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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환 Jun 13. 2020

에펠탑 꼴도 보기 싫어?!

8. La Tour Eiffel 에펠탑

1. Eiffel Tower Effect (에펠탑 효과) = Mere Exposure Effect (단순 노출 효과). "단순히 노출되는 것을 통해 점점 호의적인 감정이 생기는 효과"
2. Perspective (관점) : Per(~을 통해서) + 라틴어 specere(보다). "~을 통해서 보다"


 2019. 04.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1)


 ‘예전엔 에펠탑을 부셔버리자고 데모했었다고?’     


 런던에서 4일간의 일정을 다 끝낸 뒤 유로스타를 타고 다음 여행지인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바다 밑으로 터널을 뚫어놓은 덕분에 3시간도 채 안되어서 프랑스에 도착했다! (거가대교 해저터널도 신기했는데, 여긴 무려 영국-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 밑으로 터널을 뚫어버렸다. 단, 머리 위로 영국 상어와 프랑스 돌고래가 헤엄쳐다니는 풍경을 상상하면 실망할 수 있다. 아쿠아리움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만든 터널임을 머릿속에 염두해두자) 우선 숙소에 도착하여 간단히 짐 정리를 끝낸 뒤 쌀국수로 허기를 채우고 에펠탑 야경 보러 몽파르나스 타워로 갔다. 참고로 몽파르나스 건물 꼭대기는 에펠탑 야경명소 중 한 곳인데, 단지 건물이 높아서 얼떨결에 야경 구경하는 곳이 되었다. 우리는 미리 받아놓은 e티켓이 있었기에 별 기다림 없이 입장한 뒤 엘리베이터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갔기에 야경 보려면 최소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려야 했다. 오후에 보는 파리의 모습은 큰 감명을 받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였지만, 그 와중에도 에펠탑은 유독 눈에 띄었다. 처음 보는 에펠탑의 모습을 보고 다들 설렘을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밤이 되고 불켜지면 더 이쁘겠지?' 나름의 기다림 끝에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노을이 드리웠고, 9시 정각이 되자 에펠탑에 불이 들어왔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종종 다른 사람 머리에 가리기도 했지만, 그 광경은 정말 아름다웠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하늘 색깔도 마치 프랑스 삼색기를 상징하듯 파란색, 흰색, 빨간색이 조화롭게 정돈되어 있었기에 더 감동적이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에펠탑에 열광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프랑스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누군가는 베르사유 궁전을, 또 다른 누군가는 루브르 박물관이나 노트르담 대성당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자에게는 아마 파리, 아니 프랑스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이 1순위가 아닐까? 그런데 이 에펠탑이 처음에 공개되었을 때에는 ‘꼴도 보기 싫은’ 애물단지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당장 저 고철 덩어리를 없애라며 열을 올렸던 것이다. ‘엥?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왜?’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 당시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몽파르나스 타워에서 바라본 에펠탑 (출처 : 직접 촬영)


 지금부터 100년도 훨씬 전인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린 적이 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높이 300m 규모의 커다란 철골 구조물인 에펠탑을 공개한다. 하지만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그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그 구조물을 증오했었다. 주변 다른 건축물들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소재도 철근이었으니 마음에 들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어느 소설가(모파상)는 매일 점심식사를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먹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구조물 내부의 2층 식당이긴 했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좀 괴팍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에펠탑에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도 증오의 대상이었던 에펠탑이 지금은 어떻게 파리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을까? 심리학자들이 ‘에펠탑 효과’라고 규정하는 이 현상을 국립국어원 우리말 샘에서는 ‘특정 대상이나 메시지를 자주 접하게 되면 그것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호감도가 상승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그렇기에 ‘Mere Exposure Effect’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단순히(mere) 노출(exposure)되는 것을 통해 점점 호의적인 감정이 생기는 효과’를 의미한다. 즉, 단지 그 대상이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했을 뿐인데 점차 증오가 호감으로 바뀐 것이다. 나태주 시인도 <풀꽃>이라는 시를 통해서 '자세히 봐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일명 밉상인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너무나도 보기 싫고 얄미워서 머리에 꿀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수시로 느끼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단순히 계속 보아도 미움이 호감으로 전혀 바뀌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그 미움의 감정이 더 커져서 증오로 바뀌는 경우도 분명 있다. 나도 유사한 경험이 있기에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학교든 직장이든 사회에서든지 상관없이 어느 특정한 조직에 속해있으면 자신과 마음이 맞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그들을 불편해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만 불만을 가진다. 자기 나름의 기준을 잣대로 두고 판단했을 때 도저히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그 부분이 전체가 되고, 나중에는 그 사람 자체를 싫어한다. 별것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기에 그가 행하는 모든 행동들이 못마땅해지기 때문이다. 밥 먹는 것도, 통화 목소리도, 옷 입는 것도, 심지어 걸어 다니는 소리까지도 싫어진다. 그냥 볼 때마다 쌍욕이 저절로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태주 시인의 말씀대로 자세히, 그리고 오랫동안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단, 하나의 전제조건이 있다. 어떤 감정으로, 그 사람의 어떤 면을 어떻게 볼 것인지 잘 결정해야 한다. 관점을 영어로는 perspective라고 하는데, 이는 ‘~을 통해서’를 뜻하는 per와 ‘보다’는 의미의 라틴어 specere가 합쳐진 단어다. 즉, ‘~을 통해서 보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미 맞춘 빨간 색안경을 끼고 이를 통해 그 사람을 보면 아무리 오래 봐도 소용없다. 그냥 시뻘건 덩어리밖에 안보일텐데 당연한 것 아닐까?    


 싫어하는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그 사람의 장점을 의도적으로 찾아봐라. 그러면 ‘오 저 사람이 저런 면도 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점이 보일 것이다. 아무리 이상한 사람이라도 최소한 한두 가지 정도는 있지 않겠는가. ‘고철 덩어리’ 취급을 받던 에펠탑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된 것도, ‘앞에는 잔디밭을 깔고 뒤에는 센 강이 흐르니 의외로 볼만한데?’라는 작은 관점의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물 아닐까?

에펠탑 앞의 잔디밭 (출처 : 직접 촬영)


 그 후에는 새롭게 찾은 장점을 좋아하도록 노력해보자. 그러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조금은 증가하지 않을까? 그리고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그 사람의 장점과 매력을 찾는 것 또한 나름 성취감을 줄 수도 있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그 사람에게 없는 면을 만들어내어 착각을 바탕으로 미화시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질(特質) 중에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심으로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의 감정이 생기지 않게 되고, 만약 그 감정이 잠깐 생겨나더라도 금방 그 의미가 퇴색되어 원점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장점이라곤 1도 안보여도 계속 봐야한다. 고역이겠지만 불행히도 그다지 많은 선택권이 없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면 자신의 관점만 바꿈으로 인해서 마음이 더 편안해지는 데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미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겠지만 그게 참 힘들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 사람을 바꾸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무조건적으로 참으며 화병(火病)을 얻거나, 이를 풀기 위해 다른 친구들과 그 사람에 대한 뒷담화를 늘어놓으며 괜히 에너지 소비하는 것보다는 더 괜찮은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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