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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아이들은 왜 병원놀이를 그렇게 좋아할까?

놀이 속에서 두련움을 다루는 작은 의사들

by 지혜로운보라

"엄마! 환자해. 내가 의사 할게!"

아이는 나를 눕히고 청진기를 댄다.

"숨 쉬어 보세요. 폐렴이네요. 주사 맞아야 돼요."

"주사 맞기 싫어. 무서워."

"선생님이 안 아프게 놔 줄게요."


왜 아이들은 병원놀이를 좋아할까?

왜 이렇게 똑같은 장면, 똑같은 대사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걸까?


무서웠던 경험을, 내 마음대로 통제해 보는 놀이 시간

아이에게 병원은 많지 않은 경험 중에서

익숙하며 자주 맞닥뜨리는 공간이다.

하얀 가운, 뾰족하고 날카로운 기구들, 따끔한 주사까지.

아이가 병원에서 느낀 건,

'통제할 수 없음'이었다.


그런데 병원놀이 속에서는 모든 게 반대다.

아이가 의사가 되고, 간호사도 되고, 환자도 될 수 있다.

누가 주사를 얼마나 맞을지도, 다 통제할 수 있다.

그 순간, 무서웠던 경험이 '아이가 주도하는 이야기'로 바뀐다.

두려움은 조금씩 힘을 잃고, 놀이 속에서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본 대로, 들은 대로 따라 하며 배우는 시간

아이는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한다. 뉘앙스까지 정확히 읽어낸다.

"괜찮아요. 안 아프게 놔줄게요."

의사 선생님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한다.


하루 동안 보고 느낀 수많은 장면 중에서,

놀이로 하나씩 재현해 본다.

모방은 단순한 흉내가 아니라,

세상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지'를 배우는 방법이다.

아이는 놀이로 '사회'를 익힌다.


돌보는 마음을 배우는 놀이

인형의 상태를 살피고, 약을 먹이고,

"괜찮아. 금방 나을 거야."하고 달랜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유기 불안이 존재한다.

자신이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을 가지고 있기에

부모의 잘못이 아닌 '나 때문이야'라는 자아 중심성으로 자신을 아프게 한다.

그런 마음을 '내가 돌보는 것처럼 우리 엄마 아빠도 나를 돌볼 거야!' 놀이를 통해 표현한다.


두려움을 이기는 작은 방법

병원 놀이는 무서움을 이겨내는 리허설이다.

아프고, 따끔하고, 눈물이 나도

놀이 속에서는 웃으며 다시 시도할 수 있다.


마음을 표현한다.

"봐! 주사도 별거 아니야. 괜찮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한 가지

병원 놀이를 재미있게 하고 나서 아이에게 기분을 물어보자.

"그때 마음이 어땠어? 의사 선생님이 팔에 주사 놨을 때 말이야."

"쫌 무섭긴 했는데, 그래도 안 울고 맞았어!"

아이의 마음속에 있던 두려움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안전해진다.

주사를 맞아도 괜찮다는 경험 하나!


아이에게 병원 놀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세상을 이해하고, 두려움을 아루고,

관계를 배우는 마음연습장이다.


오늘도 세상의 작은 의사들은 환자를 돌보고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아이는 세상과 조금 더 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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