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방을 정리한 후, 혼자 편백나무 숲 트래킹에 나섰습니다. 밤 사이 얼어붙은 땅을 조심조심 걸어 도착한 편백나무 숲. 곳곳에 그네가 있어 앉아 보았습니다. 이따금 세찬 바람이 불었습니다. 편백나무가 소리를 내며 휘청이자 그네도 따라 휘청였습니다. 바람 소리와 새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아침, 누군가의 발소리가 자박대나 했더니 풀들이 제 살을 부딪히는 소리. 나는 그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늘을 바라 보니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다 가릴 정도로 빼곡했습니다. 그 키 큰 나무들 사이에서 안전히, 너무나도 안전히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순간들은 마음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강렬합니다. 잊지 못할 순간,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디어다이어리 스페셜 선암사 편이 이렇게 끝났습니다. 느적느적 그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가을의 문턱까지 왔네요. 벌써 선암사에 다녀온 지도 9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요하고 한적한 절간에서 보낸 3일은 잊지 못할 순간들로 가득 찼습니다. 마음 어딘가가 뻣뻣하게 굳어있다면 템플 스테이 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마침 절에 가기에 좋은 계절이 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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