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Engorgement
기저귀를 갈고, 트림을 시키고, 울음을 달래던 시간들이 조금씩 몸에 익을 무렵, 아내는 또 다른 싸움을 시작하고 있었다. 출산을 앞두고 종종 걱정을 내비치곤 했다. “모유가 안 나오면 어쩌지?” 모든 것이 처음인 첫 아이였기에, 그런 불안은 당연한 것이었다. 다행히 산후 마사지 한 번을 받고 나서부터 젖이 돌기 시작했고, 유축기를 통해 수유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들은 젖을 잘 빨지 않았다. 직수는 어려웠고, 아내는 결국 유축수유를 선택했다. 3시간마다 한 번씩, 한 번에 30분 가까이 유축기를 양쪽 번갈아가며 돌렸다. 그렇게 모은 모유는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했다. 나는 그것을 데워 아이에게 먹였고, 공용 냉장고에 병을 넣으러 갔다가서야 그 양을 실감했다. 다른 병들보다 훨씬 많이 채워진, 투명한 병 속의 차오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고단함이 거기 담겨 있었다.
그 무렵부터 아내의 얼굴이 자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유방이 단단하게 뭉치고 열이 오르며,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수유량이 늘수록 유축도 빠질 수 없었고, 밤낮 없이 반복되는 그 일과는 쉼 없는 싸움처럼 보였다. 얼음찜질을 하고, 양배추 팩을 올려가며 버티는 날들이 이어졌다. 어느 날은 산후도우미 선생님의 권유로 단유 마사지를 받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몸의 고통만이 아니라, 그 고통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고민까지도 함께 지고 있었다.
‘젖몸살’은 영어로 engorgement라고 한다. 이 단어는 engorge, 즉 “목구멍(gorge)에 가득 차다”는 뜻에서 왔다. en-은 ‘안으로’, gorge는 ‘목구멍’을 의미한다. 원래는 매가 사냥감을 꿀꺽 삼키는 모습을 묘사하던 말이지만, 시간이 흐르며 ‘과도하게 차오른 상태’, ‘막혀버린 상태’를 뜻하게 되었다. 사랑도, 감정도, 몸도—지나치게 차오르면 그것은 곧 고통이 된다. 나는 아내의 고통을 대신해줄 수는 없었지만, 유축한 병을 냉장고에 넣고, 데워서 아이에게 건네고, 아내의 얼굴을 살피는 일로 곁을 지켰다.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일이, 작게나마 위로가 되길 바랐다.
육아는 아이만 키우는 일이 아니다. 부부에서 부모가 된 서로를 지켜보며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고 힘들 때 그 고통을 감싸주는 것도 일종의 육아 과정이다. 그 재탄생의 고통은 울음소리나 기저귀뿐 아니라, 조용한 방 안의 유축기 소리, 얼음팩, 양배추 팩 하나에도 고스란히 스며 있다. 나는 오늘도 아내가 흘려보낸 그 수고의 흔적을 데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말없이도 매일 배워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