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다비드 칼리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
지난 시간에는 공감하며 생각하기를 <누가 더 용기 있을까> 그림책을 통해 경험해 봤어. 그런데 도저히 공감이 안 되는 생각도 있을 거야. 그래서 오늘은 연결하기 어려운 두 극단, 정 반대에 있는 생각을 연결하는 생각 방법을 만나보려고 해. 바로 ‘반대로 생각하기’야. 생각 뒤집기라고도 할 수 있지.
이번 시간에는 가장 극단에 있는 생각, 가장 고통스러운 생각, 가장 공감하기 어려운 생각을 다뤄보려고 해. 그런데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생각을 다루려고 하는 걸까. 잠시 생각만 해도 힘들 텐데 그것을 왜 파고들어야 하는지 말이야. 그건 고통의 원인을 치료하기 위해서야. 우리가 다루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생각’이야. 고통의 원인이 되는 생각을 찾아내려는 것이지. 원인을 다루지 않고서는 어떤 이해도 해결도 할 수 없으니까. 상처를 붕대로 꽁꽁 묶어 감춰두기만 하면 곯아 갈 테니 상처를 보여주는 것이 두렵고 아파도 제대로 꺼내어 치료해야지.
가장 극단에 있는 생각을 탐구하면서 우리는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 생각인지 알아볼 거야. ‘반대로 생각하기’는 거짓인 생각을 잘라내는 생각 방법이야. 생각의 가위 치기를 하는 과정이 아플 수도 있지만 병들고 아픈 생각의 가지들을 쳐낼 때 진실에 가까운 생각이 제대로 자라날 수 있단다.
공기놀이
박노해
아이들아 너는 이 지구별에 놀러 왔단다.
더 많이 갖기 위한 비교 경쟁에 인생을 다 바치기엔
우리 삶은 너무나 짧고 소중한 것이란다.
너는 맘껏 놀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라.
그리고 네 삶을 망치는 모든 것들과 싸워가거라.
인생은 수고의 놀이터니 고통을 두려워말고
고통을 공깃돌 삼아 저마다의 삶을 누리며 행복하라.
(*수고:괴로움을 받아들이는)
‘네 삶을 망치는 모든 것들과 싸워가거라’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오니. ‘반대로 생각하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망치는 가장 고통스러운 생각과 싸우고 겨루어 보려고 해.
박노해 시인의 공기놀이를 ‘낱말로 생각하기’로 읽어보자. ‘공기놀이’라는 비유로 고통을 공깃돌 삼아 저마다의 삶을 누리며 행복하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끝나는 아름다운 시는 ‘고통’과 ‘행복’이라는 가장 극단에 있는 개념을 연결해내고 있어. 이 시를 읽으며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몰라. ‘고통’을 공깃돌 삼아 저마다의 삶을 누리며 행복하라니! 그게 가능해! 어떻게 가능해? 그건 도저히 불가능해. 상상도 안돼. 근데 그런 방법이 있다면 정말 알고 싶다. 그래, 누구나 그런 방법이 있다면 알고 싶을 거야. 근데 그 방법을 알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너희들은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니?
- 나는 점심시간이 행복해.
- 나는 마음에 꼭 드는 옷을 샀을 때 행복해.
- 나는 가족들과 여행 갈 때 행복해.
라고 각기 다른 대답을 했겠지. 그런데 그 대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 왜 점심시간이 행복하니?
- 마음에 드는 옷을 입는 것이 왜 너를 행복하게 만드니?
- 가족들과 여행하는 것이 왜 행복하니?
라고 왜?라는 질문을 ‘한번 더’ 묻는 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니.
- 점심시간에 복잡한 문제들로부터 벗어나 맛있는 걸 먹고 나서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자유시간’이니까요. 그렇다면 ‘자유’ 로울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거 겠구나.
-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것으로 나를 꾸밀 때, 내가 나답다고 느껴져서 행복해요. 여기서도 선택과 취향의 자유 속에서 자기다움을 느끼고 있네.
-가족들과 모두 함께 있을 때 따뜻하고 포근하고 보호받는 느낌이 좋아요. 그리고 다 같이 일이나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해요.
