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 엔젤 Aug 24. 2023

신데렐라 팔자

퍼스트클래스석 사람들

조만간 한국에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는 한국행이기에 

금의환향의 마음으로

그동안 모은 돈으론 허세 좀 부려볼까 하고

겁도 없이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서

 비행기표를 검색해 본다.


세상에나!

분명 같은 비행기 안인데도

 퍼스트 클래스의 구역은  공기가  다른 건지!


퍼스트 클래스 좌석은  

비즈니스 석도 타본 적 없는 내가 

겨우 몇 시간 가는 비행기에서 

순간의 기분 좀  내보자고 쓰기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나도 열심히 살았는데

열심히만 산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퍼스트클래스는

도대체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탈 수 있는 건지.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
허세도 주제에 맞게 부려야 한다.


그래.

퍼스트 클래는 삼성가 사람들 정도 돼야 탈 수 있을 거야.


허세 레벨을 Lv. 2로 낮춘다.


출장 :  용무(用務)를 위하여 어떤 장소에 나가는 것.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만 비즈니스 석을 타라는 법은 없다.

부모님 찾아뵈러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나름대로 중요한 용무라고 생각했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탈 수 있지 않을까?

양심도 없이 비즈니스석 표를 찾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비즈니스석이 만만했으면

누가 이코노미석에서 사서 고생을 하려 할까.


퍼스트클래스만큼은 비싸진 않더라도

비즈니스석을 타려면 일반석보다

최소 100만 원은 더 내야 했다.


100만 원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돈이다.

그 돈을 쓰고 10시간 넘는 시간을

가시방석에 앉아서 갈 배짱은 없었다.


신흥귀족으로 신분상 승하는

순간의 행복한 상상을 끝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소 비용으로 가성비 좋은 좌석을 찾는 것.


이코노미석 중에서도 직항이 아닌

두 번 경유를 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마음에 드는 옷을 영수증도 안 보고

척척 사대는 부자들에게는

 이코노미 좌석 가격이 개 껌값일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겠지만

 나는 옷 살 때도 가격표를 제일 먼저 확인한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해도 생각보다 비싸면

살까 말까 수백 번은 생각하고 당근마켓에 접속한다.

그리곤 누가 입다가 버리는 같은 옷을 재빨리 찾아본다.


가게에 들어가서도 옷을 사서 나오기보다는

주인 눈치를 보며 태연한 척

 "다른 곳도 둘러보고 올게요"라는 말과 함께

가게를 빠져나올 때가 더 많다.


비행기 표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시점 내가 구할 수 있는 표 중에서

제일 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살까 내일 다시 찾아볼까 수십 번 망설이다

시간만 또 한 시간이 흘렀다.


티켓가격도 오늘내일 조금씩 달라진다.

큰 행운을 쫒다가 작은 행운도 잃는 법!

혹시나  지금 이 티켓 가격도  

내일 되면 조금 내려가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탐대실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일 연속된 사투 끝에 내가 선택한 것은

아시아 공동운항 터키항공.


토론토에서 터키를 경유해서 한국에 도착하는 것으로

선택하면서 대망의 티켓팅이 끝났다.

터키항공이지만 아시아나와 공동운항을 해서

아시아나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다리는 시간 까지 합하면  비행시간 22시간 이상 걸린다.


나는 이렇게 매번  긴장의 끊을 부여잡고

비행기 티켓을 산다.


신데렐라가 되려고 해도 배짱이 커야 한다.

나는 신데렐라 팔자는 아님에 틀림없다.

신분상승은  아무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시방석이 아닌 솜방석 이코노미석에서

내게 맞는 신발을 신고 고향길에 오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세상 편하다.


 나는 언제쯤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수 있을까?


미래에는 한번 경유할 필요 없이 직항으로 바로 가는 티켓을 이곳저곳 들락날락할 것 없이 사보으면 좋겠다.


지금은 신데렐라의 꿈은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가족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에 

이의를 두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인도사람들의 인종차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