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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Dec 19. 2019

대본이 없는 영화, 프로그램이 없는 어린이 공간

[어린이, 한 사람의 동료] 윤가은 감독, 민지은 운영자와의 만남

어린이를 한 사람의 배우로서 존중하는 영화감독과 한 사람의 작업자로서 지지하는 작업실 운영자와 나눈 흥미로운 대화를 전합니다. '어린이, 한 사람의 동료' 세션은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이 아닌, 한 사람의 동료로서 존중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각과 대화가 필요할까요?


민 매니저가 제일 좋아하는 명대사 '그럼 언제 놀아?'


영화 '우리들'의 한 장면입니다. 영상 속 두 배우처럼 꾸며진 연기, 짜여진 대사가 아니라 자기 다운 '있는 그대로' 대사와 연기를 이끌어낼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60초로 만나보는 청개구리 작업실


쓰레기가 실험 재료가 되는 '청개구리 작업실'입니다. 빽빽한 커리큘럼 없이도 각자의 머릿속 상상을 자유로운 작업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요?

 

평소 먼발치에서 호기심과 팬심만 키워가던 영화 '우리들',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님, 청개구리 작업실의 하루(민지은 님)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무언가 비법이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영화 '우리집' GV에서 만난 윤가은 감독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중에,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이라는 좋은 계기를 만났습니다. '포용도시: 모-두를 위한 도시'를 주제로 평소 함께 일하지 않던 사람들이 뜻밖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가는 취지의 흥미로운 행사인데요. 이 페스티벌을 계기로, 너무나 만나고 싶던 두 분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기획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이 돕고 하루(!!!)가 도와 꿈만 같던 일이 성사되었습니다. 연말, 바쁜 스케줄이지만 쪼개고 틈을 내어 함께 해주시겠단 답변을 받았습니다.

 

덕질과 팬심으로 준비한 세션


평소 워낙 만나고 싶던 두 분이라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획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큰 설렘과 즐거움이었는데요. 먼저, 윤가은 감독님의 인터뷰 기사, 영상을 샅샅이 살펴보면서 영화 이야기뿐만 아니라 어린이 배우를 대하는 감독님의 태도와 관점, 촬영 수칙  촬영 환경에 대한 생각을 읽어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민지은 님이 쓴 '생각하는 청개구리, 6년의 기록' 노-답 책과 지난 8월 진행했던 인터뷰, 그동안의 청개구리 작업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포스팅을 모두 확인하면서 지은님께서 어린이 작업자가 자유롭게 작업할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염탐(?)했습니다.



덕질을 하고 나니 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어린이를 만나면서 어린이를 '배우', '작업자'라는 독립된 주체로서 존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 한 사람의 동료'라는 주제 하에 '대본이 없는 영화, 프로그램이 없는 어린이 공간'이란 부제를 달아 이번 대담을 기획했습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감독과 어린이 배우가 동료로서 함께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짜여진 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배우들에게 연기에 맞게 시나리오를 끌고 갈 수 있는 기회와 여지를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또한 커리큘럼 없이 어린이 누구든지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지 민지은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주제를 정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여러 번의 이메일과 주말 화상통화를 거쳐 드디어 12월 12일, '대담의 날' 아침이 다가왔습니다.


덕질과 팬심으로 태어난 대담 '어린이, 한 사람의 동료'


따뜻했던 대담 당일, 살짝 맛보기


온더레코드를 가득 채웠던 참석자들은 누구였을까?
모닝 커피와 갓 구운 베이글향이 가득했던 시간
연사들이 요즘 읽고 있는 책
대담의 시작을 열어준 씨닷 한선경 대표님


드디어 대담 시작,


이번 대담이 언유주얼 서스펙트 페스티벌의 일환이었던 만큼, 씨닷 한선경 대표님의 오프닝으로 행사를 시작했는데요. 대담은 크게 3가지의 화두를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대담의 간략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자세한 이야기를 속기록으로 공유합니다.