이런 경우에는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와 유대감뿐만이 아니라 그들과 재미와 자유로운 놀이 시간을 갖는 게 행복한 거야. 여기서도 ‘자유’의 요소가 함께 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에 있어서 ‘자유로움’은 아주 중요한 요소야. 오늘 ‘반대로 생각하기’를 통해 만날 행복은 바로‘자유’란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행복한 삶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유’를 꿈꿔. 자유로운 삶이 곧 행복한 삶이라고.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 단순히 내 맘대로 사고 싶은 것을 사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좋고 싫음의 호불호 반응대로 사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야.
자, 한번 생각해봐. 나의 취향, 선호도를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물건과 사람으로 주변을 다 채웠다고 해서 자유로워질까? 권태로움, 지루함, 외로움, 두려움, 막막함 같은 여러 가지 감정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 아무리 나의 취향과 가치관으로 물건을 선택하고 사람을 선택하고, 장소를 선택했다고 해도 삶에는 선택할 수 없는 많은 상황과 사람, 사건들이 펼쳐지니까. 내의 취향과 기준으로 선택 불가능한 것들이 분명히 있어. ‘고통스러운 사람, 일, 사건, 상황’이 바로 그런 것들이지. 내가 정말 원하지 않고 피하고 싶은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이 생겨나니까. 오늘 ‘반대로 생각하기’를 통해 만날 자유는 이렇게 호불호 반응 중에 ‘불’, 내가 선택할 수 없고, 선택하기 싫고 피하고 싶은 상황에서 어떻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지를 배우게 될 거야. 이때의 자유는 눈치챘겠지. 바로 ‘생각의 자유’야. 이 상황, 사람, 사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생각으로 바라볼지에 대한 선택. 생각을 바꾸고 뒤집으며 생각의 공기놀이를 하는 자유란다.
환경과 상황에서 지속적인 자유로움은 오지 않지. 진정한 자유는 ‘생각의 자유’에서 오는 거란다. 가장 고통을 일으키는 생각을 공기놀이하듯 다를 수 있게 되면 그 끝에 생각의 ‘자유’라는 선물이 있어. 내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자유. 가장 고통스러운 생각을 높이 던져 다르게 보고 다시 새로이 소화하고 받아들이고 또다시 창조적으로 던지고 받는 생각 공기놀이를 시작해보자.
자, 그럼 이제 ‘자유’라는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고통’에 대해 알아보자.
무엇이 고통을 일으킬까? 고통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가 무엇일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에펙데토스(고대 그리스 철학자)-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펙데토스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라고 했어. ‘고통’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가 상황이나 환경이 아니라 그 상황이나 환경에 대한 ‘생각’이라는 거야. 플라세보 효과를 알고 있니?‘이 약이 내 몸을 치료하고 건강해지게 돕는다’는 환자의 믿음이 실제 몸이 나아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해. 이와 같이 생각은 실제 우리의 느낌과 몸의 반응에 영향을 준단다. 생각한 대로 느낀다는 거야.
오늘은 ‘고통을 일으키는 생각’에 대해 탐구해보려고 해. 여기서 고통을 일으키는 것은 생각이라고 했는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 그 자체가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생각에 대한 집착이 고통을 일으키는 거란다. 검증되지 않은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믿고 나중에는 그 생각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을 자기 자신과(생각=나) 완전히 동일시하는 것. 여기에서 고통이 일어나. 오류를 가진 생각, 부분적인 생각들을 전체이고 완전한 것처럼 믿어버릴 때 얼마나 불편한 감정과 상황을 만들어지는지 제대로 살펴보기 시작하면 많이 놀라게 될 거야.
반대로 생각하기는 조사하거나 검증하지도 않고 믿고 있는 생각들을 다룰 거야. 이런 생각들을 고정관념이라고 해. 반대로 생각하기는 ‘진실을 조사하고 탐구하는 생각 방법’이야.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진정한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지. 그럼 이 놀라운 생각의 변이과정을 그림책 <적>을 통해서 알아보도록 할까?
<적>이라는 그림책은 정반대의 개념을 다루고 있어.
전쟁과 평화. 거짓말과 사실
그는 나의 적이다에서 ↔‘그는 나의 적이 아니다.’
나는 인간이고 그는 적이다. ↔ 그는 인간이고 나는 적이다.
