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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 엔젤 Oct 14. 2023

내가 의대를 포기한 이유

용한 점집 방문 후기

나는  사주 보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했'다


생년월일 시로 대략적인 인생의 굴곡을 알 수 있는 게

꽤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여러 번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다녔다.


시시 때때로 변하는 이 불안한 시대에

사주를 보는 것 자체가 힘이 돼주긴 하는 것 같다.


요새 핫한 mbti도 사주를 보는 이유와 비슷한 맥락 같다.

앞으로도 계속 엠비티아이와 사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쭉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국사람만 사주에 관심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멕시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알게 된

주인아줌마의 칠레 친구 롤리가 있다.


롤리 동생이 여기서 간호공부를 하고 있어서

조카를 돌 볼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길래

내가 2주 동안 베이비시터를 해준 적이 있다.


롤리와 함께 동생집에서 같이 있으면서

 사는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남미사람들도 사주 비슷한 걸 믿는다고 한다.

 

참고로 롤리는 올해 47살로 대학교 때 가족전체가

캐나다에 온 이민 1세대 싱글맘이다.

 대학생인 아들 명이랑  같이 사는데 아직도 아들이

 자기 속을 엄청 썩인다면서 혼자 아들 키우기가

무 힘들다고  하나며 나한테 하소연을 자주 한다.

나한테 자기 아들 사주 봐달라고 부탁한 적까지 있을 정도이다.


나는 웃으면서 돈 주고 전문적으로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지한편으로는 남미 사람들도  사주를 믿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캐나다 사람들은 생년월일로 보는 점성술(별자리)을 믿는다.  인도사람들은 사주를 보고 결혼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기의 운명을 알고 싶은 마음은

다들 똑같은가 보다.

 

나 또한 사주를 살면서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내가 사주를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주목받길 좋아하는 내가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유치원 때부터도 주목받는 것을 좋아해서

졸업생 대표 졸업 송사를 했다.

초등학교 때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인

어머니가 계신  학교로  많이 옮겨 다녔다.

초1~ 초 3은 서대문구에 있는 학교를 다녔고

초4는 다른 학교, 초5~6 은 성북구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다녔다.

전학을 많이 다닌 탓인지 초등학교 내내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때  모든 사람의 주목을 못 받으면 

스스로 너무 괴로워하는 성격 탓이었는지

학교 다니는 것이 힘들었던 정도다.


 초등학교 5학년에 합창단 활동을 했는데

가수의 꿈을 꾼 적이 있다.

그 당시 내 또래의 13살의 보아의 데뷔는

전국 초중학생들 사이에서  파급력이 대단했고

 부러움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나처럼 가수 보아를 보면서 가수를 꿈꾼 친구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주목받는 것을 누구보다 갈망하는 것에 비해

보아만큼의 타고난 끼도 , 이렇다 할 재능이 없는 것을

고등학생이 되면서 서서히 알아갔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떤 직업 가져야 하나.

공부는 뒷전이 되어 미래에 대한 고민만 머리가 터질 듯이 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어머니는 성인이 돼서도 진로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아직도 가수라는 것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딸이 걱정되셨는지 몰래 내 사주를

 보고 오신 적이 있었다.


 엄마말에 의하면 그 점쟁이는 딸이 그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라고 했단다.

가수 주현미도 지금 외제차 끌고 잘 살지 않느냐며 딸은

 무슨 일을 해도 잘 살 거니 내가 뭘 하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자식이  잘 못살길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그 점쟁이를 만난 이후로  어머니는 나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놓으신 것 같다.

은근히 딸이 가수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

나는 뭘 해도 잘 먹고 잘 살 거야.

가까스로 점수에 맞춰서 대학교에 들어갔고

내 사주를 직접 보고 싶어서  남자친구와 함께

 사주를 보러 같이  간 적이 있다.


방송에도 나온 유명하다는 철학관이었다.

예약제였고 7만 원을 먼저 입금을 해주고

 1시간 상담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그곳에서는 나한테 아버지와 사이가 좋냐고

먼저 물어보았다. 아버지만 잘 만났으면

의사가 될 사주라고 하면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했냐고 물어봤다.

그 점쟁이는 계속해서 내 인생이 부모님 때문에

 잘 안 풀리고 있다고 하면서

사주 속에 금기운이 너무 강하다고 

미국에서 의사를 하고 있을 사주인데 아쉽다며

 혀를 끌끌 찼다. 

한국에서는 너무 놀게 많고 유혹이 많다며

 왜  열심히 공부를 안 하고 남자랑 놀러 다니냐고

 나한테 화를 냈다.


