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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Oct 18. 2023

사랑에 빠진 노숙자

꿈에서 하는 데이트

노숙자 지원 센터에서 일을 하는 동안

그들과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다.

하루를 같이 울고 웃으면서 보내는 동안

감동적인 순간많이 찾아온다.


스티븐 할아버지는 78살 독거노인으로

여기 노숙자 센터에서 제일 연장자이다.


직업을 잃기 전 배관공으로 2030대를 보냈고

40대에 이혼을 해서 혼자 이곳에서 들아와 지내고 있다.


평소 내게 다가와서 전 아내와 딸의 이야기를 하며 행복해 하는 Steven

우리 센터에서 제일 로맨틱하기로 유명한 John은 

사랑꾼  40대 미혼남이다.

John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약혼녀가 있었지만

지금은 두 커플의 개인적 사유 때문에 기약 없는

결혼식 약속만 해놓은 상태이다.


나는 최근  술을 좋아하는 스티븐 할아버지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기고 있었던 찰나

한동안 센터에서 보이지 않더니 오늘 센타로 돌아온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예전과 다르게 부쩍 얼굴이

야위어 보였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슬쩍  귀띔으로 할아버지의 전 아내가 얼마 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전해주었다.

 

할아버지가 기운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최근에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낸

참으로 안타까운 겪은 것이다.



부인을 보내고 입맛이 없어져 실제로 3주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당뇨가 있어도 군것질을 좋아하는 티븐.

나는 평소에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과자를 건네주며

할아버지의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랐다. 

아내의 생전 편지를 읽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듯한  스티븐 할아버지의 모습

과자를 먹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는지

편지를 읽고도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이 보였다.


사랑하는 이를 떠내 보내고 느끼는 상실감을

오랫동안 떠 앉고 살아가야 할 스티븐 할아버지.


평소 나에게 유독 친절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한없이 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죽은 아내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 눈물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5분 정도 뒤척이는 듯하더니 금방 잠이 들었다.


나처럼 소리에 민감해서 귀마개 없인 잠을 못 자는 할아버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런지 유독 스티븐 할아버지에게

정이 많이 갔던 것 같다.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편지를 접고 이내 잠이 든 할아버지의 모습이 안해 보여 다행이다.


오늘 밤에는 사랑하는 아내의 꿈을 꿨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약혼자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는 존에게도

 하루라도 빨리 행복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기도해 주었다.


나는 오늘도 그들과 하루의 반절을 보내면서

그들이 사랑을 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노숙자들도 사랑이라는 것을 안다.

20년 전 편지를 꺼내 읽고, 약혼반지를 끼고 잠이 드는

낭만적인 사람들.


그들은 틀림없이 참된 사랑이 뭔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그들과 한 공간에서 숨 쉬며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깊게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꿈꾸며  행복한 잠에 빠진

 이곳의 로맨티시스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오늘 밤 나의  메마른 감정이 다시 촉촉하게 젖온다.


매일을 약혼반지를 끼고 잠이드는 John. 꿈속에서라도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길.




⚠️모든 사진은 당사자 동의아래 촬영/첨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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