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보단 껍데기, 고양이의 상자 사랑. 그리고 나는 고양이 사랑
택배가 왔다.
택배와 배달음식 도착은 늘 설렌다. 이따금씩은 무엇을 샀었는지 기억을 못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뭐... 폭탄은 아니겠지.
동생이 선물해준 고양이 스크래처가 도착했다. 택배 상자 개봉식을 만끽하고 있는데 선물을 본 두 녀석이 달려든다. 우리 집 고양이 두 마리. 그들이 진격 앞으로! 하면서 달려든 것은 스크래처가 아닌 택배 상자.
삼척동자도 고양이의 상자 사랑은 안다. 고양이 녀석들은 쇼핑백, 비닐, 뭔가 들어갈 수 있을만한 것은 다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은 이해되지 않는 행동도 한다. 중고책을 팔려고 캐리어에 책을 잔뜩 쌓아뒀는데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아서 한참을 씨름하거나, 자그마한 상자에 머리 먼저 들이밀었다가 머리가 껴서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정말 귀찮고 하찮고 사랑스럽다.
삼성은 TV를 배송할 때 사용하는 박스로 고양이 장난감 집을 만들 수 있는 에코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삼성에서 제공하는 도면을 따라 그려서 일일이 잘라야 한다는... 나는 못해...)
고양이는 왜 이렇게 박스를 좋아하지? 야생의 고양이는 사냥할 때를 제외하고는 포식자에게 노출되지 않기 위해 좁은 은신처를 좋아한다. 사냥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능한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휴식 취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 고양이뿐 아니라 고양잇과 동물들은 죄다 박스를 좋아하는가 보다.
이번 글을 작성하며 새로이 알게 된 사실. 고양이는 갈등 회피성 동물이다. 애인으로 따지자면 싸우고 잠수 타는 남자 친구.. 문제를 해결하느니 문제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해서 무언가 껄끄럽다면 상자로 피한다. 문제가 생기면 회피해버릴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복이다.
집사는 고양이에게 (택배) 상자를 선물해주기 위해
오늘도 그저 열심히 일할 따름이다.