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구석진 자리에 무뚝뚝한 얼굴로 앉아서 오래된 악보를 읽는다. 남자는 낮은 테이블 위에서 식어가고 있는 커피잔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오래 전에 죽은 연인의 편지를 읽듯이 악보를 읽고 있다. 천천히. 정성스럽게. 고즈넉한 시골 들녘의 작은 카페의 주인인 연은 카운터 안쪽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화사한 햇빛이 조용히 비쳐 드는 카페 안에는 연과 남자 손님, 두 사람 뿐이다. 시간은 10시 30분쯤이다. 카페 주인은 자신이 마시려고 진하게 내린 커피를 조금씩 마시면서 잠기운을 떨치려고 애쓴다. 카페 주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승 사자가 와서 커피를 마셔도 카운터에서 졸고 있을 사람이다. 연은 자신의 손님에게 영 관심이 없다.
그때 남자가 손을 뻗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남자의 억센 손이 들고 있는 작은 커피잔은 힘을 주면 툭 하고 부서질 것 같다. 그러나 남자는 조심스럽게 커피잔을 내려놓는다. 커피잔이 받침 접시 위에 딸깍 소리를 내며 제대로 안착한다. 정오부터 카페 문이 닫힐 때까지 잔잔하게 돌아가는 레코드판은 아직 잠을 자고 있고, 잠이 부족한 카페 주인은 다시 몽롱한 잠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눈꺼풀을 조금 가늘게 뜨고 있을 뿐, 흐트러진 모습은 일체 보이지 않는다. 나흘 전에 면도한 턱을 손등으로 가볍게 문지르고 다시 책 내용에 집중한다. 그때 남자가 의자 끄는 소리를 내며 일어난다. 의자에서 일어난 남자는 몸집이 크다. 그의 단단한 가슴팍은 창에 맞아도 끄떡없을 것 같다. 화사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차림의 남자는 한쪽 손에 악보를 소중히 그러쥔 채 카운터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온다. 적당한 거리가 확보된 순간 남자는 우뚝 멈춘다.
그리고 허리 뒤쪽에 감춰둔 총을 꺼내서 탕! 소리와 함께 쏜다. 카페 주인의, 어떤 죄목도 새겨지지 않은 하얀 이마에 작고 검은 구멍이 뚫리고, 그는 아주 느리게 뒤로 넘어간다. 쓰러지는 소리는 나지 않고, 바닥에 널브러진 그는 눈을 감은 채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평화로워 보인다. 총알에 뚫린 이마에서 붉은 것이 뜨거운 것이 조용히 흘러내린다. 저벅저벅 카운터까지 다가온 남자는 고개를 들어올린 카페의 주인과 눈이 마주친다. 찾으시는 게 있습니까? 연이 잠긴 목소리로 묻자 남자는 각설탕을 하나 달라고 대답한다. 각설탕이라면 얼마든지 있죠. 드리는 김에 내 커피에도 하나 넣어야겠습니다. 연은 선반 위에서 각설탕을 담아두는 유리통을 꺼내서 손님에게 한 개를 주고, 그의 커피에도 한 개를 빠뜨린다. 그리고 작은 스푼으로 휘휘 젓는다.
사실 이 유리통은 언제부터 선반 위에 있었는지 모른다. 그가 이 황량한 들판에 서 있는 작은 카페를 인수했을 때부터 선반 위에 놓여있던 것이니까. 설탕은 유통기한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냥 계속 두었고, 이따금 감성적인 손님들이 각설탕을 찾으면 선반 위에서 통을 꺼내서 집게로 한 개나 두 개를 꺼내준다. 그런데 그 각설탕을 자신의 커피에 넣어본 적은 없다. 그는 석탄물처럼 검은 커피에 각설탕이 전부 녹을 때까지 작은 스푼으로 휘휘 저은 다음 손잡이를 잡고 한 모금 마신다. 그런대로 맛있다. 남자도 자신의 식어빠진 커피에 카페 주인에게 받은 각설탕을 넣고 스푼으로 휘저은 다음 조용히 마신다. 연이 읽고 있던 소설의 어느 부분에 정체 모를 남자 손님에게 살해당하는 술집 주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붉은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고즈넉한 들녘에 웅크리듯이 서 있는, 작고 허름한 술집을 운영하던 주인은 총을 숨기고 있던 손님에게 살해당한다. 손님이 주인을 살해한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우연한 재앙이라는 표현이 성의 없는 추모를 대신할 뿐이다. 카페 주인의 이마는 핏기가 좀 없을 뿐, 멀쩡하다. 여전히 아무런 죄목도 새겨지지 않은 채 하얗고 창백하다.