Part 1. '아이답다, 아이스럽다'라는 판단과 시선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대본이 없는 영화, 프로그램이 없는 어린이 공간이라는 부제를 달았던 이유는, 우리 사회가 무분별하게, 혹은 너무 쉽게 '아이답다, 아이스럽다'라고 재단하고 판단하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어린이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하면 성인처럼 대본을 싹 외워서 시나리오대로 착착 해낸다는 의미일 것이라 생각하는 지점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께서 어린이 배우에게 대본을 주지 않는 이유, 그리고 민지은 님께서 어린이 작업자에게 짜여진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답변을 듣고 나니 두 분 모두 한 사람  사람을 믿고 자기 자신 다울  있는, 독립된 주체로서 표현하고 행동할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감독님께서 대본 없이 영화를 찍으시는 이유는 무엇인지, 대본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더 노력하시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윤가은 감독님) 어린이 친구들한테 대본을 주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을 위해서입니다. 활자에 얽매이는 순간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가 활자 안에  갇히는 느낌이 제일 많이 들거든요. 그리고 어쨌든 저도 어른이어서 대사는 아무리 조사해도 어린이 말 맛이 전혀 안 살아요(웃음). 제가 일방적으로 이런 대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배우들이 대본을 외워서 하는 경우에는 연기도 부자연스러워지고 말도 말 같지 않아 져서 완성도를 떨어트린다는 생각을 단편 작업하면서 많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시나리오를 각자 가져가서 외우는 작업 말고, 시나리오를 주지 않되, 대신 우리가 같이 모여서 두 달 정도 시간을 내서 리허설을 꼼꼼하게 하면서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어떤 행동이나 말을 같이 찾아보고 그것을 익히는 과정에 훨씬 공들이고 있어요.


Q. 지은님께서는 어떠세요? 요새 미술학원, 목공 학원 등 창작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만 대부분 정해진 커리큘럼을 하는 공간이 많은 것 같은데, 아쉽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민지은 님) 저도 처음엔 ‘어린이들이 아무것도 없으면 작업실에 들어와서 방황을 할 것이다.’ 이런 가정과 가설을 가지고 뭔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가이드를 줘야겠다, 장치를 줘야겠다고 생각해서 테스트를 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안 썼어요. 2주일 동안 아무도 안 썼어요. 딱 한 명 썼어요, 그것도 제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방향으로 썼어요. 이렇게 빠르게 실패를 하고 (웃음) 그냥 들어오자마자 본인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장면을 보면서 되게 많이 놀라고 한편으로 안도하고 그랬죠. 어린이들한테 너 여기 오면 재료도 똑같고 공간도 똑같은데 왜 자꾸 오냐고 물어봤는데 어린이 중 한 명이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게 다르잖아요”. 어린이들의 상상과 생각은 늘 다르니까 늘 새롭게 만들 게 있다고 답변을 해줬던 게 기억에 남아요.




Part 2. 아이답기보다 ‘자기답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어린이는 이럴 것이다’라고 재단하거나 어린이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 예를 들면 무언가 시켜야만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두 분이기에 어린이를 동료로서 동등하게 바라볼 수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두 분께서는 어떻게 어린이와 협업을 하시는지, 방법과 관점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Q. 한 사람의 배우로서 어린이를 대하는 원칙이 있으신가요? 어린이 배우가 프로로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어떤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윤가은 감독님) 저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작은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요. 작은 사람이라는 거는 경험치나 지식이 어른에 비해서 작은 양인 거죠. 그 정도 차이가 있을 뿐 그 친구들이 감정을 느끼는 작동 원리나 사고하는 체계는 전혀 어른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떻게 설명을 잘해줄지를 고민해요. 그리고 어떤 질문을 해야 이 친구가 자기 말로 자기 생각을 표현할까, 저는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고 그 과정에서 그냥 동등하게 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말 솔직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이 돼서 저도 제일 안 고쳐지는 부분이지만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어떤 순간이 되면 조금이라도 가르쳐 주면 정말 좋아질 텐데라는 생각이 제 안에 막 자랄 때가 있어요. 어른이 되었다고 이런 나쁜 생각을 하는, 가르치려는 태도를 고치려는 게 어렵구나. 그런데 가르치려는 태도만 버리면 굉장한 좋은 소통을 할 수 있고 배울 것도 많고 놀라울 만큼 서로 속을 들여다보는 관계를 맺게 되거든요. 그렇게 되기 시작하면 작업이 정말 풍성해져요.


