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으면 인생도 없다

방 한칸이 곧 삶의 전부

by K 엔젤

이곳 밴쿠버는 어느새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 날씨가 되었다.

날씨가 서늘해지니, 문득 베리에서 만났던 마약중독 노숙자들이 떠오른다.

밴쿠버로 간다고 했을 때, 그들은 “거긴 따뜻하잖아”라며 부러운 눈빛을 보냈었다.

3월, 봄이 오자 센터 사람들 사이에서 자전거 대여가 인기였다. 월마트에 가서 좋아하는 과일을 사거나, 근처 공원을 천천히 달리며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취업을 준비하는 노숙자들이 많아서 센터에서는 무료 카운슬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그래서일까.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니,

“드디어 일 시작했어요!”라며 기뻐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작년에 거리에서 행방불명된 Autumn이 생각났다.

캐나다는 총기 난사 사건은 드물지만, 대신 가끔 실종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는 과연 무사히 구조되었을까. 아직도 문득 궁금해진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의 소중함

사람에게는 본능적인 안정 욕구가 있다.

매주 목요일이면 새 집을 계약해 센터를 떠나는 노숙자들의 짐을 옮기는 걸 돕는다.

이곳은 취업 연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주거복지 서비스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매주 목요일이면 선발된 노숙자들과 주거복지 팀의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모여 지역 네트워킹 미팅을 진행한다.


어제는 로버트 할아버지가 집을 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방 하나 있는 작은 집이지만 로버트는 이제 자기 공간이 생겼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는지 하루 종일 감격에 벅차올라 있었다.

앞으로 살게 될 집에서 복지 지원 담당자와 기념사진 찍는 Robert


의식주 중에서도 ‘주’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걸 이곳에서 일하며 절실히 느낀다. 편안히 숨 쉴 수 있는 개인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이곳에서 매번 깨닫는다. 노숙자가 가장 크게 행복해하는 순간은 아마 자기 명의로 된 집의 열쇠를 처음 받을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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