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맘껏 못 한다. 아니, 제대로 한 문장도 내뱉지 못한다.
참 우스운 일이다. 그 많은 사람이 내 곁에 있었지만 내 말에 귀 기울여 줄 사람 하나가 없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길지 않지만 그동안 나를 괴롭혀 온 것이 있다. 그것은 외로움이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만, 나는 참 많이 외로웠다. 도무지 사람들 사이에 부대껴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갓 성인이 되었을 때 출가를 계획하고 남몰래 신청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종교적인 것을 떠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왜 이다지도 버티기가 힘들까. 왜 이렇게도 외로울까. 소외되었다는 감각. 홀로 영원히 살 것이라는 두려움. 절벽 끝에 내몰린 듯한 불안.
나는 왜 이럴까? 이런 생각을 수천 번, 수만 번. 셀 수도 없이 많이 했다. 그럼에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한 달에 8권씩, 숙제처럼 서둘러 읽어내던 책들. 나는 그 안에서 답을 찾을 거라 기대했다.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 스스로 내 감정에 대해 타인에게 말하는 것이 어렵다.
서툴다.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낯설어하고 두려워한다. 내가 제대로 서 있을 작은 땅 하나가 없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런 나를 단숨에 구제해 주는 마법의 말이 있다.
“무슨 일 있어?”
그 말은 추락하던 나에게 발을 디딜 땅이 된다. 그 말을 들으면 내 안에 가득 찬 울분이 배출할 구멍을 찾아 돌아다닌다.
“아니, 그냥 다들 힘들잖아.”
그러면 나는 괜히 아닌 척을 한다. 그리고 몇 번 더 캐묻는 말에 그제야 비로소 입을 연다. 쌓이고 쌓여 고름이 가득한 그 상처를 다 나은 것처럼, 지나간 일인 것처럼 말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노라. 그리 말한다. 그러나 그 며칠 전에 무척이나 힘들었어서 꼼짝도 하기 싫었다고 그리 말한다.
타인에게 완벽해 보이고 싶은 마음, 부족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 판단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나를 거세게 막아내지만 내 진심을 완전히 막아내긴 어려운 것이다.
“그래? 힘들었겠네.”
그 말에 내 마음은 간단히 녹아버린다. 맞아 많이 힘들었었어. 이렇게 누군가에게 말했다면 조금은 덜 힘들었을 텐데. 왜 이렇게도 다 아프고 난 뒤에야 말을 하게 된 걸까.
아마도 누군가의 물음을 기다렸던 것일 터. 그래서 나는 종종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대뜸 묻는다. 내가 위로받았던 그대로 타인을 위로하기 위해 입을 연다. 그것은 생각 외로 무척이나 쉬웠다.
“무슨 일 있어? 많이 힘들어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