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과 출신 UX기획자가 작정하고 정리하는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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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앞에서 머뭇거리다
2007년은 애플에서는 iPhone을 공식 출시했다. 이에 질세라 구글도 2005년 인수한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를 무료 공개하기로 선언했다. [i] 바로 모바일 서비스의 OS 선점을 위한 양 진영의 전쟁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iPhone이 정식 판매되지 않았고, 초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삼성의 ‘바다’ 등 자체 OS를 가진 스마트폰들을 일부 출시하였지만 성공적이진 않았다.
G마켓의 질주와 11번가의 도전
쇼핑몰 업계에도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00년대 초반 경매사이트의 인기가 부진해지면서 굵직한 선두업체가 없이 다수의 전문몰로 흩어져있던 온라인 쇼핑몰 사업은 2003년 이래 가격비교 사이트의 인기를 타고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재편성됐다. 오픈마켓은 당시 전체 쇼핑몰의 점유율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격비교는 싼 가격과 혜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종합몰에 비해 C2C 사업 형태에 가까운 오픈마켓은 가격경쟁에서 굉장히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격비교를 통한 오픈마켓의 인기는 점차 높아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오픈마켓의 매출 규모는 2003년 7800억 원, 2004년 1조 4800억 원, 2005년 3조 원으로 매년 100%씩 성장했다. [ii]2007년에는 전체 거래규모가 7조 5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며 전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절반 이상에 육박했다. [iii]
이 상황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보인 곳은 G마켓이었다. 2007년에는 1분기에 G마켓이 만년 2위를 털어내며 70%가 넘는 높은 성장률로 오픈마켓 1위를 수성하게 된다. [iv]그리고 이러한 오픈마켓의 높은 상승세 속에서 SK텔레콤의 ‘11번가’가 오픈한다. 11번가는 초기에는 ‘체리야’ 등의 유명 전문몰을 중심 입점시키고 유무선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더하여 초기 모바일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11번가가 오픈마켓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오픈 동일 년 10월에 선포한 ‘위조품 보 상세’때문이었다. 구매자가 11번가를 통해서 구매한 제품이 위조품으로 의심되면 100% 결제대금 환불과 결제대금의 10%를 11번가에서 포인트로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v] 기존에 다소 개인 판매에 대한 규제가 약했던 오픈마켓이 짝퉁과 사기의 온상으로 낙인 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였던 G마켓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G마켓은 2005년부터 5월부터 2008년 8월까지 2만 9163종류, 131만 3144개의 상표권 침해신고가 있었고 일평균 1662건의 짝퉁이 조사됐다. 짝퉁 제품 방지를 위한 자체 프로그램이 실시된 이후로 일평균 50여 건으로 감소됐지만 [vi] 고객들의 마음속에는 인식이 잡혔을 것으로 생각된다. 11번가는 이틈을 노리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것으로 보인다.
11번가가 노린 '신용도 높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오픈마켓'이라는 포지셔닝은 오픈마켓뿐 아니라 롯데, GS, CJ 등 기존 종합쇼핑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 종합몰의 경우, 오픈마켓이 저가의 상품과 다수의 물량으로 성장하는 동안 저가경쟁을 지양하고 자사 브랜드와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었기 [vii] 때문에 오픈마켓의 종합쇼핑몰의 안정성과 브랜드 전문관이 자리한 11번가는 직격탄이 되었다. 코리아클릭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 G마켓, 옥션 등 기존 대형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검색하다가 11번가에서 비슷한 상품을 찾으려는 비율이 각각 52.2%, 51.2%로 나타났고, 반면에 롯데닷컴 등 종합쇼핑몰의 소비자가 11번가를 중복 방문하는 비율은 60~70%로 조사됐다. [viii]즉, 오픈마켓 구매자보다는 종합쇼핑몰의 구매자들이 11번가로 넘어오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2009년에 인터파크는 몇 번의 매각 철회 끝에 G마켓에 대한 보유지분 전량을 이베이에 매각했다. 이는 G마켓 지분의 약 29%에 해당됐다. 이로써 이베이는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 1,2위를 달리는 옥션과 G마켓을 모두 차지하게 되었다. [ix]
해외 SNS의 인기와 오픈ID+결제 서비스
Facebook, Twitter와 구글이 앞장선 오픈 ID의 열풍은 국내에도 상륙했다. 네이버에서는 2009년 7월에 구글의 체크아웃 서비스를 모델로 ‘네이버 체크아웃’ 서비스를 오픈하며 오픈마켓에 밀려있던 개인 쇼핑몰에 다시 호흡을 불어넣었다. 별도 쇼핑몰에서 가입 없이 네이버의 ID만으로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다나와, 에누리닷컴 등 기존 가격비교 사업자보다 네이버 가격비교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개인 쇼핑몰의 운영자 입장에서도 기존 결제 서비스 연결보다 쉽고 간편할 뿐 아니라 사이트 신뢰도의 확보와 매출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네이버 체크아웃을 통한 진입이 강화되었고, 네이버는 이를 통해서 검색광고 수익을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x]
해외에서는
그 사이 해외에서는 스마트폰의 등장을 빠르게 흡수한 신규 서비스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2008년 지역기반 ‘오늘의 딜’을 쿠폰 형태로 판매하는 Groupon이 탄생했고, 소비가 아니라 시간 단위 렌털을 중심으로 한 공유경제 대표 서비스 중 하나로 집이 비는 시간을 호텔처럼 빌려주는 AirBnB 서비스도 이때에 서비스를 론칭했다. 아마존은 이때 FBA(물류창고)에 소호몰들이 입점하고 사용 수수료를 내는 서비스를 론칭하였는데, 물류창고는 미국 내 넓은 지역에 빠른 배송을 보장하고 재고관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2009년 미국은 제2의 대공황이라고도 불렸던 세계 경제 대위기(모기지 사태)가 발생하였고 전 세계는 경제 불황이 한층 가속화되게 되었다.
[i] Zdnet, <구글, 안드로이드 휴대폰 소프트웨어 공개>, 2007.11.05.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00000039162947&type=det&re=
[ii] 주간경향, [경제[인터넷 쇼핑, 오픈마켓이 대세, 2006.07.2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3&aid=0000009158
[iii] 전자신문, 날개단 오픈마켓, 종합몰 넘는다, 2008.01.09 http://www.etnews.com/200801080132
[iv] 머니투데이, G마켓, 1Q 매출/영업익 모두 옥션 따돌려, 2007.05.16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7051609554074055&outlink=1
[v] 디지털 타임스, 11번가 ’ 위조품 보상제’ 효과 톡톡, 2008.10.16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8101702011132727002
[vi] 파이낸셜뉴스, 오픈마켓은 짝퉁 천국, 2008.06.30 http://www.fnnews.com/news/200806301819560460?t=y
[vii] 전자신문, 날개단 오픈마켓, 종합몰 넘는다, 2008.01.09 http://www.etnews.com/200801080132
[viii] 전자신문, 11번가 오픈마켓이야, 종합쇼핑몰이야?, 2009.04.13 http://www.etnews.com/200904100102
[ix] 노컷뉴스, 이베이”G마켓”인수, 국내 오픈마켓”외국계 천하”, 2009.04.16 http://www.nocutnews.co.kr/news/576479
[x] 아이뉴스 24 뉴스, ‘네이버 ID쇼핑’에 상거래 업계 ‘긴장’,2009.09.16 http://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443253&g_menu=02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