남자는 커피를 단숨에 마시고 다시 의자에 죽은 듯이 앉아서 악보와의 연애를 시작한다. 연은 특이한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승사자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반쯤 마신 커피잔을 든다. 여전히 두 사람뿐이다. 연은 등받이가 없는 불편한 의자에 수행하듯이 앉아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계속 소설을 읽는다. 이 소설도 일 년 전 어떤 여학생 손님이 두고 간 책이다. 손님들이 두고 간 물건을 모아두는 곳에 책을 보관하면서 여학생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그 후로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작가는 유명하지 않은 사람 같았고, 표지도 낡아서 어디 헌 책방에서 헐값으로 구매한 책인 듯싶다. 소설 내용도 지루한 편이다. 연은 벽걸이 시계가 10시 45분을 가리키는 것을 본다. 멈추어있다고 생각되지만, 시계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조금씩 흐르고 있다. 그때 남자가 다시 일어난다. 총이다. 총을 꺼낸다. 연은 생각한다. 그러나 남자는 악보를 들고 잠을 자고 있는 레코드 옆에 방치된 오래된 피아노 쪽으로 다가간다. 피아노도 옛주인이 남긴 물건이다.
「손님, 피아노가 더러울 텐데요. 한 번도 닦지 않았거든요.」
「건반에 독을 발라둔 게 아니라면 상관없을 듯하군요.」
「독을 바르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확신은 못해요. 그건 원래 제 피아노가 아니거든요.」
남자는 이미 피아노 의자를 빼고 앉는다. 연은 손님의 고집에 두손두발 들고 등받이 없는 자신의 불편한 의자에 다시 앉는다. 연은 타인의 웬만한 특이한 행동에도 동요가 없는 고요한 정신의 소유자이다. 직감이 발달한 연은 본능적으로 남자 손님에게서 좋지 않은 기운을 느끼고 있지만, 그의 허약한 몸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잠자코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이런 강한 기운을 내뿜는 사람은 오랜만이야. 어둡구나. 하염없이 어둡구나. 그런데 분명히 좋지 않은 기운을 풍기는 건 맞지만, 쎄한 느낌은 아니란 말이야. 사람을 죽일 것 같지는 않아. 연은 속으로 생각한다. 그는 달달해진 석탄물을 소리내지 않고 마시면서, 손님이 피아노 뚜껑을 열고 뽀얀 먼지가 내려앉은 건반을 맨 왼쪽부터 맨 오른쪽까지 냅킨으로 한 번에 닦는 모습을 지켜본다. 드르륵 피아노가 울린다. 무덤에서 억지로 끌려나온 유령의 괴로운 기침(起枕)소리 같다. 남자는 악보는 옆에 내려놓고 건반 위에 조용히 손을 얹는다. 그리고는 낮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예술가 M씨를 위해 치겠습니다.」
「좋아요. M씨를 위해. 그런데 M씨가 누구입니까?」
「피아노를 잘 치는 유부녀입니다.」
「예쁩니까?」
「평범합니다.」
「손님도 고생이 많으시군요.」
남자는 눈을 감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연은 곰곰이 생각한다. 저 선율은 어디에 어울리는 선율일까. 너무나 저 선율에 어울리는 어떤 장면을 알고 있는 것만 같다. 연은 눈을 감고, 남자의 생각보다 담담한 선율을 들으면서 생각한다. 인생의 크고 작은 실패를 겪고, 자신은 혼자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채 한가로운 시골로 내려와 혼자 술집을 운영하는 술집 주인의 이마에 탕!소리와 함께 구멍을 뚫고 유유히 술집을 빠져나온 남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푸릇한 여름 들판을 말없이 가로질러 가는 장면에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이 아닌가. 들녘의 맨드라미는 흔들리는 붉은 점이다. 봉선화도 붉다. 구름은 흘러간다. 잘못도 없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그 남자를, 애도하는 존재는 거기에 없다. 타인의 운명을 뒤바꾸는 우연한 재앙은 유유히 들판을 가로질러 다음 희생자를 찾아 떠난다. 점점 아득히 멀어진다. 연은 조용히 눈을 뜨고 피아노를 치는 손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대충 내려놓은 악보는 의자에서 흘러내릴 듯 말듯 위태롭다. 낙화 지듯 악보가 떨어진다.