나의 적은 그다. ↔ 그의 적은 나다.
우리의 적은 서로다. ↔ 우리의 적은 서로가 아니다.(진짜 적은 따로 있다.)
그와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와 나는 똑같은 사람이다.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사라지는 경험, 이것이 반대로 생각하기라는 생각 바꾸기를 통해 이루진 단다. 일단 이 그림책의 제목을 보자. <적> 이 제목을 너에게 의미 있는 커다란 질문으로 바꿔볼게.
너의 ‘적’은 누구니?
너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의 적’은 누구니?
그 생각은 누가 만들었니? 그 생각(적)과 얼마나 싸웠니?
그 생각(적)과 싸우기 위해 어떤 무기들을 준비했니?
그런데 그 생각(적)은 정말 바깥에 있는 거니? 안에 있는 거니?
지금 너는 어떤 ‘적’과 전쟁하고 있니. 그 사람이 그 상황이 진짜 너의 ‘적’이니?
그 사람, 그 상황을 볼 때 너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이 뭐니?
그 생각(적)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자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할래?
이 질문들 중에 특별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질문이 있을 거야. 사람마다 질문이 다가오는 강도가 다르겠지. 그런데 이 모든 질문이 찾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생각(적)은 사실입니까?’
‘그 생각은 사실입니까?’ 그림책 <적>에서 적을 죽이고 전쟁을 끝내려는 두 명의 병사가 등장해. 그중 주인공 한 명의 병사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우리는 참호 속에 있는 병사가 전쟁을 끝내려고 참호(구멍)를 빠져나오는 과정을 보면서 ‘그는 나의 적이다.’라는 생각이 ‘그는 나의 적이 아니다.’라는 정반대의 생각으로 바뀌기까지의 생각의 변화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이 변화를 이끈 핵심적인 물음은 바로 ‘이 생각은 사실일까?’란다.
전쟁이다.
여기 보이는 이곳은 마치 사막 같다.
이곳에 두 개의 참호가 있다.
참호 안에는 병사가 숨어 있다.
그들은 적이다.
‘전쟁’하면 많은 병사들과 무기, 폭발하고 쓰러지고 공격하고 죽고 죽이는 무시무시한 장면들을 생각했다면 그림책 <적>을 보면서 깜짝 놀랄지도 몰라. 하얀 여백의 백지에 사막같이 적막한 곳에 ‘두 개의 참호(구멍)’가 있어. 그리고 참호 안에는 각각 한 명씩 두 명의 병사가 숨어있지. 이 그림책의 무대는 아주 작은 두 개의 참호(구멍)야. 그런데 이 두 개의 구멍이라는 무대 설정은 참으로 놀라운 상징성을 갖추고 있어. 그림작가 세르즈 블로크의 탁월함이지. 아마 이 작가의 또 다른 놀라운 책을 또 한 번 만나게 될 테니. 기대하렴. 자, 그럼 다시 돌아올게. 두 개의 구멍이라는 비유가 완벽하게 ‘생각’이라는 구멍과 아주 딱 닮아있지 않니?
고통을 일으키는 것은 생각에 대한 집착이라고 했지. 검증되지 않은 생각을 사실로 믿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주인공 병사가 지금까지 믿고 있던 생각은 그를 완벽하게 전쟁 속 참호(구멍) 속에 가둬두고 있어. ‘그는 적이다.’ 그를 그 구멍 속에 가둔 이 생각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오래전 전쟁이 시작되던 날,
우리는 총 한 자루와 전투 지침서를 받았습니다.
지침서에는 적에 관한 모든 것이 나와 있습니다.
“적은 잔인하고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따라서 적이 우리를 죽이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들을 죽여야 한다. 그들은 우리를 죽인 뒤 우리 가족 가지 절멸시킬 것이다. 그래도 적은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개를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동물이란 동물은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나무를 불태우고 마시는 물에 독을 탈 것이다. 적은 인간이 아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는 나의 적이다.’는 생각, ‘적은 인간이 아니다. 잔인하고 일말의 동정심이 없다.
그러므로 내가 먼저 그를 죽여야 한다.’라는 생각이 그를 구멍 속에 가두어버려.
