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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E SAW Apr 02. 2019

놀이를 찾는 숲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 삼청공원 그리고 숲 속 도서관

[아이와 가기 좋은 제3의 공간]에서는 김남매 엄마이자 리틀홈 COO, 이나연 님 직접 가보고 고른 다양한 공간을 소개합니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 중에서 익숙한 공간이지만 새롭게, 다르게 놀아볼 수 있는 공간이나 미술관 + 놀이터, 박물관 + 공원처럼 여러 공간이 결합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 방법을 바꿔가며 다양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말, 나연 님의 글을 읽고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놀이터에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놀 곳 찾는 엄마

 

고백하자면 나는 아이들과 잘 놀지 못하는 사람이다. 첫 아이를 낳고 15개월 터울로 둘째까지 낳았음에도 꽤 오랫동안이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몰라 당황하고 방황했었다. 시끌벅적한 것보단 고요함을 즐기는 쪽이었던 나에게 끊임없는 반응과 자극을 요하는 아이들과의 시간은 참으로 버거웠다.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아이를 맡기면 잠깐의 여유를 얻을 수 있었지만 반복적이고 피곤한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나는 아이들이 가장 즐거운 방법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길 바랐다. 어린아이들에게 터무니없는 요구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내 나름으로 찾은 답은 쉽고도 명확했다. 아이들을 잘 놀게 하면 된다. 엄마, 아빠가 이끌어가지 않아도 아이 혼자 충분히 몰입할 수 있고, 놀이가 놀이로 자연스레 이어지며, 놀면 놀수록 더 재미있어지는 그런 놀이를 할 수 있으면 된다. 아이들은 더 새로운 놀이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 탐구하고 성장했으며 아이가 놀이에 깊이 빠져들수록 나의 여유도 늘어갔다.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답은 놀이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웠고 나는 아이들을 더욱더 잘 놀리는 것에 열심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솔방울 하나가 장난감이 되는 신기한 경험


놀이가 자라는 공간


의외로 아이들은 잘 놀지 못한다. 기껏 준비하여 멀리 나들이를 왔는데 잠깐 놀곤 집에 가자며 버티거나 끊임없이 엄마, 아빠만 찾는 경우가 숱하다. 아이에게 실망감과 짜증으로 너는 왜 잘 놀지 못하냐는 타박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선 놀이를 하기 전에 먼저 내 아이가 잘 놀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돌멩이와 막대기만으로 하루 해를 넘길 수 있는 아이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놀이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놀 만한 장소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사소한 호기심과 적은 인내심, 불같은 변덕을 받아낼 수 있는 공간, 이걸 하다 저걸 할 수 있고, 이리 갔다가 저리 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에서라면 제대로 놀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놀이의 방법과 시간을 자라게 하는 공간을 찾는 것에서부터 놀이는 시작된다.  


아이를 데리고 하는 나들이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연령, 성향, 날씨, 체력, 기분 등등 모든 것이 변수다. 하지만 공간의 성격이 다양하다면 변수를 포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신나게 뛰기도, 열심히 몰두하기도, 편히 쉬기도 할 수 있는 공간, 실내와 야외가 함께 있는 공간 같은 곳 말이다. 


놀이의 방법과 시간이 자라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숲, 도서관 그리고 놀이터

삼청공원에 가다.


삼청공원은 그런 면에서 아주 훌륭한 장소다. 입구에서 몇 발자국만 들어가면 작은 도서관이 있고, 놀이터가 그 앞에 있다. 공놀이를 할 수 있는 운동장과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개울도 있다. 돌과 나무 조각으로 쌓기 놀이를 할 수도, 열매와 잎으로 소꿉놀이를 할 수도 있다. 흔들 다리를 뛰어 건너거나 경사진 언덕을 오를 수도 있다. 다양한 지형과 놀이 공간은 어느새 아이들을 탐험가로 만들어 준다. 


흔들 다리를 건너 다음 숲으로 이동하면 어떤 놀이가 기다리고 있을까?
소꿉장난을 할 수 있도록 탁자를 제공하는 놀이터라니!
돌멩이와 솔방울과 나뭇잎을 모아 소꿉장난을 시작한다. 


삼청공원 '숲 속 도서관'

숲 속 도서관이라 이름 붙여진 삼청공원 도서관은 공원 초입에 위치해 있다. 주변과 잘 어울리는 아담한 건물로 주변 풍광을 한가득 끌어안는 큰 창이 멋지다. 본래 매점이 있던 자리라 도서관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공원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카페를 겸하고 있는데 그 덕에 엄숙하게 책만 읽어야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편하게 음료나 간식을 먹거나 소곤소곤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아이와 함께 하기에 편안하다.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나뉘어 있어 아이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다가도, 창턱에 앉아서도,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도 책을 읽는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곳이지만 가장 멋진 점은 문만 열고 나가면 언제든 흙투성이가 되어 놀 수 있다는 것이다.


공원을 걷다 만난 반가운 도서관
각자 가장 편안한 자세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
마치 숲 속에서 책을 읽는 듯한 커다란 창. 창 밖의 풍경이 아름답다. 


삼청공원의 야외 놀이공간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숲 속의 숲’, ‘물의 숲’, ‘동심의 숲’으로 이름 붙여진 구역을 아이의 연령과 놀이 타입에 따라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놀 수 있다. 