절대 가르치지 말자, 그리고 나도 모르는 건 모른다, 아는 건 안다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원칙을 세우고 대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촬영 환경이라는 것이 감독님만 있는 게 아니라 스태프도 있잖아요. 감독님께서 어린이 배우들이 프로로서 임할 수 있도록 개인적인 노력도 하셨지만 촬영 수칙까지 문서화하신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윤가은 감독님) 적어도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적었어요.  4년간 작업하면서 우리가 이럴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하는구나, 스스로 느꼈던 것들을 반영했고요. 저는 사실 어린이랑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는 당연한 말들을 써놓은 거라고 생각해요.

첫날 배우들한테도 줬는데 나중에 들어보니까 기분이 되게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스태프들도 계속 보니까, 이거는 꼭 지켜달라고 이 한 장으로 현장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현장 수칙이 있어서인지 스태프분들과 어린이 배우 사이에 약간 거리감이 형성되거든요? 실수할 거면 아예 애초에 그런 상황을 안 만드는 게 좋으니까, 너무 친밀해지지도 않고 너무 멀어지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가 생겼는데 그게 저는 현장을 원활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Q. 지은님께도 궁금해요.  사람의 작업자로서 어린이를 대하는 원칙이 있으신가요? 작업실에 스태프들도 계시는데 얼마나도와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으시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어린이 작업자들과 스태프들이 동등해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민지은 님) 감독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두 가지가 너무 똑같아라고 생각했던 건 거리 두는 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거예요. 저희 스태프들에게도 너무 친밀하게, 너무 한 사람에게 밀착적으로 도움을 주지 말자는 이야기를 항상 공유해요. 물론 그런  어린이가 필요할 수는 있어요. 작업하다 손이 미숙하니까. 그래서 도와줘야 할 때엔 도와주지만 너무 일일이 붙어 다니면서 해줄 필요가 없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오히려 친구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그런 경험을 주는 게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거, 그렇게 하려면 서로 오픈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솔직한 대화와 거리 두기, 이 두 가지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Q. 뿐만 아니라 청개구리 작업실에서는 처음엔 서먹서먹하다가 나중에 거기서 만든 장난감을 놀고 -하게 나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린이들끼리 서로 작업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협업하기도 하고, 이를 위해 어떤 환경을 주려고 노력하시는지 궁금해요.

(민지은 님) 저는 공간도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어제 영화 ‘우리집’ 을 보면서 공간이 주는 힘을 느꼈어요. ‘우리집’ 영화 다들 보셨죠? 그 안에서도 어린이가 작업한 것들이 다 붙여져 있고 어떻게 보면 그게 하나의 장인 것이고, 그랬을 때 어른이 없잖아요. 어른이 없기에 나오는, 잡담할 수 있는 시공간이 주어지는 거죠. 이처럼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모험하고 자기들끼리 작당할 수 있는 룸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모험하고 자기들끼리 작당할 수 있는 룸을 만들어주는 것


Q. 어린이 배우들을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면서 동시에 그들에게도 너희가 이런 거는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원칙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린이 작업자나 어린이 배우들이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가은 감독님) 모르겠어요. 저는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책임감을 이야기할 때 작품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지만 같이 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을 많이 이야기하고, 그래서 서로서로 물어봐주고 들어주고, 이게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이야기를 저는 좀 많이 하는 편인 것 같고 그거 말고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배우들을 대할 때 이래야 한다는 것, 제가 생각할 때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모습을 배우들한테도 부탁하는 것 같아요. ”나도 앞으로 이렇게 할 거니까 너희도 이렇게 해줘” 스태프를 대하거나 배우를 대할 때. 그리고 서로 이야기할 거 있으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라고 제안한 것 같아요.