때로 나는 우리를 전쟁터로 보낸 사람들이 우리를 영영 잊어버린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몇 주 아니 몇 달째 대포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어쩌면 전쟁은 벌써 끝났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모두 죽고 적과 나, 이렇게 둘만 남아 계속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둘 줄 살아남는 자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셈이지요.
때로는 더 이상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략-
내가 먼저 전쟁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그가 나를 죽일 테니까요. 그가 먼저 전쟁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는 총을 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인간이니까요.
비가 올 때마다 나는 어서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른 이들, 바로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 어떤 말도 해주지 않습니다.
비가 올 때마다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병사에게 찾아와. 하지만 참호 밖으로 나가는 건 그에게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어. 참호 안에서 외롭고 고독하고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어 여전히 참호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낼 수 없었지. 전투 지침서에는 절대 참호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으니까. 먼저 전쟁을 그만둘 수는 없었어. 그렇다면 적이 먼저 그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인간이고 그는 적이다. 적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너무도 확고했으니까. 그 생각이 바로 그의 참호(구멍/의식적 제한)였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 생각 전쟁을 일으킨 가장 고통스러운 생각을 만들어 낸 사람 말이야. 병사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들이 만든 생각은 심지어 그가 만든 생각도 아니었어. 그럼에도 그는 전투 지침서 그대로 ‘그는 나의 적이다.’라는 그 생각을 믿었기에 생각 참호 속에서 갇혀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지. 그는 상대방이 전쟁을 포기하기를 기다렸어. 자기가 먼저 포기하면 그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는 나의 적이다.’라는 생각에서 나오지 않으면 전쟁을 절대 끝낼 수가 없어. ‘그는 나의 적이다’라는 생각이 바로 구멍 (참호) 그 자체이니까. 그가 구멍을 나오는 것은 바로 전쟁을 일으키는 이분법적인 생각(나는 옳고 그는 틀리다. 나는 인간이고 그는 적이다)에서 탈출하는 것과 같은 거야.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생각 구멍에서 탈출하게 되는지, 무엇이 전쟁의 끝을 보게 하고 거짓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했는지 더 살펴볼까.
별을 보며 나는 생각에 잠깁니다. 저 위에서 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습니다.
밤이면 참호 위 하늘에 별이 가득합니다.
별을 보며 나는 생각에 잠깁니다
저 위에서 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습니다.
때로는 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도 저 별을 보고 있을까?’
별을 바라본다면 그 역시 아무 소용없는
이 전쟁 따위는 어서 끝내야 한다고 깨달을지 모릅니다.
참호(구멍) 안에 있는 병사에게 ‘이 전쟁 따위는 어서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찾아오는 순간들이 있어. 그 생각이 찾아오는 첫 장면이야. ‘별을 볼 때’ 별이 되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별이 되어보았을 때. 구멍 속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구멍 밖에서 내려다보고 싶다는 생각은 ‘별’이라는 진실하고 살아있는 자연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일어나.
‘그는 적이다’라는 생각의 구멍에서 잠시 빠져나와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일어나는 거야. 그리고 비가 올 때마다 그 간절한 평화에 대한 욕구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는 생각’을 강렬하게 만들지. 그리고 빗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밤. 그는 곰곰이 생각해. 거의 밤이 새도록 생각해. 그리고 드디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참호를 빠져나오지. 그리고 그는 적의 참호 안으로 천천히 기어가.
나는 다시 가만가만 기어갑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나는 바로 총을 쏘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 그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적의 얼굴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그를 없앨 겁니다.
자.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까. 놀랍게도 적의 참호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 그는 어디로 갔을까. 그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내기 전에 병사가 본 것은 거짓과 진실이었어. 그의 소지품에는 가족사진이 있었지. 그에게 가족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어. 그리고 그가 지닌 전투 지침서를 발견해. 그 내용은 병사가 갖고 있는 것과 똑같아. 다른 것은 오직 적의 얼굴이 바로 주인공 병사의 얼굴이었다는 것이지.
내 것과 같은 전투 지침서. 똑같습니다.
아니, 뭔가 다른데...
여기 나와 있는 적의 얼굴은 바로 나예요!
그러나 나는 이렇지 않습니다. 나는 괴물이 아닙니다.
