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하느라 더 힘든 세상
요즘 한국에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위 씨의 활약 덕분에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다. 무대에 오르고, 공연을 하고, 거리에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며 그는 우리에게 묻는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일반인’? ‘정상인’?
그의 대답은 명확하다. “예비 장애인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 모두가 장애인이 될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장애는 단지 보이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울장애,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 역시 엄연한 장애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크고 작게 각자의 불편함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는 것도,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는 것도, 모두 어떤 형태의 ‘장애’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장애인을 무시하고 업신여긴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분노보다는 오히려 연민의 감정이 든다. 그들은 아직 ‘장애’가 나와 얼마나 가까운 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내가 근무했던 캐나다의 노숙자 지원센터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이들이 있다. 휠체어를 타거나, 말을 하지 못하거나, 청각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 이곳에선 정신건강 문제나 약물 후유증을 겪는 이들도 많다. 신체장애까지 함께 겪는 비율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은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공유한다.
그래서 휠체어도, 자동문도, 장애인 화장실도 특별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어느 마트에 가도 식수대는 키에 맞춰 높낮이가 다르고, 화장실엔 남성용, 여성용, 그리고 장애인용이 나란히 존재한다. 이 작은 디테일들이 보여주는 건 ‘배려’가 아니라 ‘기본값’이다.
학교 졸업을 앞두고 다른 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나는 결국 2주만 일하고 센터를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이 센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여기 있는 모두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점이었다. 피부색도, 언어도, 걸음걸이도 중요하지 않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곳. 어쩌면 장애인에겐 천국 같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짧지만 깊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배운 단 한 가지를 오래도록 마음에 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