 내가 그럼 지금 무슨 공부를 하는 게 좋겠냐라고 물었더니

 이 사주는 기본적으로  화' 기운도 있다고 

 칼을 쓰는 요리사가 되면 돈을 잘 벌 것이고

침을 놓는  한의사가 되면 잘할 거라는 둥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있지 말고 당장 미국으로 가서

의대 들어가서  공부하는 게 베스트라며

미국이 '금'의 기운이 많은 나라이고

 한국은 '목'의 기운이 많아서  내가 가진 성향이랑

 충돌한다면서 한국에서 사는 게 힘들 거라고 했다.


나는 당시 부모님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의대는 고사하고 대학교도 겨우 다닐까 말까 하는 상태였다. 


 '한국에서 잘 살고 있는데 무슨 소리지? 

  의대 갈 정도의 실력이면 벌써 갔겠지.'


 그 점쟁이가 하는 말에 좀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치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스무 살 후반 진로에 대해서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번

사주를 보고 싶어서 생돈 오만 원을 내고 인터넷카페

 용하다는 곳을 찾아서 혼자 찾아간 곳이 있었다.


여자 점쟁이였고  그 점쟁이는 나에게  나에게

학업 운이 없다고 했다. 대학을 가기보다는 손재주가  있고 화의 기운이 강하니 너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적감각을 이용한 기술인  미용을 배우거나  예술 쪽에 종사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순간 이게 뭐지 싶었다.

이유는 당시에 나는 미용일을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손재주가 없어서  사회복지사로  진로를 바꾸려고 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간호사는  어때요?'라고 물어보니

'그것도 좋아. 나름 기술직이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혼돈의 카오스.

나도 아무 말대잔치!


'그럼 의대는 어떨까요?' 다시 물었다.

의대도 들어가기만 하면 괜찮다고 한다.


그래. 이왕 이리된 거 나도 다 내려놓고

 현재 내 상황을 숨기고

'사회복지사 일은  저랑 맞을까요?'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


'사회복지 일은 돈이 안 돼서 안 맞아.'


" 특히 xx 씨는

'수' 기운이 없어서 사람들과 융화가 안돼. 융통성을 길러."

 물장사를 하면 '수'기운이 보충이 돼.

이 사주는  재복은 있으니 물장사하면 잘되긴 해요.

나중에 술집을 운영할 수도 있어."


 그래서 나보고 도대체 무슨 일이 맞다는 거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진짜 그럴듯하게

고심 끝에 해주는 것처럼  늘어놓는 점쟁이를 보고

 사주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 건지

의심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역시 사주라는 건 코에 걸면 코걸에 귀에 걸면 귀걸이다.

이번에도 허탕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여자 점쟁이는

돈을 받았으니 자기 할 의무는 끝났다는 표정으로

질문 없음 잘 가라는 말과 함께 나를 문 밖으로 내보낸다.


그렇다고 그 점쟁이를 원망할 건 아니다.

사주를 보는 사람들 대부분 고민이 있는 사람이 자기 확신을 가지려고 제 발로 찾아오는 곳이다.

모든 게 불확실해진  이 세상 취업을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기술을 배우라고 말을 안 할 점쟁이가 어디 있을까 싶긴 하다.


라는 생각도 잠시.

사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서른을 맞이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유명 유튜브가 추천해 준

유명 점집을 알게 되었고 이틀을 기다려 드디어 전화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내 사주가 회사생활과 사업을 다 하는

사주라고 했다. 삼십 대까지는 회사생활을 하고  사십 대가 되면  개인 사업을 한다고 걱정 말고 지금 다니는 회사나 잘 다니라는 얘기 해 주었다.

 

이유는 내가 금기운이 센데  금기운이 세면  돈욕심이 많고 성격이 강해서 남밑에서 일하기 쉽지 않은 사주라는 거었다. 결혼은 언제 할지 물어봤는데 처음 두 곳과 마찬가지로

결혼은 늦게  하면 좋다고 한다.


백수생활이 길어지고 있는 나에게 회사나 잘 다니라니

어이가 없었다.

혼은 웬만하면 늦게 하라고 하는 말도 미혼이 만연한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이기도 했고 당시 내 나이 31살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점쟁이로부터 들을 수밖에 없었던 말이다.

심지어 미혼인 우리 오빠도  평소 나에게 즐길 거 다 즐기고  결혼 늦게 하라는 소리를 자주 한다.


돈은 냈고 돈은 아깝고 질문이나 많이 하자는 생각으로 회사생활은 계속하기 싫다면서 점장이 기분 좋게 계속 맞장구 쳐주면서 그럼 어떤 사업을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니


"운대가 좋으면 무슨 사업을 해도 잘되지 않겠어!" 손님 많으니까 끊어!"


그렇게 에둘러대며 전화를 끊는 점쟁이.