나는 여자와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인간이란 말입니다. 여기에 적힌 것은 온통 거짓투성이입니다
이 전쟁을 시작한 장본인은 내가 아니라고요!
나는 절대 동물을 죽이지 않습니다.
나무에 불을 지르거나 물에 독을 타지도 않는다고요.
그가 이 사실을 알기만 한다면!
‘그는 나의 적이다’.라는 생각의 참호에서 나와 반대편의 ‘나는 그의 적이다’라는 참호에 들어가서 만난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에 적힌 것은 온통 거짓투성이입니다!라는 그의 외침이 들리니! 그가 확인한 진실은 지금까지 자기가 믿고 행동했던 생각이 온통 거짓투성이라는 거였어. ‘적’을 죽이고 전쟁을 끝내려고 참호(구멍)를 빠져나온 병사는 ‘적’을 죽일 이유, 전쟁을 수행할 그 이유, 고통스럽고 해결해야 할 문제 그 자체를 상실하게 된 거지. 문제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거야. 그것은 거짓투성이 생각이 만든 문제였으니까. 나와 똑같이 그리운 가족의 사진과 거짓으로 가득 찬 ‘적’의 전투 지침서를 보는 순간, 진실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돼. 전쟁이라는 끝없이 죽음의 공포와 고독함 속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적은 자기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자기뿐 아니라 적이라 생각했던 그 역시 똑같은 거짓 생각과 논리에 속아 왔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저 위에서 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습니다.’라는 병사의 마음이 이끌어 보게 한 진실은 바로 이것이었어. 거짓투성이의 전쟁! 의 실체.
‘그가 이 사실을 알기만 한다면!’이라는 말이 동시에 ‘내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이라고 들리지 않니? 병사가 발견한 것은
1. 그와 나는 똑같은 인간이다.
2. 그에게도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
3. 그와 나 모두 거짓말 투성이 전투 지침서를 진실로 믿고 있었다.
4. 그와 나 모두 아주 지쳤다.라는 진실이었어.
그와 나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는 나의 적이다’라는 생각에서 ‘그는 나의 적이 아니다.’라는 정반대의 생각으로 생각 뒤집기를 일으키게 된단다. 그리고 이제 적이 아닌 그에게 총이 아닌 펜을 들어. ‘이 순간부터 전쟁을 끝낸다.’라는 메시지를 손수건에 적어 병에 밀봉하고 ‘온 마음을 다해’ 힘껏 던지지.
이제 나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가 전쟁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이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알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진실과 사실을 토대로 한 선택과 행동을 했기 때문이야. 그가 온 마음을 다해 던진 그의 진실된 마음은 가서 닿았을까? 그들은 전쟁을 끝내고 가족의 품으로 ‘평화’를 되찾았을까? 책을 덮기 전 면지를 보면 시작하던 면지에 빼곡히 서있던 병사들 중에 두 명의 병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그걸 보면 씩 웃음 짓게 될 거야. 그들이 참호(구멍)를 나와 전쟁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총과 죽음을 통해서가 아니라 진실된 생각의 탐구와 이를 알리는 펜의 힘이었어.
자, 그럼 이제 우리도 생각 전쟁에서 탈출하고 싶니 않니? 너희들의 적은 누구니? 어떤 생각의 구멍에 갇혀서 적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니? 병사가 ‘나는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했던 고백에서 조사와 탐구를 거치지 않는 생각이 평화를 원하는 병사마저도 전쟁터에 뛰어들게 만든다는 걸 알 수 있어.
'가장 고통스러웠던 생각'을 완전히 반대로 뒤집어 보면서 내 생각의 오류들과 집착하고 있던 검증되지 않은 생각들을 제거해 봐. 생각은 양날의 검과 같아. 생각을 사실과 똑같이 여기고 믿지 않으면 해롭지 않지만, 생각을 사실과 동일시하거나 자기 자신과 동일시 하기 시작하면 생각이 나의 주인이 되고 내가 생각의 노예가 되고 말 거야.
고통을 일으키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생각에 대한 집착이야. 그 집착이 만들어낸 생각의 틀을 내려놓아봐.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공기놀이하듯이 생각을 뒤집어 보고 생각을 바꾸어 볼 수 있는 '자유'를 경험해보는 거야.
