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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Mar 09. 2024

캐나다에 진출 한  K-오지랖

내가 몰래하고 있는 나쁜 짓

사람에게는 뭘 먹는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곳 노숙자지원센터에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음식에 대해서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아침에는 대부분 빵과 바나나가 나온다. 

아침으로 빵을 먹은 사람들은 점심으로는 샌드위치와 에너지바, 그리고 주스를 먹는다.

한 끼를 먹어도 왕처럼 푸짐하게 먹어야 움직일 힘이 나는 내 눈엔 사람들이 먹는 음식들을 보면 영양가 없는 초라한 식단이기 짝이 없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사는데 이 사람들은 빵 으로 사는 건지.

칼로리를 계산해 봐도 금방 배가 꺼질 텐데 대체 어디서 에너지를 얻어 바깥 생활을 하는 건지 신기하기만 하다.

너무 빠른 저녁시간


이곳의 저녁 시간도 너무 이르다 잠은 10시가 넘어자는데 저녁식사를

5시에 한다.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쉽사리 깊은 잠에 빠지기란 어렵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배고프다며 밥 좀 더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 꼭 있는데 나는 직원들이 안보는 틈을 타서 한 접시를 더 갖다 준다.


가끔가다 음식이 다 떨어져 남은 음식이 없으면 내가 싸간 음식을 먹으라고 줄 때 있다.  


한 번은 저녁시간이 한참 지나 도착한 친구가 있었다. 남은 스파게티 양이 저녁식사로 때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여서 쉬는 시간에 먹으려고 직원실에 저장해 둔 빅맥세트를 반을  잘라 나눠주었다.  


 초밥의 가진 영향력


이곳 사람들은  내가 먹는 음식이 무슨 음식인지 궁금해한다

얼마 전에는 아시안 마트에서 초밥을 사서 가져갔다. 비닐봉지에서 상자를 꺼내는데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평소에 식탐 많은 제이미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게 뭐야? 나도 한 개 먹을래!"
"나 초밥 엄청 좋아해!"



제이미에게 초밥을 한 개 나눠주니 자기도 먹고 싶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파스타가 아닌 피자도 아닌 평소에는 먹기 힘든 생소한 음식이라 그런지 예상했던 대로 초밥 21개가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후로 집에서 한국 음식을 해 먹을 때마다 내가 먹는 음식을 좋아하는  노숙자 친구들의 얼굴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제는 이 사람들에게  어떤 음식을 주면 좋아할까 하고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어제집에서 해간 짜파게티 후식으로 방울토마토를 가져가서 저녁으로 먹었다. 면 조금과 방울토마토 몇 개를 남겨놓은 채  책상에 올려놓았다.


제이미가 내가  음식을 보더니


너 그거 혹시 다 먹은 거야? 그 토마토는 내가 먹어도 돼?  
라고 물어본다.



나는 조금 남아있는 방울토마토를 다 주면서 다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혹시 중국음식을 좋아하나고 물어봤다.


너는 뭐든지 다 잘 먹는구나
너 중 국음 식도 좋아하니?


그럼!  나는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해!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 엄청 행복해

  

음식얘기에 제이미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시작했다.



내가 오늘 먹은 건 짜파게티라고 중국식 국수인데
만약 네가 원하면 내일 올 때 만들어서  가지고 올게.


먹는 것에 진심인 제이미에게 짜파게티를 만들어주기로 약속고 집에 왔다.


오늘은 아침 6시 근무였다. 일어나 시계를 보니 오전 5시 40분.

일에 몇 분 늦더라도 제이미에게 줄 음식은 만들어  생각에 눈뜨자마자

바로  부엌으로 행. 샤워를 하는 대신에  내가 한 일은 냄비에 물을 올린 일이다.


끓인 면에 춘장을 볶자 고소향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허겁지겁 대충 끓인 짜파게티가 평소보다 맛있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일 것이다.


맛있게 만들어진 짜파게티를 손에 들고  출근을 했다. 입이 심심히지 않게 방울토마토도 몇 개 담아서.


들뜬마음으로 제이미의 방문을 두드렸다.

방 안에서 이미 일어나 있는 제이미가 나를 격하게 반겨주었다.


나는 제이미에게 약속한 대로  짜파게티를 건네주었다.


좋은 아침! 음식 가져왔어?


짜잔!
널 위해 아침부터 눈뜨자마자 만들었어!
맛있게 먹어!

내가 글을쓰는걸 알고 흔쾌히 사진촬영에도 응해주는 유쾌발랄한 제이미



이따 점심으로 먹을게 정말 고마워!


아니나 다를까, 제이미에게만  것을 챙기는데 괜히 오늘 같이 일할 동료들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오늘 오전조에 같이 근무하게 될 리사와 사라도 평소에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걸 알아서 신라면 몇 봉지를 가져갔다.  평소 나를 잘 챙겨준 교대조 관리자 켄트에게 줄 것도 따로 챙겨 두었다.


예전에 한번 사라에게 담터 아몬드 호두 율무차를 줬는데 시큰둥한 모습 한 사라에게 내가 준 차 스틱을 다시 돌려받은 적이다. 아몬드 알레르기가 있어서 못먹는다나 뭐라나. 진심은 통하는 법 , 다행히 이번에 준 라면은 둘 다 너무나 좋아하면서 받았다.


나의 넓디넓은 오지랖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3일 연속 새벽 근무하는데도 아무것도 안 먹고  거의 굶다시피  일하고 있는 싱글 파더 크리스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이 속엔 으깬 감자가 들어있어서 한 개만 먹어도 배불러서 아침까지 든든하게 일할 수 있을 거야


마치 엄마가 밥 안 먹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하듯이 저녁으로 챙겨간 인도 만두(사모사) 두 개 중 하나를 주었다.


개인주의의 나라 나다에 있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라면 절대 포기 수가 없다.


내가 먹는 음식보다 남들이 뭐 먹고사는지가 더 궁금 한 나는

역시 태생부터 오지랖 넓은 정 많은 한국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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