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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츠인마이트립 Jan 01. 2016

[용산] 덕후들의 성지, 아이파크 건담베이스를 가다

#국내여행 #용산 #아이파크몰 #건담베이스 #올스테이

덕후, 한 분야에 미친 듯이 열중하는 사람을 우리는 덕후라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덕후라 할 수 있다. 물론 당신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덕후의 이미지는 ‘미소녀 캐릭터에 빠져 사는 뚱보’ 니까.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 나는 지금 당신더러 “미쿠미쿠짱!”을 외치는 뚱보라고 하는 게 아니다. 단지 우리는 모두 어떤 분야의 팬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덕후란 말은 팬, 마니아로 순화되고 당신도 어떤 분야의 팬이지 않은가? 그게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피규어나 프라모델이 됐든지 간에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일종의 덕후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덕후 동지여, 한 가지에 미친듯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오히려 몰입할 구석이 없는 저들이 부덕한 사람들이니! 그래서 오늘은, 우리의 덕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여행코스를 준비했다. 이른바‘용산 덕후  여행’이다. 



먼저 프라모델 덕후들은 주목! 당신의 눈과 귀가 번쩍 뜨일만한 곳을 소개한다. 바로 용산 아이파크몰 ‘건담 베이스’다. 프라모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알겠지만, 프라모델을 이야기할 때, 건담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녀석이다. 흔히 건프라로 불리는 이 녀석은 독보적인 팬층을 가지고 있으며 프라모델의 종류도 수백 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하다. 정교하긴또 얼마나 정교한지 접착제 없이 단순 조립만으로도 완성이 가능하다. 실제로 2015년 건프라의 매출이 767억 엔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프라모델계의 터줏대감인 셈이다. 그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용산 아이파크몰 건담 베이스로 떠나 볼까? 


그런데 이게 웬걸, 건담 베이스로 가는 길이 좀처럼 쉽지 않다... 어디 이렇다 할 이정표도 없고 표지판도 없다. 그러나 걱정 말라 동지여, 내가 길을 안내해줄 터이니. 만약 1호선을 타고 용산역에서 올라왔다면 아마 당신이 위치한 곳은 3층일 것이다. 그럼 당황하지 말라. 건담 베이스는 바로 아이파크몰 서관 3층에 있다. 기억하라, 동관이 아니라 서관이다. 그곳에 우리의 성지가 있다.  



건담 베이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사방을 꽉 채운 건프라 박스와 사람보다 커다란 건담의 위용이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건프라의 뜨거운 인기로 사람들은 언제나 북적 북적대니 건담 마니아라면 심장 안 떨어뜨리게 조심하자. 잘못했다간 쿵쾅대는 심장을 떨어뜨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건담에 관심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허허, 부덕한자여 걱정하지 말라. 건담 베이스에는 건담에 관심이 없더라도 재밌게 구경할 수 있는 건프라 완성품과 명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디오라마가 전시되어 있다. 심지어 건담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더라도 콩알만 한 부품 하나하나 가모여 완성된 건프라는 그 자체로 감동일 테니 건담에 대해 잘 모른다면 전시품을 구경하자. 이처럼 건담 베이스는 건담을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마치 놀이동산 같은 곳이다.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놀이동산은 모두가 좋아하는 것처럼.



그런데 이렇게 구경을 하다 보면, ‘아 나도 하나 만들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걱정하지 말고 하나 질러보자. 건담 베이스  한쪽에는 건프라를 조립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당신의 덕력을 마음껏 뽐낼 순간인 것. 그렇게 내 입맛에 맞는 건프라를 고르고 자리에 앉으면 시간은 대여섯 시간 뒤로 워프 된다. 만약 덕계(덕후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1/144 모형으로 시작하자. 크기가 크면 클수록 비싸지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니퍼를 비롯한 각종 용구도 건담 베이스에서 살 수 있으니 지금이야 말로 부덕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런데 이때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무리들이 있었으니, 바로 밀리터리 프라모델 덕후들이다. 사실 프라모델 세계는 건담과 밀리터리로 양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몇몇 밀덕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군사지식을 자랑하고 고퀼리티의 디오라마로 세계 2차 대전을 재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밀리터리 프라모델의 영향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건담 베이스 옆에는 밀리터리 존이 위치한다. 전투기부터 탱크, 항공모함 등등 온갖 군사장비들이 모여있어 밀리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곳인 것. 게다가 일반적인 스토어에선 만나기 힘든 대형 모델도 있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한 프라모델을 원한다면 여기가 대안이 될 것이다. 건담 베이스와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맘만 먹으면 신상 아가를 그 자리에서 조립해볼 수 있다.



만약 “나는 프라모델은  별로”라는 피규어 덕후라면, 미련 없이 건담 베이스에서  빠져나와 로비로 나가자. 그곳엔 아이언맨, 원피스를 비롯한 각종 피규어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로의 도깨비 참수라든지 정상 대전의 에이스&루피라든지 하는 피규어를 보고 있노라면 자기도 모르게 덕력이 폭발할 수 있으니 주의를 요망한다. 심지어 이곳엔 RC카, 드론, 미니어처 소품도 한데 모여 있어, 당신이 어떤 장르의 덕후라 할지라도 즐거움을 만끽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그야말로 덕후들의 에덴동산인 셈.



그런데 저기 한쪽에 심상치 않은 공간이 있다. 마치 숲의 일부분을 떼어 놓은 것 같은 ‘도토리숲’이 바로 그곳이다. 도토리 숲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굿즈를 모아놓은 일종의 스토어라, 여성 덕후들이라면 특히나 좋아할 만한 곳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도토리 숲이 단순한 스토어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도토리 숲의 벽면과 천정은 커다란 나무들이 감싸고 있어 스토어라기보다 숲 속에 서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럴까? 천정의 조명도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들어오는 햇살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인테리어 하나하나에 지브리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보니 도토리 숲은 마치 테마파크 같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지브리의 광팬이라면 꼭 들러 볼 곳이 있다. 바로 ‘꼬마 마녀 배달부 키키’의 장면을 옮겨놓은 곳이다. 스토어  한쪽의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총총히 밟고 올라가면 다락방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한쪽 벽면에선 애니메이션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내가 밟고 있는 이 공간이 애니메이션 속 장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이곳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소품도 잔뜩 있어서, 정말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주지 않으면 서운한 스팟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이곳은 어른도 아이도 모두 똑같은 아이가 되고 마는 재밌는 공간이다.


건담 베이스, 도토리숲을 비롯한 다양한 스토어를 한 데 모아놓은 용산 아이파크몰은 그야말로 덕후들의 성지, 키덜트들의 고향이라 할 수 있다. 비록 덕후라는 말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담겨있어 우리는 덕력을 숨기면서 살고 있지만, 사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한 가지에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우리가, 취미라곤 TV 보는 것 밖에 없는 부덕한 저들보다 훨씬 낫다. 그러니 오늘 하루만이라도 덕후 여행을 다니며 우리의 숨겨진 덕력을 꺼내보는 건 어떨까? 어떤 것에 강렬한 팬심을 가지고 있는 건 나쁜 게 아니다. 자 떠나 보자,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위해, 장르를 위해! 결코 누구도 우리를 욕할 순 없덕!


글/사진 - 박영욱 작가 (45my@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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