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저희는 아이를 두살때 입양했습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남편도 저도 아이를 매우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육아를 하고 있어요.
고맙게도 아이는 투정도 심하지 않고 자기 주장을 내세울 때와 부모의 말을 받아들일 때는 기가 막히게 잘 아는 기특한 아이에요.
초등학교를 들어가더니 유독 본인 얼굴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리고 한번씩 본인이 엄마랑 아빠랑 너무 안 닮았다고 말을 해요.
그럴때마다 주제를 돌리거나 애매하게 대답을 하는데 왠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집니다.
입양 사실을 알리는게 맞는건지, 맞다면 어떤식으로 말을 해야 할까요?
두 살 때부터 함께한 시간이 쌓이며 아이는 이미 엄마 아빠의 진짜 자녀로 살아가고 있고, 그런 아이가 이제 자라며 자연스럽게 정체성과 유사성에 대해 궁금해지는 시기를 맞이한 것 같아요.
아이의 말, 예를 들어 “왜 엄마 아빠랑 안 닮았지?” 같은 질문은 단순한 외모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존재와 뿌리에 대한 감정적인 탐색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시기를 맞아 가장 중요한 질문인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말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네, 말해야 합니다'입니다. 다만,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의 속도에 맞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해요. 왜냐하면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민등록등본이나 병원 기록, 유전자 검사, 혹은 주변 사람의 언급 등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될 수 있는데, 그때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지?"라는 배신감이 커지면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어요.
반대로, 부모가 먼저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준다면, 이는 입양 사실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는 너를 선택했고, 너는 소중하다'는 사랑의 이야기가 될 기회가 됩니다. 또한 아이가 자신에 대해 건강하게 이해하고 자존감과 정체감을 형성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에요.
언제 말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보통 전문가들은 아이의 인지 발달 수준에 따라 조금씩 단계를 나눠 접근하길 권장합니다. 초등학생 정도라면 이미 추상적인 개념이나 시간의 흐름 등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간단한 설명부터 시작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는 아이의 반응과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데요, 무엇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시작하고, 아이가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책을 읽어주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입양은 사랑의 결정이었다는 점을 꼭 강조해주세요. "아빠랑 엄마는 널 만나기 전부터 아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정말 기쁘고 행복했단다. 우리가 너를 선택한 게 아니라, 너와 우리가 서로를 선택한 거야" 와 같이 말해주면 좋겠지요.
또한 '다르다'는 것이 특별함이고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람은 꼭 피가 이어지지 않아도 마음으로 가족이 될 수 있어. 우리처럼 말이야." 라고 말하며 마음으로 이어진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세요.
아이의 반응은 슬픔, 화, 놀람 등 다양할 수 있는데, 어떤 감정이든 그대로 받아들이고 안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느끼는 거 당연해. 네 마음 궁금해. 우리 계속 같이 이야기하자." 라며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대화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보여주세요.
추가로, 아이 눈높이에 맞춘 입양 관련 동화책 (예: 『아주 특별한 우리 가족』, 『내 이름은 예쁜이예요』 등)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건, 아이의 존재는 부모가 준 사랑 속에서 자라났다는 사실 자체가 진실이며, 그것이 가장 강력한 유대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아이에게 훌륭한 부모입니다. 그 마음 그대로 진심을 전하신다면, 아이는 언젠가 “나는 부모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