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으로 뒤덮인 매트리스에서 잠을 청한다.

오줌싸개 고양이 로찌, 오줌찌와의 동거

by 누리

새벽 4시 38분, 다리가 따뜻하다. 아니 찝찝한 걸까. 이 익숙하지 않은 느낌은 뭐지? 정신이 버쩍 들어 허겁지겁 이불을 들춰낸다.


하... 정말 이럴 거야...?


회색인 이불 위엔 암회색의 동그라미가 동그랗게 번져가고 있었고, 아래쪽에 깔려 있는 이불에도 동그라미가 따뜻하게 커져가는 중이었다. 벌써 4일 연속이다.


가련한 6kg 용량의 세탁기는 매일 이불 빨래를 토해내고 있었고 거실의 테이블은 빨랫대로 전락한 지 며칠째이다. 그나마도 두터운 솜이불은 세탁기에 들어가지 않아 세탁 서비스를 맡겨야 했다. 세탁특공대, 런드리고 같은. 가끔은 고양이 털이 많이 붙어 있다는 이유로 고양이 오줌이 스며든 이불을 그대로 다시 돌려받기도 했다. (정말 끔찍하다)



매트리스는 이미 더 이상 그 특유의 청결함을 잃은 지 오래다. 쿰쿰한 냄새는 덤이다. 이쯤 되면 매트리스를 갖다 버릴 법도 한데, 2주 후면 이사라 꾸역꾸역 참고 있다. 잘 때만큼은 인권을 박탈당한 셈이다. 가지고 있는 이불을 다 빨아서 덮을 것이 없을 때는 겨울 패딩을 덮고 잠을 청했다. 히말라야 등반을 갔을 때도 침낭은 있었는데 말이다.


매트리스를 뒤집었다. 어차피 임시방편이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쾌적할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 후 매트리스를 다시 뒤집었다. 차라리 뒷 면이 깨끗하지 싶다. 한 달 동안 이불 빨래 세탁 서비스 비용만 15만 원이 들었다. 범인은 둘째 고양이 로찌다. 채 3개월이 되지 않은 아기 고양이 로찌는 우리 집에 오고나서부터 이불에 실수를 했다. 왜 굳이 다른 곳도 아니고 침대 위일까. 집에는 고양이 화장실이 3개나 있었고, 낮에는 전혀 실수하지 않고 화장실을 잘 다녀온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화장실이 있는 원룸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니?

화장실 좋아하잖아...?



5월 5일, 어린이날에 데려온 선물 같은 로찌는 어른으로써 응당해야 하는 집안일 리스트를 추가했고 이는 내가 오롯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숙제였다. 그때부터였다.


'이사해야겠다'


문을 닫고 잘 수 있는, 나의 침실의 신변과 안전이 보장된 곳으로 가자. 부동산 앱을 깔고 열심히 집을 찾았다. 방이 두 개이고, 출퇴근 시간이 50분 이 내면서 나의 예산 내로 살 수 있는 그런 곳.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서울 집값은 30대 초반 직장인에게는 꽤나 가혹했고, 집을 10채 이상 보고서야 겨우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 계약서에 사인했다.


자유다!!!


하지만 난관은 여전히 존재했으니... 에어컨이 거실에만 있다. 침실로 들어가는 문에 방묘문을 설치했고, 나와 나의 침대는 평화를 찾았다. 집이 마냥 평화롭진 않다. 잔뜩 풀려져 있는 두루마리 휴지, 엎어진 화분과 그 위의 고양이 발자국. 발톱 자국이 생경한 시폰 커트에 무심하게 되기까지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들어갈꾸야...!
처참히 사망한 화분


고양이와 산다는 것은 그런 것. 깜짝 놀랄 크고 작은 일련의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능가하는 소소한 일상 속 행복의 적분 값이 너무나 커서, 그 모든 난리통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것. 오줌 냄새가 나는 매트리스에서도 고양이의 팔베개를 해주면서 같이 눈을 붙이는 것. '우다다' 때문에 새벽에 세 번씩은 꼭 잠에서 깨고도 다음날 출근할 정신력이 생기는 것. 고양이와 산다는 것은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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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일곱잔' 와인바 사장 @신사

와디즈 경영추진팀


(전)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독일 UN, FCMI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