 안 했는데, 왜 이리 피곤할까.
하루 종일 멍했다. 뭘 하기도 싫고, 입맛도 없고, 그냥 모든 게 귀찮았다.
졸리에게 이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물어보다가, 어제 받아둔 국수로 일찍 저녁을 때웠다.
글이라도 하나 마무리해야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아 브런치 원고를 정리했다.
문제는 늘 집이다. 내가 인생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그건 ‘집’이다.
물리적인 공간도 그렇고, 심리적인 거처도 마찬가지다. 그저 안정되고 싶은 마음뿐인데, 그게 참 어렵다. 하루 종일 말없이 글만 쓰다가, 저녁쯤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그 직장에 20년 다닌 사람도 있다는데, 그런 사람들한테 잘 보여야 해?”
내 질문에 엄마는 말했다.
“먹을 거 하나만 줘도 좋아해. 웃으면서 칭찬 자주 해.”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나도 웃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문득 든 생각. 그럼 일은 언제 배우지?
조직 안에서는 웃는 사람이 유리하다.
나는 늘 말보다 눈으로 반응하는 타입이라, 그 구조 안에서 손해 보는 쪽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또 다른 생각이 든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보니, 나 스스로를 더 옥죄고 있는 건 아닐까.
오빠에게 “나도 좀 까불까불하게 굴어야 할까?” 물었더니,
“그 전에 일부터 제대로 배워.”
정답이라 더 씁쓸했다.
사실 처음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걸 묻기도 민망해서, 직장인 커뮤니티에 물어봤다.
답은 간단했다.
‘첫 3개월은 지각하지 말고, 팀워크에 잘 녹아들 것.’
정론이긴 한데,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그게 안 돼서 힘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