점쟁이가 그렇지.

애초에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었다.


남들 앞을 그렇게 잘 보는 사람이 정작  자기 앞은 못 보고

왜 거기서 하루종일  남들 사주나 봐주고 있냐는

조롱 섞인 목소리를 친구에게 들었다.


캐나다로 학교를 다시 가서 유학생 신분으로 공부하는 것이  기정사실이 되고 나서  남자친구와 함께 찾아가 본 곳이

인생 마지막 점집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블로그에 좋은 리뷰가  많아 보이는 역술인이 하는 강남의 철학관이었다.

캐나다에 가는데 거기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냐고 물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돌아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


너는 관리자 성향이라며 남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럼 선생님 사주냐고 물었더니 또 선생님은

박봉이라 나랑 안 맞는단다.

남밑에서 일하는 것은 나랑 안 맞는다며 나에게 '금'의 기운이 있으니 나중에는 돈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고 한다.


"돈이 있는 곳이면 어떤 곳이요?"

라고 물으니 돈을 만지는 금융권에서 관리자로 일하거나

모가 큰 공장의 인사관리팀에서 일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 혹시 나중에 사업을 할 수도 있는 거예요?"

라고 물어보니 사업을 할 수도 있단다.


"무슨 사업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았다.

"xx 씨는 화의 기운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남들을

밝게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야. 교육사업이 잘 맞아"


도대체 이 점쟁이가 말하는 교육 사업은 또 뭘까.

이 점쟁이 역시 구체적인 미래를 말해주기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추상적이고 뻔한 말들을 해 뿐이었다.

이쯤 되면 점쟁이도, 나도 막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교육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뭐가 좋을지 모르겠어요"


"남을 도와주는 의식주 관련일들은  다 좋아. 

 음식점도 포함되고, 옷가게도 포함되고..."


의식주 관련 일이라.. 너무 광범위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 게스트하우스 운영도 괜찮은가요?"

"응. 게스트하우스도 의식주에 포함되니 괜찮지."


점점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해 버렸고

나는 참다 참다 못 참고 마지막 주사위를 던저버렸다.


"선생님, 어디서 그러는데  
혹시 제가 의사 사주인가요?


그 점쟁이는 한치의 망설임이 없이 내 사주에는 전문성이  안 보이기 때문에 학창 시절에 공부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의사를 했다면 정신을 다루는 쪽으로 가면 잘 맞았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나의 사주집 탐방기는 끝이 났고 그 점장이의 그럴듯한 망언을 듣고 난 후 나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주를  다시 보지 않았다.


도대체 점쟁이들이 말하는
그놈의 '금'기운, '화'기운, '수'기운이 뭘까.


현재 나는 점쟁이들이 말해준 대로 살고 있지 않다.

돈은 많이 버는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에서

정신지체 노숙자들을 도와주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사주를 맹신하진 않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알게 된 점  

간호사 일은 나에게 절대 맞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역술가들은  사람의' 불안한'심리를 꿰뚫고 있다.

결정적으로 귀 얇은 사람이  좋은 말을 듣고 싶은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다. 

상담자의 말투나 옷차림을 보고 지레짐작해서 얘기하는 것을 듣고 당사자는 그대로 믿어버리기가 쉽다. 


나를 상담 해준 역술가들도 만약 내가 별 반응 없이

시큰둥하게 있었다면 속으로 '이 사람 대하기 쉽지않다

 쩔쩔매면서 내 사주를 봐줬을 거다.


그때 내가 점장이에게 듣고 싶은 말은
'너 인생 잘 살고 있어 '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유명한 점쟁이라 할지라도 두리뭉실 얘기하는 것일 뿐

지금까지 내 사주를 봐준 사람들 중에서

내 미래를 100% 정확히 맞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돈 받고 사주를 봐주는 역술가  입장에서는 

 '현재 이런 상태인데 어떻게 할까요?' 질문에는 무조건

 좋은 말을 해줄 수밖에 없다.

그래야 사주를 보는 고객 입장에서도 기분 좋게 돈을 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성격이 팔자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자기 스스로가  만든 선택의 결과일 뿐

어떤 게 좋은 인생이다 나쁜 인생이다라고 정해진 건 없다.


사주를 굳이 보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인생은 별문제 없이  괜찮게 흘러가고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다.


지금은 행여나 누가공짜로 내 사주를  봐준다고 해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주를 보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과거에 그깟 점장이들이 내뱉는 말에 휘둘려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나 자신을 그만큼 많이 사랑하기에 

사주를 보러 다닌 것은 아닐까 한다.

 살고 싶은 욕심이 그만큼  많았기 컸기 때문에 

사주를 보러 다닌 것에는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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