동심의 숲

도서관에서 바로 내다보이는 곳에 있는 놀이터는 ‘동심의 숲’ 구역으로 유아들이 놀기에 좋다. 작은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가 있고 바닥이 모래로 되어 있어 모래놀이도 할 수 있다. 어린 연령의 아이들은 쉽게 피로해질 수 있으므로 도서관과 가까이에 있는 장소적 이점이 특히 빛을 발한다. 다시 놀기 위해 잠시 쉴 수도, 모처럼 책 몇 줄 읽어볼 엄두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동심의 숲'
신나게 그네를 타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삼청공원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숲 속의 숲

놀이터가 시시한 아이들이라면 ‘숲 속의 숲’을 찾아가자. 삼청공원은 평지가 거의 없고,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살려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라 찾아가는 길부터 구불구불 신이 난다. 서울시내에만도 유아 숲 체험장이 여러 곳 있지만 개인적으로 삼청공원 숲 체험장이 가장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경사진 지형에 배치되다 보니 모든 시설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줄을 타고 오르는 오르막을 발견하고 달려오다가 통나무 징검다리를 보게 되고, 돌을 쌓고 놀다가 나무집을 찾게 되는 식이다. 아이들은 호기심을 좇다 언덕을 넘고, 내리막을 달리고, 숲길을 헤치며 나아가게 된다. 시설 자체가 주는 놀이의 즐거움에 찾고, 향해가고, 도달하며 얻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그 자체로 작은 모험이다. 더 깊은 숲에 숨어 있는 나무실로폰과 곤충 아파트도 꼭 찾아가 보시길!  


줄을 타고 오르는 오르막을 발견해 신난 아이들
좀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다 보면 나무실로폰이 나온다. 나무실로폰이 만드는 소리는 어떤 음색일까?


물의 숲

‘물의 숲’은 생태체험장이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을 제외하곤 거의 물이 없기 때문에 물놀이를 기대하고 왔다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수생생물들을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다녀왔을 땐 개구리알이 가득했으니 곧 올챙이와 개구리들로 넘쳐날 테다. 우리 아들은 산책길에 주운 소나무 가지에 물을 찍어 바위에 그림을 그리며 놀기도 했는데 물의 활용법이야 아이들 머릿속에 무궁무진할 테니 옷이 더러워질 각오만 한다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란 문제도 아니다. 


나뭇가지가 붓이 되어 물을 묻혀 그림을 그리는 경험
물속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작은 생명이 궁금해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


말바위 전망대

이렇게 놀았는데도 그냥 가기 아쉬운 마음이 드는 체력 좋은 가족이라면 ‘말바위 전망대’를 찾아가 보면 좋겠다. 공원 내 표지판을 따라 길을 잡는 것부터 놀이가 될 수 있다. 말바위 전망대를 가려면 20분 정도 계단을 따라 산을 올라야 하는데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한걸음 두 걸음 옮기다 보면 금방 서울시내가 눈 아래에 펼쳐진다. 전망대에 도착했다면 되돌아 내려오거나 산 정상부에 이어지는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산책을 이어갈 수 있는데 삼청공원으로 다시 돌아와야 할 필요가 없다면 이 기회에 성곽길 탐방을 나서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등산로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놀이
아이가 바라보는 서울시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삼청공원 숲 속 도서관 찾아가기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34-3

숲 속 도서관 이용시간 : 10:00 ~ 18:00 (6~9월 10:00 ~ 20:00), 월요일 휴관

전화번호: 02-734-3900

홈페이지: https://www.jfac.or.kr/site/main/content/samcheong01


나연 님이 추천하는 <삼청공원 & 숲 속 도서관 꿀팁>

삼청공원을 이용하는데 적정한 나이란 없다. 아이의 연령과 체력 등에 따라 할 수 있는 만큼 공간을 찾아 누리면 된다. 놀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모든 곳이 놀이터로 모래놀이가 물놀이가 되고, 숲길 산행까지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편한 복장은 필수다.

숲을 방문할 땐 아이에게 작은 가방을 하나 들려주는 것이 좋다. 숲에선 솔방울, 나뭇가지, 이름 모를 열매와 나뭇잎이 보물이 된다. 색깔별, 크기별로 주워 온 것을 늘어놓거나, 이리저리 조합하여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보는 것으로 놀이를 발전시킬 수도 있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엔 무료 숲 체험수업이 열린다. 10명 정원으로 사전예약은 필수다. 이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도서관으로 문의 후 방문하시면 좋겠다. 

화장실은 공원 입구에 하나뿐이다. 공원 깊은 곳까지 탐험을 나가려 한다면 화장실부터 들르자.  

도서관 내 카페에서 쿠키 정도의 간식과 음료,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지만 도시락을 챙긴다면 더 오래 놀 수 있다. 

공원 내 주차장이 따로 없다. 운이 좋으면 공원 앞 공영주차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지만 쉽지 않다. 근처 유료주차장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곳, 삼청공원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면 부모의 역할은 흙과 물에 더럽혀져도 괜찮은 옷에 편한 신발을 신기는 것, 아이들 스스로 놀이의 반경을 넓혀갈 수 있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한 격려를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이들의 놀이가 자라도록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징검다리 건너듯 뛰어놀다가 돌멩이를 쌓다가 소꿉놀이를 하다가. 놀이의 반경이 넓어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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