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벨 숄더프레스로 어깨 운동하면서
헬스장에서 없으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만약 헬스장에 운동기구가 없다면? 조금 이상하지만 맨몸으로도 충분히 운동할 수 있으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만약 헬스장에 정수기가 없다면? 조금 불편하지만 텀블러에 물을 담아 오면 될 것 같으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만약 헬스장에 샤워시설이 없다면?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지만, 집에 가서 씻거나 헬스장 이용료를 절반으로 깎는 쪽으로 합의를 본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헬스장에서 없으면 안 되는 것으로 무엇을 떠올리셨나요?
저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울이 없는 헬스장은 상상하기 어렵죠. 어느 헬스장이나 한쪽 벽은 커다란 거울로 되어있습니다. 어떤 분은 거울 앞에서 운동을 하고, 트레이너 분들은 거울 앞에서 회원 분들을 상대로 PT를 진행하시고, 어떤 분들은 거울 앞에서 포징을 하시고, 어떤 분들은 거울 앞에서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샷을 남기기도 합니다. 인테리어적인 측면에서도 거울이 없다면, 헬스장 내부가 그리 넓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래저래 헬스장에서 거울은 반드시 필요하죠.
잠깐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라만차 지역의 가난한 귀족 알론소 키하노는 기사도 소설에 심취한 나머지 본인이 진짜 기사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돈키호테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하인 겸 동료인 산초 판사와 함께 노쇠한 말 로시난테를 타고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돈키호테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지만, 주변사람들이 보기에는 미친 노인일 뿐입니다. 당연히 그의 가족들과 주변인들은 그가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돈키호테의 친구인 삼손 카라스코는 거울의 기사로 변장하고 돈키호테에게 결투를 신청합니다. 돈키호테가 지면 모험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오는 조건이 붙은 결투였죠.
소설 『돈키호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도 결투 장면이 나옵니다. 뮤지컬에서는 돈키호테 여조카인 안토니아의 약혼자인 까라스코가 거울의 기사로 변장합니다. 뮤지컬을 보면 결투 장면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돈키호테 앞에 나타난 거울의 기사들은 커다란 거울 방패로 돈키호테를 비춥니다. 돈키호테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거울 속에는 용맹하고 정의로운 기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늙고 나약한 노인이 있을 뿐이죠. 현실을 직시한 돈키호테는 거울 앞에서 무릎을 꿇게 되고, 기사로서의 모험은 막을 내립니다.
‘메타적 시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개념이나 사고, 행위 등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을 뛰어 넘어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거울에 비친 진짜 내 모습을 바라보는 돈키호테의 시선이 바로 메타적 시선입니다. 거울이야말로 메타적 시선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인 셈이죠.
비록 돈키호테는 거울 앞에서 무릎 꿇었지만, 우리는 헬스장에 있는 거울 앞에서 무릎 꿇지 않습니다. 물론 현실을 직시하기는 합니다. 거울에 비친 볼록 나온 배가 신경이 쓰이고, 하체 근육에 비해 빈약한 가슴 근육이 신경 쓰이고, 비대칭을 이루고 있는 어깨 근육이 신경 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릎 꿇지 않습니다. 거울로 미흡한 부분을 파악하고, 그 부분을 좀 더 신경 써서 운동하면 되니까요.
거울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올바른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거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덤벨 숄더프레스로 어깨 운동을 할 경우, 저는 꼭 거울 앞에서 저를 보며 운동합니다. 덤벨을 어깨 위로 밀어 올리는 동작이 익숙하지 않으면, 어깨가 말려 올라가 승모근 운동이 될 수도 있고, 덤벨을 올리고 내리는 동작에서 덤벨이 앞뒤로 혹은 옆으로 과하게 빠지면서 어깨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덤벨을 제대로 밀어 올리려고 노력합니다.
먼 미래를 한번 상상해볼까요. 헬스장에 있는 모든 운동기구는 개별적으로 부스 안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그 부스 안에는 다양한 각도에 위치한 여러 대의 카메라가 있고,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실시간으로 내가 운동하는 모습이 나오는 것이죠. 렛플다운을 하고 있는데, 내 눈앞에 있는 디스플레이에서 내 등이 보인다고 생각해보세요. 등의 움직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운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대해봅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마음 같아서는 모든 운동기구 앞에 거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덤벨 숄더프레스를 하며
오늘도 딴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