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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Feb 05. 2022

말문이 막히네

일곱 살의 언변

요즘 부쩍 느끼는 바가 있는데.. 자칭 타칭 투머치토커인 우리 일곱 살 꼬맹이의 말재간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엄마 아빠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너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게 하거나, 말문이 턱 막히게 만들곤 한다.

뺀질거림과 반항 지수는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높아져 이미 초딩 수준이라 요즘은 하루 종일 잔소리를 달고 산다.


"집안에서 뛰지 마~!"

"어서 옷 좀 갈아입고 치카해! 어린이집 또 늦겠다!"

"과자 먹었으면 봉지 치워야지!"

"제발 요것(야채 반찬)도 한 번만 먹어봐라!ㅠㅠ!"


기타 등등.. 그 외에도 수만 가지 잔소리를 쉴 새 없이 해대고 있는 요즘 내 모습을 보면 옛날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의 끊임없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 딸은 커서 그 엄마가 하던 잔소리를 고대로 딸에게 하고 있다.

엄마 마음에 들도록 알아서 척척 모든 걸 잘하는 유딩, 초딩(그리고 중딩, 고딩, 심지어 대딩까지도) 같은 건 유니콘이었다. 들어본 적은 있으나 결코 정말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는 그런 존재...


하루는 또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이유로 뺀질거리는 꼬맹이에게 잔소리를 했다.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엄마 미워!"를 시전 하곤 동화책 속에 코를 박고 책을 읽었다.


제 몸통만 한 커다란 그림책을 눈을 반짝이며 읽는 그 모습을 잠시 잠자코 바라보자니 방금 전 화를 내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딸이 한없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아리야~"

"... 응?"

여전히 그림책에 얼굴을 묻은 채 건성으로 대답하는 그녀.


"사랑해!!"


황당한 표정의 그녀가 말했다.

 

"엄마는~ 금방 그렇게 다시 날 좋아할 거면서 화는 왜 냈다니?"


헐.ㅋㅋㅋ

 

그러게나 말이다 이 녀석아.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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