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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그냥 Oct 13. 2024

MZ가 명상하는 방법(feat. 자존감)

뇌과학

 오늘 읽을 책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선택했습니다. 최근에 주변으로부터 명상이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한두 번 따라하던 저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명상을 할 때면 생각을 비우라고 하는데 생각을 비우려는 생각이 가득 차 버렸거든요. 그래도 몇 번 따라 하다 보면 꽤나 안정되고 차분해지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저는 궁금했어요. 왜 명상을 하면 좋은가? 명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찾고 싶었습니다. '몸의 긴장을 풀고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이 생각해 봐라. 광활한 우주를 느끼고 잡생각을 떨쳐라.'와 같은 추상적인 문구들은 납득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 하면서도 지금 제대로 하는 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어쩌면 이게 MZ의 태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것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걸 추구하는 태도요.

 그래서 오늘 고른 책은 저번에도 한번 읽었던 '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라는 책입니다. 저번에는 가까운 사람에게 더 화내는 이유를 주제로 얘기했는데요. 오늘은 뇌와 신체와 나와 자존감이라는 주제로 읽을 거 같습니다. 명상이 좋은 이유를 고민하다 보니 전에 한번 읽었던 이 책이 자연스레 떠올라 다시 읽게 되었어요. 뇌로부터 이유를 찾는다면 그것만큼 명확한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뇌니까요.

 역시나 결론부터 제시하는 게 좋겠죠? 이 책을 읽고 유추한 명상이 좋은 이유는 명상이 자신에 대한 통제감을 높여 안정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명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통제감과 안정을 주는지 설명해 볼게요.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뇌가 어떤 과정을 거쳐 본인의 신체를 인식하는지 고무손 착시라는 실험을 통해 설명합니다. 이 실험은 간단해요. 피실험자는 유리 상자 안쪽에 손을 올려두고 보이지 않게 천막으로 가립니다. 다른 유리 상자에는 고무손을 보여줘요. 그리고 피실험자의 손과 고무손을 동시에 간지럽(?)힙니다. 그럼 피실험자는 고무손이 마치 자기 손인 것 마냥 착각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갑자기 망치로 고무손을 내려칠 거거든요! 분명 망치로 고무손을 내리치는데 피실험자는 자기 손에 망치가 내려쳐지는 것처럼 손을 내빼게 됩니다. 시각과 촉각 정보가 동조 현상을 일으켜 고무손이 본인의 손이라는 착시를 만들었어요.

 본인의 손이라는 신체소유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시각과 촉각이라는 외부 감각 정보가 필요하단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이 실험에 당한 것(?)은 아니었어요. 고무손에 망치를 내려쳐도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설을 세웠어요. 외부 감각 정보가 아니라 내부 감각 정보에 예민한 사람들은 착시를 덜 당하지 않을까?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신의 심장 박동 수를 맞추는 테스트를 시행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심장 박동 수를 잘 맞추는 사람은 고무손 착시를 경험하지 않는 경향성을 보여줬어요.

 종합해 보면 우리 인간은, 인간의 뇌는 내부 감각 정보와 외부 감각 정보를 종합하여 본인의 신체를 인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마다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요. 기억해둬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내부 감각 정보는 본인의 존재를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외부 감각 정보는 유연하게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고무손 착시는 시각, 촉각을 종합해 유연하게 신체를 판단하다 보니 발생한 부작용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유연한 판단은 부정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유연한 판단이 '나'라는 존재를 단순히 신체적 존재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 추상적 존재, 정신적 존재로 확장시켜 주는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같은 원리를 자존감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자존감을 얘기하기에 앞서 '자기감'을 먼저 언급하는데요. 여기서 정의한 자기감은 자신의 신체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주변의 물리적 환경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정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배가 고프면 자연스레 밥을 챙겨 먹고 안정적인 신체 상태를 유지할 거예요. 밥을 챙겨 먹을 수 없는 상황이면 물리적 환경을 통제하지 못하니 자기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자기감의 정의에서 물리적 환경을 사회적 환경으로만 바꿔보면 어떨까요. 사회적 환경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정.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자존감입니다. 외부 감각을 통해 자연스레 자신을 사회적 존재로 확장하는 인간은 사회적 환경을 통제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고,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큰 성공을 꿈꾸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요. 사회적 환경을 통제하는 건 물리적 환경을 통제하는 것에 비해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완벽히 통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냥 나를 좋아해 줄까요? 조금만 준비하면 원하는 회사에서 취업시켜 줄까요?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어렵습니다. 그렇게 사회적 환경이 통제가 안될 때 우리는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뇌라는 놈에게는 통제 가능성이 굉장히 중요해 보입니다. 통제가 가능해야 불안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사회적 환경은 통제가 어려운데 어떡해야 할까요? 제가 보기에는 통제가 안 되는 걸 자꾸 통제하려는 본능이 문제인 거 같습니다. 통제할 수 있는 건 통제하고 통제할 수 없는 건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될 텐데 말이죠.

