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가장 높은 곳에 열린, 가장 연약한 문

[Z] Zenith

by 오환

아기의 머리 위엔 작고 말랑한 틈이 있다. 깜짝 놀라서 당황할 정도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물렁물렁하다. '대천문'이라고 불리는 그 부위는, 아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두개골이 열려 있는 구조라고 했다. 생후 몇 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닫히는, 아주 짧은 시기에만 존재하는 문이다.


영어로는 fontanelle이라고 하는데, 16세기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본래 ‘작은 샘’을 뜻했다. 땅에서 솟구치는 물처럼 생명의 흐름이 지나가는 자리. 실제로 숨을 쉬는 공간은 아니지만, 그곳은 아이의 몸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생의 기척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어느 아파트 브랜드 이름으로 친숙한 zenith라는 단어는 머리 바로 위, 하늘의 가장 높은 지점을 뜻한다. 그렇게 생각보면 이 조용한 틈도 하나의 정점 같다. 가장 높은 곳에 열린, 가장 연약한 문. 세상의 무게가 아직 닿지 않은 자리, 앞으로의 시간이 모두 열려 있는 문. 시간이 흐르면 그 문은 닫히고, 아이는 혼자 일어서고, 걷고, 말하게 될 것이다. 연약한 그 문이 닫히고 단단해지는 것처럼, 아이도 점차 성장하고 아내와 나도 아무것도 몰랐던 어리숙한 초보 부모에서 나름 경험이 쌓인 베테랑 부모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A부터 Z까지, 하나하나의 단어를 통해 아기의 몸과 마음, 그리고 부모의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았다. 아직 채 50일도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안에 웃고, 때론 힘들고 불안했으며, 모든 것이 낯설고도 사랑스러웠다. 그 모든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대천문, 이 마지막 글자는 그래서 시작이자 끝이다. 여전히 열려 있는 문처럼, 육아도 이제 막 시작된 여정이다. 아내와 나는 부모로써, 오늘도 그 위를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keyword
이전 25화25. 뭐하고 있어? 얼른 나를 재워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