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7_>
한 번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먼 곳으로 떠나길 바란다. 많은 것을 놓고 바르셀로나에 온 그날부터가 내 인생 가장 행복한 날들이다.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 7_>
직업과 나이, 계급장 떼고 색안경 끼지 않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스페인에 머무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산해진미가 어우러진 타파스 요리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우디의 건축물이 아니었다. 사람들이다.
앨리스 #10. 우리 집 최고의 보물 ‘게스트 북’
아래 글은 게스트들이 '바르셀누나네 민박'을 떠나며 남겨 준 인사들이다. 큰 힘이 되어주는 다정하고 고마운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다.
- 바르셀로나의 오아시스 '누나네'
아빠와 여행하는 건 늙은 낙타를 끌고 사막을 건너는 것 같았어요. 오랜 친구 낙타와 함께여서 좋지만 더 이상 탈 수 없는 낙타여서 슬픈 여행. 모로코 사하라에서 스페인까지 여정은 힘들었지만 마지막에 웃으며 떠날 수 있는 여행이었어요.
사막이 좋았던 건 오아시스가 있어서였고, 여행이 행복했던 건 누나네 덕분이에요. 바르셀로나는 좋은 곳이지만 누나네 보다 못하네요. 긴 여행 중에서 아빠도 저도 가장 많이 웃었던 곳이에요. 잊지 못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2020. 1월 게스트 제형 씨와 아버님
- 24일간의 여행에서 마지막 3박을 이 숙소로 잡은 저에게 뿌듯함을 느낍니다. 하하 3박 4일 동안 정말 편하고 재미있게 푹 쉬다 가는 것 같아요. 두 누님들의 넘치는 정과 깔끔하고 아늑한 숙소 그리고 함께 묵었던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눈물을 머금고 떠납니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는 앞으로 바르셀누나라고 기억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숙소 덕에 바르셀로나를 다시 찾게 될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꼭 보고 바르셀로나에서도 또 돼요! 여기에서 함께 했던 모두가 그리울 거예요. 그럼 안녕 Adios! 2020년. 1월 게스트 지용이.
- 6일이 긴 것 같은데 되게 짧네요 아무 계획 없이 이곳에 왔는데 누나들 덕분에 저의 바르셀로나 여행이 꽉꽉 채워진 느낌이에요. 위치도 좋고 좋은 날씨도 있지만 누나들이 있어서 되게 좋았어요. 좋은 동생 친구 형도 만나고 특별한 경험도 하고 바르셀누나네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여름 바르셀로나가 진짜라니깐 날 좋은 날 한번 놀러 올게요. 그때는 6일보다 더 길게 있을 거니까 긴장하세요. 누나들 보고 싶을 거예요. 2020년. 2월 게스트 일훈이
- 저 우인이에요. 여기 있는 동안 많이 먹고 잘 싸고 재미있게 놀다 나중에 또 올게요. 김치볶음밥도 맛있고 간장 양념도 고추장 양념도 전부 맛있어요. 나중에 올 때는 머리 기르고 올 건데 못 알아보면 안 돼요. 누나들 덕에 좋은 형들도 만나고 좋았어요. 지금은 제일 막내인데 나중에 올 때는 형이 돼서 올게요. 고마워요. 누나들이 있어서 바르셀로나에서 (친누나와) 조금밖에 안 싸우고 가요. 오래오래 건강해야 돼요. 누나들은 나이가 약간 있잖아요.
친누나는 제가 잘 데리고 다닐게요. 다음에 올 때는 스페인어 꼭 배워서 올 거예요. 글씨 잘 쓰는 줄 알았는데 형들이 더 잘 썼어요. 붓글씨 연습도 해서 꼭 다시 올게요. 고마워요 누나들 지로나(스페인의 한 소도시)에서 살려고 했는데 누나들 있는 바르셀로나도 고민해 볼게요. 2020.2월 게스트 우주와 우인 남매.
- 2019년 여름, 런던에서 시작된 인연 민정언니, 2019년 겨울 스페인에서 시작된 인연 미담 언니, 여기 있는 내내 정말 행복했어요. 당신들 정말 질척거릴 수밖에 없다구 그래서 우리 다음 만남은 어디? 2019년.12월 첫 게스트 토끼네 가족
앨리스 #11. 내 인생 가장 행복한 날들
일전의 유럽 한 달 자유여행에서 15일은 혼자, 15일은 친구와 함께 여행했는데 내겐 후자가 훨씬 기억에 오래 남았다. 누구를 만나 어떤 곳을 가느냐에 따라 천 원짜리 음식이 몇 십만 원의 미쉐린 가이드 코스요리처럼 느껴진다. 어떤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았을까 생각해 보면 내겐 늘 사람이 곁에 있었다.
바르셀누나네 민박에선 밤이면 밤마다 이야기가 가득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풋풋한 대학생부터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의 중년의 부부까지 나이도 직업도 가지각색이지만 여행으로 하나 되어 한자리에 모인다.
무엇이 괜찮은 인생인지 속 시원히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던 노부부는 정답은 몰랐고 창창하고 희망만 가득할 것 같은 한참 젊은 학생은 왜 이렇게 끝도 없이 경쟁을 해야 하냐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 같다.
열정 페이를 받고 일하는 불안정한 직업이 전문직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덜 행복한 것은 아니었으며 나와 비슷한 나이에 집과 건물을 갖고 있다고 느끼는 즐거움이 월등히 크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들려주는 세상의 이야기들은 공부로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스페인에 떨어진 우리처럼 누군가의 이야기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한 번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먼 곳으로 떠나길 바란다. 많은 것을 놓고 바르셀로나에 온 그날부터가 내 인생 가장 행복한 날들이다. by 벨레 매거진
*<뜨거운 스페인, 민박집 언니둘>은 계속됩니다.
<지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