남자는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떠났다. 두 번째 잔은 각설탕을 넣지 않고 마셨다. 남자는 사실 쓴 커피를 잘 마시는 사람이었다. 그건 카페의 주인도 마찬가지이다. 갈색 벽에 걸린 벽걸이 시계는 11시 45분을 가리킨다. 그는 왠지 힘이 빠져서 유령처럼 아무도 없는 카페 실내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다시 카운터 안쪽으로 돌아간다. 하루 장사를 접을까? 그는 생각한다. 어디 먼데로 휴가나 갈까? 그는 생각한다. 아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의 생각은 비약한다. 아이를 낳으려면 결혼을 해야지. 그런데 결혼은 누구와 하나? 누가 나와 결혼을 하나? 피아노를 잘 치는 여자는 안 되겠어. 그런데 나는 피아노를 잘 치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 카페의 주인은 혼자 생각하면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다가, 왱왱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손님 대신에 파리가 들어와 있다. 검고 살진 몸뚱이에 붉은 눈알을 달고 자기가 벌이라도 되는 것처럼 활개를 치고 다닌다. 그는 저 흉측하게 생긴 파리를 때려잡든 내보내든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힘들게 파리를 쫓아다니지 않는다.
조금 멋없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가 택한 방법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기다리기이다. 그는 파리가 나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 옆에 가만히 서서, 천장 밑에서 빙빙 돌고 있는 파리를 눈으로 좇는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는 언젠가 파리가 나가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나가기도 전에 새로운 놈이 날아올 수 있다는 난감한 점이 있다. 그럼 두 마리를 때려잡든 내보내든 해야 한다. 두 마리의 불청객을 내쫓기도 전에 손님이 들이닥치면 그다지 좋은 그림이 아니다. 그는 얼른 파리가 지쳐서 나가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다 그가 먼저 지칠 것 같다. 파리는 기어이 카페 주인의 기다림을 배신하고 카운터 안쪽에서 왱왱거리다가 한순간에 날갯짓 소리를 멈춘다. 그는 더 살지고 흉측한 놈이 들어오기 전에 서둘러 문을 닫고, 파리가 사라진 카운터 안쪽의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는 파리가 유리통 안에서 맛있게 각설탕을 갉아먹고 있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그리고 조용히 다가가 뚜껑을 덮는다. 파리는 갇힌다. 그러나 태평한 파리는 당황하지도 않고 설탕에 정신을 팔고 있다.
흉측해. 동정의 여지도 안 생기는군. 그런데 참 맛있나보다. 그는 파리가 눈치채지 않게끔 천천히 뚜껑을 돌려 완전히 그것을 봉인한 뒤 잠시 한숨을 고르는데 그때 종소리가 신선하게 울린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어린 손님의 모습이 보인다. 열여섯에서 열일곱 되어보이는 소년은 얼굴이 하얗고, 결코 숫기가 있어 보이지 않는 인상에 팔다리가 길고 목은 땀에 젖어있다. 밖을 슬쩍 내다보니, 소년이 타고 온 듯한 푸른 자전거가 들판 위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다. 소년의 자전거는 가벼워 보이고, 그 밑에 깔려 죽어가는 들꽃들은 서로 소근거리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연은 소년을 바라보며 무엇을 줄까 묻는다. 아무리 어려도 손님에게는 존대를 해야 하는데, 소년의 인상이 하도 순해서 연은 기본적인 업무 수칙을 잊어버린다. 소년은 더운 듯이 하얀 셔츠의 목 부분을 팔락거리면서 그냥 맹물도 주문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땡볕 아래서 오래 달려왔는지 소년은 몹시 더워 보인다.