나도 앞으로 이렇게 할 거니까 너희도 이렇게 해줘




Part 3. 어린이와 어른,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무의식 중에 작동하기 쉬운 ‘아이답다, 아이스럽다’라는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 '아이다움'에 대한 한 가지 답보다는 '자기다움'에 대한 다양한 상을 품어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참석자 분들을 위한 구체적인 조언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른과 어린이,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지면 좋을 자세와 관점, 태도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Q. 혹시 여기 계신 분들께 어린이를 독립된 주체로 바라볼 때 꼭 신경 썼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민지은 님) 우리 사회가 ‘기다리는 시간’을 많이 못 주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이 되게 미숙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제가 이 청개구리 작업실을 기획할 때도 조금 많이 실패해보고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을 떠올렸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 시간을 어른들이 많이 못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게 뭔가 손해를 보는 일이 아닌 거예요. 기다림의 시간을 주는 건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되고 그 부분을 뚝심 있게 가져가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우리 사회가 ‘기다리는 시간’을 많이 못 주는 것 같아요.



(윤가은 감독님) 공감해요. 그리고 아까 말씀 중에 아이다움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셨던 것도 공감했거든요. 저도 아이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느껴지는 건데 절대 집단으로 묶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린이들이 완전한 개별의 고유한 주체들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면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무슨 책에 나왔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요. 이런 말이 있어요.


유년시절은 성인이 되기 위한 연습 과정이 아니다. 실제로 그 삶을 살아가는 거다.


어린이들은 이 순간의 내 삶을, 내 경험치를 내가 아는 것 만큼 돌파하는건데 성인들은 마치 우리가 연습하는 사람으로서 대할 때가 되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저도 그런 실수를 많이 해요. 어린이들을 정말 성인 대하듯이 대해야 한다는 것.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대하는 것처럼 어린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스스로 자각하지 않으면 퇴화할 수밖에 없는 감각이라 요새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린이들은 이 순간의 내 삶을, 내 경험치를 내가 아는 것 만큼 돌파하는건데 성인들은 마치 연습하는 사람으로서 대할 때가 되게 많은 것 같아요.


Q. 결국은 조력자가 되어주는 것과, 스스로 해볼  있는 기회를 주는 .  가지가 병행이 되어야 가능할  같은데요. 이를 위해 어린이들과 솔직한 대화를 이끌어내실  어떻게 했을  아이들이 솔직해지는  같다고 생각하셨나요?

(윤가은 감독님) 저는 질문을 많이 해요. 다만, 아이들에 대해서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제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저 친구도 똑같이 나에게 질문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저 친구에게 진정성 있는 대답을 요구한다면 나도 그만큼 진정성 있는 대답을 해야 한다고 깨닫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조금만 아는 척하면 저 친구도 나를 신뢰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척’을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화에서는 척을 못한다’고 깨닫고 있어요. 반복되는 이야기이긴 한데 솔직한 거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대화에서는 척을 못한다’고 깨닫고 있어요. 솔직한 거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민지은 님) 맞아요. 또래와의 연결 못지않게 눈높이가 맞는 다른 세대와의 지속적인 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노하우는 없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특히 어린이들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질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어른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몰라도 된다고 하고 넘어가는데 저는 어디까지 얘기할까 한번 고민한 다음에 그 아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그거에 대해 아이도 납득하거든요. 그런 식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Q. 1 공간이 집이고 2 공간이 학교잖아요. 감독님, 지은님의 역할이 사실 부모님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닌 어른이잖아요. 3 어른으로서 어찌 보면 친구처럼, 도움을 주는 어른처럼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인  같은데,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신가요?

