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dsbird Jul 30. 2024

너와 나의 뾰족함을 감싸 안으려면

회사 업무 밖으로 따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금전적인 보상은 없지만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보람 있고 의미 있을 일이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하는 프로젝트다. 많은 일들이 그렇듯 진행하는 과정은 순조롭지 못하다. 순조롭지 않은 과정 속에서 오해와 불만이 쌓여가고 오랫동안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온 사람과의 관계도 위태위태 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처음엔 활발하게 대화를 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 보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개선이 쉽게 되지 않으니 점점 대화를 기피하게 됐고 불만스러운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갔다. 그러면서 여태 잘 숨겨두었던 나의 뾰족함도 슬슬 머리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여태 서로 알아왔던 오랜 시간이 무색하도록 나의 말투는 차가워지고 비난을 담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쌓여온 오해와 불만사항 등을 어느 정도 풀었지만 관계가 힘들었을 때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내가 이 특정 팀원과 힘들어했던 부분은 다른 팀원들도 똑같이 힘들어했던 부분이다. 일하는 방식이 서툴고 팀원 간에 혼란을 야기해 다들 같이 일하기 힘들어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이 사람이 마음 상하지 않도록 돌려 돌려 개선점들을 제안했는데 난 그렇지 못하고 돌직구를 마구 날려댔다. 성격이 너무 솔직한 건지, 아직 철이 제대로 안 든 건지. 


관계가 힘들었던 팀원과의 허심탄회한 대화 속에서,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너그럽게 감싸 안지 못하고 비난만 하는 나의 이 부족한 모습을 이 팀원은 너그럽게 감싸 안아 주었다. 만약 이 친구가 내가 그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예민하고 감정적인 내 모습을 비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오랫동안 쌓아왔던 우리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됐을 것이다. 그의 부족함과 나의 부족함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로 인해 같이 일하는 게 삐그덕 거릴 때도 있지만, 결국 우리를 한 팀으로 어우러져 함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건, 그와 나의 '유능함'이나 '재주'가 아닌 서로의 뾰족함을 감싸 안을 수 있는 표용력이었다. 



이전 12화 성공하는 직장인이 되려면 무엇을 쌓아 올릴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