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14화

[목] 왜가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저는 지금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3년째 살고 있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엄청 조용해서 오히려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사람 소리보다 오히려 새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되었고요. 언제까지 일지 모르지만 오래 머물 곳이니까 좀 친해져 보자, 하는 마음으로 동네를 돌아다녔습니다.


작은 언덕 같은 산이 있는 공원을 빙 돌아갔는데, 맙소사! 눈앞에 아주 놀랄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길바닥, 주차된 차 위에, 음식물 쓰레기통 위에, 놀이터의 미끄럼틀 위에 우수수 새똥이 가득했습니다. 이게 뭐지? 하고 더 걸어가다 ‘왜가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니까 공원의 작은 언덕 같은 산을 기준으로 반은 고요하고, 반은 왜가리의 서식지였던 겁니다.

그 산 너머에 그런 풍경이 있을 거라고는 정말이지 상상도 못 했거든요.

가까이서 본 왜가리는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모여있어서 무서웠고, 생각보다 너무 컸거든요.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울어대니 소리도 무서웠습니다.


처음엔 말문이 막혔고, 그다음엔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그다음엔 떠나지 않고 왜가리와 살고 있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핏 들었는데, 서식지를 옮기는 것을 두고 주민투표도 하고… 지금 상태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정이 있었나 보더라고요.

왜가리는 물가에 서식한대요. 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라뱃길이 있거든요. 개발되기 전에는 아마 이 주변이 산과 논이었겠지요.

인간이 자꾸만 주거 영역을 확장하는 바람에 다양한 개체들이 살 곳을 빼앗깁니다.

공원을 걸어서 오갈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저만 괜찮은 거 같아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다양한 개체들의 이동 통로를, 차가 다니고 사람이 다니는 길로 만들어 버려서 미안했습니다.



아침부터 너무 무거웠나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망가진 지구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불가능해 보여도 노력하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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