(윤가은 감독님) 저도 몰랐는데 제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나는 언제든 네 편이야.’라는 얘기를 되게 많이 하더라고요. 그건 아마 제가 바랐던 어른이,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내 편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때로는 내가 잘못해서 내 편이 아닐 수 있는데 저는 단서를 붙이는 것 같아요. “네가 어떤 일을 하던 어떤 상황이든 난 네 편이니까, 그것만 알고 있으면 돼.”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그건 진심인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이 잘했다는 생각보다 잘못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만드는 게 우리 사회인 것 같고, 그래서인지 실제로는 잘못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잘못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100%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럴 때 나한테 또래 말고도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어른이 한 명은 있다. 혹시 모르지만 최소한 이야기를 할 만한 어른이 있다는 안전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담만큼 흥미로웠던 Q&A


2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 것처럼 현장의 몰입감이 정말 최고였는데요. 집중도만큼이나 현장의 질문도 정말 많았습니다. 그중 흥미로웠던 Q&A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Q.  아무래도 학교에서도 발언권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고, 그런 환경에 아이들이 많이 노출되다 보니까 눈치가 많아진  같아요. 아이들이 눈치를  보게   있는 장치나 어떤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공간에서 청개구리 작업실을 운영할 때는 눈치 보는 일이 많아요. 왜냐하면 다들 처음 보는 공간이고 소재이기 때문에 내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없으니까 모든 걸 물어봐요. 심지어 쓰라고 놓은 가위도 써도 되냐고 물어봐요.

그럴 땐 당연히 허용된다는 걸 알려주고, 네가 어디까지 해볼 수 있어라는 부분을 알려주기도 해요. 이거 만들었으면 밖으로 나가서 실험해보자라고 제안을 한다든지 바깥에 아지트가 있는데 날려볼래?라고 구체적으로 제안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러면 본인이 이제 문 밖으로 나가서도 작업을 할 수 있구나라고 인식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작업실 자체가 좁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주는 행동 제약이 있을 거라고 봤어요. 그걸 넘을 수 있도록 유도를 하고 있고 지금은 되게 잘 되고 있어요.


Q. 영화 현장이나 작업장에서 아이들끼리 갈등이 생길 때 어떻게 하시나요? 어른들이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게 답은 아니지만 개입을 전혀 하지 않을 때 힘이 센 아이 위주로, 목소리 큰 아이 중심으로 치중될까 봐 걱정이 되네요.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함부로 개입하지 않아야겠다는 원칙이 생겼고, 하지만  이야기는 계속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계속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까 갈등을 완벽하게 풀어야겠다는 마음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도 누군가랑 결이 안 맞아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안 친해질 수 있는 건데, ‘무조건 친해야 해’ 그건 어른의 시각이더라고요. 궁합이 맞아야 하고 화해를 해야 한다는 게 아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더라고요.


완벽한 관계를, 나도 못하는 거를 아이들한테 바라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대담을 마치며,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이를 한 사람의 동료로서 대하기 위한 비법(?) 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어린이들을 함부로 단정 짓거나 평가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 것(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아이다움, 아이스러움으로 재단하지 않고, 어린이 한 사람을 고유한 개별 주체로서 인정, 존중하는 것

어린이를 동등한 주체, 동료로서 인정하면서 동시에 어른으로서 보호해야 하는 부분을 정확히 아는 것

자기다워도 된다는 안전망이 되어 주는 것 (그런 상대가 되거나, 시공간을 마련해주거나)

'척'이 아닌 솔직한 대화를 서로 할 수 있도록 경로를 열어주는 것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기다움을 지지하고 존중해주는 것


결국은 ‘어린이’라서 특별하기보다 ‘동료’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대할 때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담의 시간이, 그리고 기록이 좋은 어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린이들이 자기답게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하기 위한 노력과 대화를 만드는 영감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아이의 부모님,  학생의 선생님이 아닌 

오늘 만난 어떤 아이의 3 어른으로서,

'적당한 거리' 지키는 비빌 언덕의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오늘, 무엇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어린이, 한 사람의 동료' 속기록 다운로드하기


<대본이 없는 영화, 프로그램이 없는 어린이 공간> 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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