때때로 아주 오랫동안 집착해온 검증되지 않은 생각은 믿음이 되기도 해. 너희들의 세계는 얼마나 많은 부분이 조사하지 않은 생각들로 채워져 있니?‘~해야 한다. ~했으면 좋았을 것, 그것은 ~때문이 분명하다.’와 같이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조사하지 않은 이야기, 진실하지 않은 이야기들, 고통스러운 생각의 드라마를 이제 그만 끄고 싶지 않니? TV를 끄면 드라마도 사라지듯이 생각이 바뀌면 이 문제들도 사라진단다. 생각 뒤집기는 사실, 진실이 아닌 것을 찾아내는 탐정과 같은 생각법이야. 그 생각이 옳다고 확고하게 믿는 생각을 조사하고 탐구하는 ‘반대로 생각하기’를 이제 너희들의 삶에 적용해보자.
먼저 <적> 그림책에서 병사가 ‘그는 나의 적이 다라’고 생각하는 근거 3가지를 찾아보자.
1. 전투 지침서에 그는 인간이 아니다고 적혀있다.
2. 적도 나를 향해 총을 쏜다.
3. 미셸도 전쟁의 적들에게 죽었다.
이번에는 ‘그는 나의 적이다’라는 생각을 반대로 뒤집어 ‘그는 나의 적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만들고 이 생각에 대한 근거를 3가지 찾아보자.
1. 그에게도 나와 똑같은 가족이 있는 인간이다.
2. 그도 나와 똑같은 거짓 지침서를(적이 나라는 점만 빼곤) 가지고 있다.
3. 그도 지쳤다.
바이런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에서 제안하는 네 가지 질문들을 통해 진실을 탐구해 보려고 해. 생각 전쟁에서 탈출한 병사처럼 펜을 들고 너희들의 고통스러운 생각을 탐구해보렴.
그 생각은 사실이니? 진실이니?
-고통스러운 생각: 그는 나의 적이다.
1. 그게 진실인가요?
: 잘 모르겠습니다.
2. 그게 진실인지 당신은 확실히 알 수 있나요?
:전투 지침서에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적의 얼굴을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3. 그 생각을 생각할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 적이 야수라 생각하고 공격하려고 합니다. 나를 죽일까 봐 공포 두려움이 갖고 있으면서도
살기 위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최선을 다합니다.
4. 그 생각이 없다면 당신은 누구인가요?
: 가족들이 그립고 아무 의미 없는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전쟁에 지칠 대로 지친 인간입니다.
<적> 그림책의 병사에게 4가지 질문을 한다면 위와 같이 답할 거야. 너도 진실을 탐구하는 4가지 질문에 너만의 답을 해보렴. 너를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은 무엇이니? 예를 들어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 화가 난다.’라는 고통스러운 생각이 있다고 해보자. 이 생각을 반대로 뒤집어보렴. 그러면 생각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생각의 참호 2개가 무엇인지를 별처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단다.
생각 참호 1.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 화가 난다.
생각 참호 2(반대로 생각하기) 내가 아빠를 사랑하지 않아 아빠가 화가 난다.
자 이렇게 두 개의 생각 구멍이 보이니? 그럼 여기서 물어볼게. 그 생각은 진실이니? 둘 중에 어떤 생각이 더 사실에 가깝니. 그 생각이 사실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근거가 있니? 일단 근거를 3개씩 찾아보자. 이제 다시 생각해봐. 그 생각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사실이니?
생각 참호 1.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않는다는 근거 3개 찾기.
근거 1. 나와 주말에 함께 놀아주기보다 잠자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신다.
근거 2. 나를 인정하는 말이나 칭찬하는 말보다 잘못을 지적하거나 훈계하는 말을 더 많이 하신다.
근거 3.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신다.
생각 참호 2. 내가 아빠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근거 3개 찾기
근거 1. 나는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근거 2. 나는 아빠가 묻는 말에 단답형으로 대답해서 대화가 늘 끊긴다.
근거 3. 나는 아빠와 보내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놀라운 점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일단 사실임을 확신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 그리고 또 정반대의 생각의 근거도 찾으려고 하니 찾아진다는 점, 그리고 전에 사실이라고 믿는 고통스러운 생각에 대해 근거를 찾고 사실인지 확인하는 노력 자체를 하지도 않고 믿어왔다는 점. 조사하지 않은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을 그대로 믿고 분노하고 미워하고 고통스러워했던 경험이 보이니? 그리고 가장 놀라운 건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생각이 꽤 많다는 사실이지..
