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차트!
2025년도 이제 열흘 남았습니다. 정말 한 해가 금방 지나가버린 것 같네요.
올해 본 영화를 세어 보니 총 202편입니다. 2024년 157편이었는데 조금 더 보았네요. (일은 더 열심히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연말이 되면 항상 한 해 동안 본 영화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는데 올해는 많은 영화가 있었지만 소문보다 또는 기대에 못 미쳤던 영화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F1 더 무비', '미션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씨너스' 등이 대표적이었습니다. 한국영화는 정말 너무 할 정도로 기억에 남는 영화가 없었네요.
이제부터 나름 2025년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10편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 취향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참고로 '어쩔 수가 없다'는 여러 이유로 극장에서 놓쳐 OTT 관람 대기 중입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먼저 10위부터입니다.
스파이 vs 스파이,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다'
6명의 스파이가 벌이는 심리 스릴러 첩보 추리극(?)입니다. 스파이가 등장한다고 해서 멋진 액션신을 기대하셨다면 너무나 지루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제겐 쏟아지는 대사만으로 긴장감을 만들어 낸 집중력 있는 영화였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스티븐 소더버그의 연출은 의심이 필요 없고 마이클 패스벤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와 스타일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아놀드 스왈제너거 옹의 <러닝맨, 1987>을 극장에서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영화가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반 걱정반이었죠. 이전 <러닝맨>을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개봉 후 관객들의 평가가 크게 나뉘는 것을 보고 기대를 접고 봤습니다.
원작에 더 가까운 스토리 때문인지 전 이 영화가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허술한 결론 부분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주인공인 글렌 파월은 매력적이라기엔 많이 부족했지만 조쉬 브롤린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P.S. 영화를 보면서 연재 중인 탈진실 시대의 현재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어서 TOP 10에 포함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 영화 <더 러닝맨>의 정보혼란자의 공격법이 궁금하시다면
작년 말에 이 영화의 개봉을 엄청 기다렸습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도 개성 있는 두 캐릭터의 잔잔한 이야기,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방법을 풀어가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작품이라 놀랐고 <나 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의 동생 키어런 컬킨의 연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신선한 재미를 원하시면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네요.
네, 공포영화입니다. 거의 14년 만에 돌아온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입니다.
솔직히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다시 후속작을 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죠. 또 실망할 거라 예상하고 속는 셈 치고 관람했는데 너무나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시리즈가 쌓아왔던 클리셰를 영리하게 비틀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스토리가 좋았습니다.
공동 감독 잭 리포브스키와 아담 B. 스타인은 스튜디오와의 줌(Zoom) 회의에서 사전 녹화된 영상과 시각 효과를 조합하여 화재와 고장 난 천장 선풍기가 떨어져 감독 중 한 명의 목을 베는 장면을 연출할 정도로 이 시리즈의 열렬한 팬들입니다. 팬심이 만들어 낸 작품이기도 하죠.
>> 교훈 : 팬을 협업의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폴 그린그래스는 실제 사건을 긴박감 있게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나있죠. <블러디 선데이>, <플라이트 93>, <7월 22일> 모두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적 긴장감을 잘 살린 영화입니다. 시간 나실 때 한 편씩 찾아보시는 것 추천드립니다.
<로스트 버스> 역시 2018년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화재 사건을 바탕으로 합니다. 애플 TV+로 보는 내내 "아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해야지." 몇 번이나 원망했는지...
이 영화에는 주연 배우 매튜 맥코너히의 실제 아들과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잘 찾아보세요!
조훈현과 이창호, 사제간의 승부를 그린 또 한 편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입니다.
<승부>는 이병헌의 연기 만으로도 꼭 보셔야 할 영화입니다. 물론 유아인의 연기도 나쁘진 않았지만 월등하다고 느껴질 정도니까요. 몰랐던 바둑의 세계도 알게 되고 전해주는 메시지도 인상 깊었던 영화입니다.
3위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신작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입니다.
<블루스틸>, <폭풍 속으로>, <하트로커>, <제로 다크 서티> 등 수많은 작품으로 이미 연출력을 인정받아 많은 팬들을 거느린 감독이죠. 저도 그 팬 중에 한 명입니다.
누가 쏘아 올렸는지 알 수 없는 불명의 핵 미사일이 미국으로 발사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연출력이 대단합니다. 전 극장에서 관람하여서 그 긴장감을 더욱 짜릿하게 느낄 수 있었죠.
지금 여러분들이 어떤 집에 살고 계신지.... 한 번 돌아보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실 겁니다.
저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산행>도 전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 않았죠.
연상호 감독에서 좀비와 사이비를 빼면 무엇이 될까요? 바로 <얼굴>과 같은 좋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돼지의 왕> 같은 초기작들처럼 인간 심리를 파고드는 요소가 의도된 불편함들을 자아내는 데 탁월합니다. 작은 영화이지만 오히려 크고 화려했던 전작들보다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발 이렇게 다음 작품도 하시길.
권해효 배우의 연기를 의심한 적은 없었지만 <얼굴>에서 그의 연기는 정말 정점을 찍었습니다. 신현빈 배우의 목소리도 극 분위기를 살리는 데 한몫했네요.
<굿뉴스>는 이미 제가 한 번 리뷰를 했었죠. 사실 아쉽게도 그 이후 이 영화보다 더 좋았던 한국영화를 올해 만나지 못했습니다.
비극적인 예전 실화를 요즘 현실에도 비추어 웃을 수 있는 블랙 코디미 영화로 만든 변성현 감독에게 박수를!
드디어 1위입니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이기도 합니다. 바로 <나이브스 아웃>의 3번째 이야기입니다.
전 어렸을 때부터 추리소설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특히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정말 사랑했습니다. <나이브스 아웃>이 처음 등장했을 때, 원작 소설이 없이 라이언 존슨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는 점에서 크게 놀랐습니다. 살짝 부족했지만 그래도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근접한 이야기였죠.
두 번째 이야기 <나이브스 아웃 : 글래스 어니언>은 기대가 컸는데 그냥 범작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이야기인 <나이브스 아웃 : 웨이크 업 데드맨>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관람 후 시나리오부터 연기, 연출력, 그리고 묵직한 메시지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가 거의 없었던 2025년, 차라리 여운이 남는 재미를 준 이 <나이브스 아웃 : 웨이크 업 데드맨>에게 1위의 영광을 드립니다.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크리스마스에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올 한 해 본 영화 중 TOP 10을 꼽아 보았습니다.
순위에 아쉽게 들지 못했지만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더 캐니언>, <미키 17> 등 몇몇 영화들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올해 망작 또한 너무 많았네요.
2026년 새해에도 열심히 영화를 보고 즐기겠습니다. 좋은 영화, 영감을 주는 영화들이 내년엔 더 많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