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아이가 지난주에 기침에 콧물에 고열까지 있어서 어린이집 등원을 하루만 하고 말았어요.
집에서 열심히 간호해서 씻은 듯이 나았고 오늘 오랜만에 친구들 본다고 신나서 먼저 나가더라고요. 어린이집 앞까지 와서 들여보내면서 매번 보이는 친구가 없길래 그 친구 아직 안 왔냐고 선생님께 여쭤봤거든요.
선생님이 요즘 어린이집에 감기가 퍼져서 꽤 많은 아이들이 못 나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작별인사 겸 아이에게 오늘 00이도 없고 00이도 없대. 아파서 못 나오는거니까 다른 친구들이랑 잘 놀아. 요즘 많이들 아프네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대뜸 저희 아이 이름을 말하면서 00이가 시작했죠 그러더라고요.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말이었는데 갑자기 기분이 매우 안 좋았어요. 저희 아이 아프기 전에 분명 어린이집에 기침하는 아이도 봤었고 설사 저희 아이부터 시작했어도 선생님이 말씀을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
조만간 원장 선생님 면담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말해보려고 하는데 제가 너무 유난일까요?
충분히 기분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아이가 아파서 며칠 간 힘들게 간호했고, 다행히 잘 회복되어 기쁘게 등원했는데, 선생님이 던진 한마디가 부모 입장에서 불쾌하게 들릴 수밖에 없어요.
감기 같은 것은 어느 아이에게나 옮을 수 있는 흔한 바이러스성 질환이고, 요즘처럼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에는 유행처럼 번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선생님이 “00이가 시작했죠”라고 말한 건, 의도와 상관없이 마치 감기를 퍼뜨린 ‘시작점’이 너희 아이였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어요. 특히 부모로서는 아이가 괜한 오해를 사거나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낙인처럼 여겨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불쾌한 마음이 드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더욱이 아이가 아프기 전에도 감기 증상이 있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었다고 기억하신다면, 선생님의 말은 사실관계가 틀릴 수도 있고, 적어도 경솔했던 건 분명해요. 이런 상황이라면 원장 선생님께 면담을 요청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보시는 건 전혀 과하지 않고, 오히려 필요한 일입니다.
다만 면담 시에는 공격적인 태도보다는, 감정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말씀하시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며칠 동안 아이가 아파서 많이 걱정했는데, 선생님께서 ‘00이가 시작했죠’라고 하신 말씀에 조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감기라는 게 누구든 걸릴 수 있는 건데, 혹시라도 아이가 다른 친구들한테 그런 식으로 인식될까 걱정이 돼서요. 아이도 다시 등원에 적응 중인데 예민하게 들릴까 봐 고민하다가 말씀드리는 거예요” 같은 식으로요.
이런 표현은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굳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문제를 인식하게 만듭니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 아이가 불필요한 오해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부모가 보호자 역할을 해주는 것이니까요. 마음 상하신 거 당연하고, 지금처럼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고민하는 것도 아이에게 정말 좋은 본보기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