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다
– 캐나다 쉼터에서 배운 인생 역전극들
이곳에 와서 발견한 아주 특이한 점이 있다. 노숙자들도 강아지를 키운다. 정확히 말하면, 일도 하고, 월급도 받고, 정부 지원금도 얹어서 강아지에게 꽤 괜찮은 삶을 제공한다. 놀라운 건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이곳에선 강아지의 ‘동물권’이 사람보다 높아 보일 때가 종종 있다.
강아지가 짖어도 “귀엽다”며 행복해하고, 헥헥거리는 모습만 보여도 물 떠다주겠다고 난리가 난다.
봄이 오면 봉사단체에서 강아지 사료, 옷, 장난감까지 대량으로 후원한다.
어제는 한 할머니가 하늘로 떠난 반려견 릴리의 옷을 상자 가득 담아
“다른 강아지라도 입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센터에 들고 왔다.
그 장면이 어쩐지 뭉클했다. 강아지를 위한 진심, 꽤나 찐하다.
며칠 전엔 니콜이 강아지를 잃어버렸다고 울며 찾아왔다. 직원들은 실종 신고를 하고, 전단지를 붙이고, 경찰까지 부른다. 전단지엔 강아지 사진과 함께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개를 쫓지 말아 주세요.”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갑자기 실종된다면, 누가 날 이렇게 열심히 찾아줄까?
Boston, 너 참 좋은 팔자다.
타투가 팔을 뒤덮고, 코·입술·눈썹에 피어싱을 줄줄이 단 매니저가 내게 차분하게 지시를 내린다.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싱글맘, 싱글대디.
이곳에선 아무도 자신의 배경을 숨기지 않는다. 몇 주 전엔 약물중독으로 폐인처럼 살던 Sarah가 중간관리자로 승진했다. 과거보다 현재를 더 중요하게 보는 문화. 솔직히 좀 멋있다.
대걸레 한 번 돌렸다면? 무조건 노란 미끄럼 주의 표지판 세운다. 안 그러면 큰일 난다.
손소독제는 패밀리 사이즈, 일회용 알코올솜은 생필품. 한국보다 더 깔끔하다.
카일은 아침마다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출근(?)한다.
“팀홀튼 커피보다 이게 더 맛있다”는 평가도 곁들인다.
물론 커피에 설탕은 트리플로 철철 넣는다. 양심은 거기까지.
인생의 단맛은 설탕에서 나온다는 걸 온몸으로 실천 중이다.
악기를 연주하고, 최신 아이폰을 가지고 있으며, 종종 스타일이 나보다 낫다.
이쯤 되면 정말 묻고 싶다.
이 쉼터, 입주 조건이 어떻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