다행히 카페 내부는 주인의 철저함으로 인해 시원하다못해 서늘하게 냉방이 되고 있다. 연은 검은 머리 소년이 창가 자리에 앉아서 얼음이 잔뜩 들어간 맹물을 마시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아까 읽다 만 지루한 소설에 눈을 돌린다. 푸른 자전거를 타고 온 손님은, 물을 부탁한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창밖을 적적히 바라보고 있다. 창밖 멀리 내다보이는 좁고 거친 흙길을, 어떤 여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소리없이 지나간다. 여학생이 타고 있는 자전거 뒤에 커다란 해바라기가 실려 있다. 커다란 해바라기는 여학생의 땀 흘리는 등에 얌전히 기댄 채 꽃잎을 흔드는 바람을 맞고 있다. 평온한 풍경이다. 소년은 여학생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기지는 않지만 그쪽으로 눈이 가 있다. 카페의 주인은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보고, 저 소녀가 갑자기 너무나 목이 메마르듯이 갈증이 나서 하는 수 없이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와, 적적히 앉아있는 소년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학생은 유유히 해바라기를 등에 업고 지나간다. 연은 이유도 없이 소년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여자애가 혼자 찾을 만한 카페는 아닌 듯해?」
「네?」
「여자애는 혼자 이런 카페에 오지 않겠지?」
「글쎄요. 평범한 카페던데요.」
주인은 갑자기 방치해둔 유리병 생각이 나서 불편한 의자에서 일어나 유리병을 살핀다. 여전히 눈알이 붉고 몸집이 커다란 파리가 각설탕 위에 퍼지르게 앉아서 손을 비비고 있다. 왠지 보고 있기 싫은 풍경이다. 그는 어릴 적 산에서 나비를 쫓다가 발을 헛디뎌서 크게 구르는 바람에 다친 적이 있는데, 그때 그 나비의 팔랑거리는 여자 아이 같은 몸짓이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저 못생긴 파리를 보고 있으니 그 봄날의 나비가 다시 살아난다. 퍼지르게 앉아서 설탕을 게걸스럽게 갉아먹고 있는 저 검은 추물과는 달리, 단 한순간도 나뭇가지에서 몸을 쉬지 않고 연약한 날개로 팔랑팔랑 날아가던 나비가. 그 나비를 잡고 싶었다기보다는, 그냥 뒤를 쫓아가고 싶었던 것 같다고 그는 졸음 속에서 회상한다. 어디선가 엷은 숨결 같은 뜨듯한 바람이 불어와 고개를 들어보니, 소년이 창문을 반쯤 열어놓은 채 두 팔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다. 땡볕 아래서 땀을 흘린 몸이 시원한 데서 휴식을 취하니 저도 모르게 눈이 감기나보다. 연은 생각한다. 소년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해가 중천이다. 매미들이 운다. 기력이 쇠하여가는 걸 들키는 건 수치라는 듯 더욱 아랫배에 힘을 주고 힘차게 울어대는 매미들, 산들거리는 들판, 끝이 보이는 여름.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는 카페 안에는 소년 혼자밖에 없다. 소년은 얼굴을 묻고 낮잠을 자고 있다. 소년의자전거 밑에 깔린 들꽃들도 어느새 잠잠해져 있다. 카페 뒤편,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에서 그는 가끔 먼산을 보며 담배를 피우고는 한다. 그는 그러나 요새 담배가 싫어져서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는다. 그는 흘러가는 구름떼를 관찰한다. 어떤 상념도 오지 않는다. 그는 지나가는 개미떼를 관찰한다. 문득 조금 슬퍼져 온다. 그러나 그게 다다. 하루는 길게 남아있고, 이 긴 하루가 끝나면 다시 오늘만큼 긴 내일이 온다. 그는 불현듯 아픈 눈가를 손등으로 비빈다.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손님 두 명이 막 문을 열고 들어온다. 소년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새로 온 손님들은 둘 다 여자이고, 둘 다 바다처럼 고요한 인상에 키도 몸도 엇비슷하다. 자매일 수도 있겠다고 그는 짧은 순간에 생각한다.
두 여자 손님은 각자 커피와 빵을 하나씩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그녀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연은 언제 슬펐냐는 듯이 다시 능숙하다못해 무심해 보이는 손길로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다. 벽걸이 시계는 한 시를 향해가고 있고, 소년은 부드러운 자매의 말소리를 타고 저 먼 취람빛 바다를 건너는 꿈을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