자 이제 생각 뒤집기를 또 한 번 해볼게.‘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내가 화가 난다’를 ‘내가 아빠를 사랑하지 않아 아빠가 화가 난다’로 생각을 뒤집었을 때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드는 주체(주어)를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 봤어. 이때 두 생각의 공통점은 아빠와 나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거야. 아빠가 내 고통의 적이거나, 내가 아빠의 고통에 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거지. 고통의 원인이 타인에게 있다는 생각들이야. 그런데 이번에는 아빠와 나를 적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보자. 생각 구멍을 탈출했던 병사처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내가 화가 난다.’라는 문장에서 아빠를 나로 바꾸는 거야.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내가 화가 난다. 고통의 원인을 자기 자신으로 보는 거지. 이 문장이 어떠니? 이 생각은 진실이니?
고통스러운 생각: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내가 화가 난다.
반대로 생각하기 1: 내가 아빠를 사랑하지 않아 아빠가 화가 난다.
반대로 생각하기 2: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내가 화가 난다.
자 어떤 생각이 더 진실에 가까운 생각이니?
그리고 마지막 질문 네 번째 질문을 만나보자. 그 생각이 없다면 너는 누구니? 그 생각이 없다면 너는 어떤 반응을 할래? 다시 한번 물을게. 그 생각이 없다면 너는 누구니?
평화가 어디에 있는지 ‘반대로 생각하기’를 통해 철저히 조사하고 탐구해보렴. 생각 구멍에서 탈출한 병사처럼 고통을 일으키는 생각의 미로에서 빠져나와 진실을 마주하렴. 병사가 온 마음을 다해 진실이 담긴 병을 던지듯, 우리도 온 마음을 다해 거짓을 걷어내고 진실을 찾아보는 거야.
- 너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의 적’은 누구니?
- 그 생각은 누가 만들었니? 그 생각(적)과 얼마나 싸웠니?
- 그 생각(적)과 싸우기 위해 어떤 무기들을 준비했니?
- 그런데 그 생각(적)은 정말 바깥에 있는 거니? 안에 있는 거니?
- 지금 너는 어떤 ‘적’과 전쟁하고 있니. 그 사람이 그 상황이 진짜 너의 ‘적’이니?
- 그 사람, 그 상황을 볼 때 너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생각이 뭐니?
그 생각은 진실이니? 진실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니?
- 그 생각을 할 때 어떻게 반응하지? 그 생각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 자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할래?
- 생각의 근거 찾기
: 한 가지 상황에 대해 2가지 상반되는 판단을 내리고 근거 3가지씩 찾아보기.
예를 들어 '나는 게으르다.'라는 생각의 근거 찾기, 반대로 '나는 부지런한다'라는 생각의 근거 찾기
이 활동의 재미있는 점은 두 가지의 모두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이 우리가 주목하게 하는 상황을 조절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병깨기
:~해야 한다. ~는 옳고 ~는 틀리다. 등 이분법적인 생각이나 나는 게으르다. 나는 공부에 소질이 없다처럼 부정적인 전제들을 한 문장을 하나의 종이에 적는다. 다 적고 나면 종이를 접거나 말아서 유리병 속에 넣어본다. 진실인지 검증하지 않고 조사되지 않는 생각들 중에 부정적인 믿음이 얼마나 많은지 점검해보자.
-구나/겠지/감사
: 다른 사람에 대해 화가 나거나 고통을 일으키는 생각이 일어날 때 그 사람에 대한 최대한 관대한 가정을 해보는 생각 바꾸기의 과정을 통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발견해보자.
예) 친한 친구에게 인사를 했는데 모르는 듯이 그냥 지나치는구나./못 봤겠지./ 인사할 친구가 있어 감사하다, (먼저 인사할 수 있는 용기가 내게 있어 감사하다.)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한 채로 불편하게 지내야 하는구나./그럴 수도 있겠지/그동안 건강하게 생활해왔던 것이 감사하다.(회복할 수 있을 만큼만 다쳐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