 그래서 자존감보다 자기감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사회적 환경보다는 물리적 환경이 통제하기 쉬우니까요. 자기감에 집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외부 감각 정보를 차단해야 합니다. 외부 감각 정보에 집중하면 자꾸 사회적 환경을 통제하고 싶고 욕심을 부리게 됩니다. 외부 감각에는 자극적인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예쁘고 멋진 사람, 맛있는 음식들, 부드러운 촉감, 중독적인 음악, 좋은 향. 그중에서도 특히 시각 정보는 사람을 무섭게 빠져들게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빠져있으니까요. 외부 감각은 마치 고무손 착시처럼 본인이 아닌 것들을 본인이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듭니다.

 그러고 나서 내부 감각 정보에 집중해야 해요. 고무손 착시에 당하지 않는 사람처럼요. 내부 감각 정보에 집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장 박동 수를 세어봐야 할까요? 저는 여기서 명상을 얘기하려 합니다. 명상을 하면서 호흡에 집중하고 자세에 집중하는 거예요. 호흡을 가슴으로 쉬어보고 배로도 쉬어봐요. 가슴과 배가 부풀면서 호흡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느낌으로 온몸에 호흡을 보내볼 수 있어요. 자세도 신경 써봐요. 한쪽 어깨가 올라가지는 않았는지. 허리가 너무 펴지거나 주저앉은 건 아닌지. 목이 거북이처럼 나온 건 아닌지. 신체를 통제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신체 통제감, 자기감은 늘어날 거예요.

 그럼 불안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통제했으니까요. 중요한 건 바꿀 수 없는 과거도 아니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도 아닙니다. 현재 지금의 나입니다. 나를 통제하고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냉철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여기서 조금씩 통제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찾아 도전해 보는 거예요. 마치 컴퓨터가 과부하 상태일 때 재부팅을 해주는 것과 같아요. 과부하 상태에서는 어떤 걸 하려 해도 제대로 처리가 안되니 초기화 상태를 만드는 거죠. 그럼 안되던 것들도 하나씩 처리가 되거든요. 자존감은 갑자기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감을 통해 초기 상태를 잘 마련해 두고 조금씩 채워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 어려운 얘기였습니다. 사실 독서모임 때는 이렇게까지 얘기하지는 못했는데 글로 쓰게 되니 좀 더 정리가 되네요. 그럼에도 부족함을 느낍니다. 허허. 때로는 질문을 남기지 않아도 리뷰를 듣고 각자 떠오르는 얘기를 나누기도 하는데요.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한 분은 명상을 정신적 활동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신체적 통제감을 키우는 활동이라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훨씬 집중하기 쉬울 것 같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스포츠들도 하나의 명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요가, 필라테스, 수영, 달리기, 테니스 등의 스포츠도 몸의 신호와 자세를 신경 써야 하니까요. 동적 명상인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스포츠를 했을 때 개운하고 스트레스 풀린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합니다. 완전히 공감되는 부분이었어요.  

 다른 한 분은 결국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중심이 잘 잡혀야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구요. 해야 할 일을 내버려두고 하고 싶은 일에 자꾸 매몰된다면 중심을 못 잡고 그 일에 정신이 팔려버린 거죠. 그럴 때 명상을 통해서 자기감을 가져야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합니다. 또, 해야 할 일을 하기 싫을 때도 중심을 못 잡고 해야 할 일에 매몰된 것 같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제감 불균형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죠. 이때도 명상을 통해 중심을 잡아야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도 적용해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한 분은 이것도 MBTI랑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N(Intuition, 직관)과 S(Sensing, 감각)이요. S인 사람은 비교적 현실적 감각에 예민하니 내부 감각도 발달해 자기감을 쌓기에 용이하지 않을까 싶다고요. N인 사람은 비교적 추상적 직관이 발달해 신체 감각보다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일부에게는 적용할 수 있을지도요. 저는 N이어서 추상적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내부 감각에 집중하는 활동이 현실로 끌어내려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하하하.

 어떻게 하는지도, 왜 하는지도 몰랐던 명상. 이 기회에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는 거 어때요? 가부좌를 틀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적당히 앉아도 되고, 누워도 되고 벽에 기대 서있어도 됩니다. 어떤 자세가 되었든 호흡과 올바른 자세에 집중해 보는 거예요. 제가 느꼈던 좋은 느낌을 여러분도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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